[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이 'TBS 폐지 조례안'을 단독 의결했다. 2024년 1월부터 서울시는 TBS에 출연금 지급을 중단하게 된다. 정치권력이 특정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이유로 공영방송의 공적재원 근거를 삭제한 초유의 사태가 한국 방송 역사에 남게 됐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재석 73명 중 찬성 72명, 반대 0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이날 오전 TBS 폐지 조례안을 위법성 논란이 제기된 부칙을 삭제해 단독 처리했다. (관련기사▶두 줄짜리 'TBS 폐지 조례안' 상임위 통과... 원안 수정, 왜?)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서울 상암동 TBS 사옥 (사진=TBS)

이날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미디어환경 변화와 TBS의 독립 경영을 위해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김어준의 뉴스공장' 때문에 폐지 조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노골화했다. 

서울시의회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이효정 시의원(비례대표)은 찬성토론에 나서 "폐지 조례안은 정쟁의 도구가 아니라 개혁의 발판임을 분명히 한다. TBS 시사프로그램 논란은 이전부터 끊이지 않았다"며 "거짓·허위·왜곡방송으로 겪게 되는 국민의 피로감은 이미 쌓일 대로 쌓였고, 방송통신위원회 등 대내외 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제재를 받았음에도 TBS는 그 어떤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수년 간 이어져 온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정능력이 결여된 서울시 출연기관의 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효정 시의원은 "폐지 조례안은 공영방송사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TBS에 내리는 시민의 엄중한 심판"이라며 "TBS는 언론자유 실현이라는 명목하에 진심어린 조언과 의견을 묵살하고 본분을 망각한 채 오히려 방송을 통해 조롱과 선동을 일삼아 왔다"고 했다. 

반대토론에 나선 문체위 부위원장 민주당 유정희 시의원은 TBS 폐지 조례안을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면서 이날 안건 상정은 서울시의회 회의규칙에도 어긋나는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유 시의원은 "해당 안건의 문체위 심사가 11월 22일로 예정돼 있음에도 국민의힘 원내대표(최호정 시의원)가 인터뷰를 통해 조례 폐지안이 15일 통과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는 것을 보고 더 놀랐다"며 "이강택 TBS 대표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밝힌 다음날이다. TBS 대표 사의와 폐지 조례안 처리 강행이 어떤 물리적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번 회기 마지막 본회의 날짜인 12월 22일 'TBS 폐지 조례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11일 뉴스1은 <서울시의회 국힘, TBS 폐지 시점 늦춘다…조례 15일 처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단독]보도했다. 최호정 시의원이 취재원으로 명기돼 있다. 

최호정 시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애초 11월 1일 안건처리 예정이었다며 "가능하면 신속하게 처리하면 좋겠다는 게 저희 의견이다. 오늘(14일) 의장님(국민의힘 김현기 서울시의원)하고 마지막으로 정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최호정 시의원은 '이강택 대표 사퇴가 기정사실인데 그럼에도 폐지 조례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대표이사 의견 하나가 교통방송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정희 시의원은 "이는 특정 정치세력이 언론을 탄압하는 문제를 넘어 다수당이 의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서울시의회 회의규칙에 상임위 의사일정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협의해야 하며, 의장은 (안건)심사기한을 지정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천재지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로 제한돼 있다"고 비판했다. 

유정희 시의원은 "이 사실(의사일정 변경)을 문체위 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위원과 직원들이 기사를 통해 접했다"며 "시의회 회의규칙을 무시하고 타당한 이유없이 특정 프로그램에 대한 편향성·공정성 시비를 시작으로 예산삭감과 조례안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정치권력의 언론탄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TBS 폐지 조례안이 가결되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영 입장을 밝히며 "TBS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김어준 씨는 전형적인 음모론자이자 선동가"라며 "‘향정신성 방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람을 뉴스진행자로 발탁했다는 사실 자체가 방송으로서 자격을 포기한 것"이라고 썼다.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성명을 내어 "정녕 방송의 공정성이 문제라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는 안팎으로 마련돼 있다. 방송통신심의절차도 있고, TBS는 내부적으로도 공정방송위원회 등 심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특정 방송이 마음에 안 든다고 지원 조례를 폐지해 TBS에 사실상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은 군사독재시절을 방불케 하는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는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방의회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고 인정되면 지자체장은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재의 요구를 촉구했다. 그동안 서울시는 TBS 폐지 조례안의 상위법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며 거리를 두었다. 

이번 폐지 조례안 통과로 TBS는 2024년 1월부터 서울시 출연금을 지급 받지 못하게 된다. TBS는 전체 예산의 70%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에 의존해왔다. 폐지 조례안 시행 유예기간에도 서울시 예산삭감 작업은 이어진다. 서울시는 지난해 TBS 출연금 55억원을 삭감한 데 이어 올해 88억원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TBS의 제작비는 2021년 기준 116억원이다. TBS는 지난해 예산 삭감으로 FM 프로그램 19개 중 5개를 폐지했으며 eFM 프로그램은 17개 중 13개를 재방송하고 있다. 

TBS의 상업광고를 하지 못한다. 방통위는 지난 2019년 TBS 독립법인화를 허가하는 과정에서 '공공성 저해'를 이유로 상업광고를 불허했다. TBS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서울시로부터 일정정도의 재원을 지원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6개 라디오방송사업자들은 TBS 상업광고 허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TBS는 지난 2월 상업광고를 허용해달라는 신청서를 방통위에 제출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15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TBS 상업광고 신청에 대한 결론의 시한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한은 없고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11월 15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TBS 폐지 조례안' 전문
11월 15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TBS 폐지 조례안' 전문

언론시민사회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의 TBS 폐지 조례안 가결처리를 '횡포' '폭거'로 규정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5일 논평에서 "시청자의 시청권을 훼손하고, 서울 시민의 미디어 권리를 박탈하는 명백한 정치적 횡포"라며 "공영방송에 대한 시민의 불만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아니라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정책적 대응과 공영방송 스스로의 실천을 통해 해소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지원을 끊어 TBS를 존폐의 위기에 몰아넣는 폭력적인 방식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오로지 자기 지지층만 바라보며, 정파적 이익에만 매달리는 국민의힘은 더 이상 TBS의 ‘편향성’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면서 "오늘 서울시의회의 부당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TBS의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 TBS는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지역 공영방송으로서 TBS의 필요성을 좀 더 뚜렷하게 설명하고, 쇄신의 약속을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같은 날 성명에서 "국민의힘은 안건상정과 의사일정조차 독단적으로 강행하고, 시민의견 수렴 절차는 아예 무시했다. 군사독재 시절 언론통폐합 이후 초유의 반민주적 폭거로 비판 받는 이유"라며 "TBS는 입으로만 ‘자유’를 외쳐대는 일개 권력집단이 마음대로 없앨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누구도 함부로 빼앗을 수 없는 서울시민과 시청자를 위한 소중한 미디어 자산"이라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서울시민을 포함한 전국 TBS 시청자들은 국민의힘의 지원 조례안 폐지를 오히려 시민의 권리 회복을 위한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군사독재 시절 정권이 아무리 언론을 강제로 통폐합하고 억압해도 언론자유는 사라지지 않았듯, TBS 조례안을 폐지한다고 지역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시민의 권리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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