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이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이 추진하는 TBS 조례 폐지안을 '재벌에 미디어·여론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는 첫 단계'로 규정했다. TBS 사태는 공영미디어의 법적 근거를 지워 예산지원을 끊는 민영화 작업의 시발점으로 공론장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노조와 TBS지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에 "공영미디어 사유화와 재벌헌납 기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노조는 TBS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그저 TBS만의 국한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디어정책 기조로써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얘기하는 상황 속에 TBS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방송사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TBS 조례 폐지안의 문제는 대한민국 공영미디어 전체를 민영화하고 시민의 목소리 대신 소수재벌과 대기업들에게 미디어·여론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기 위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윤 위원장은 "조례 폐지안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심대한 위협이 될 것이며 지난 수년 간 노력해왔던 공론장에서의 시민 목소리를 확보해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일거에 무위로 돌리는 폭거"라고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우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공영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없다며 조례 폐지안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 중 서울지역 공영미디어 TBS의 공적 기능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또한 이들이 서로 주장하는 바도 달랐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TBS가 자체적으로 예산 독립 문제와 정치적 편향성을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김현기 서울시의장은 지난달 22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언론노조의 '지역공영방송특위' 제안을 거절했다. 김 의장은 "노조와의 절충안은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이유는 간단하다. (조례 폐지안)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올해 안으로 TBS 조례 폐지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조례 폐지안을 대표발의한 최호정 서울시의원은 지난달 19일 YTN 인터뷰에서 "이거 없애고 싶은 마음 없다. 이 소중한 주파수 서울시민이 원하는 방송으로 만들어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시장, 서울시의회 의장, 대표발의자 모두 서울지역 공영방송은 서울시 홍보 방송을 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머무르고 있다"며 "지역 공영방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아니라 약 44조 원(2022년 기준)에 이르는 예산 의결권이 자신들에게 있으며 따라서 출자·출연기관인 TBS의 예산 지원을 폐지할 권한만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언론노조는 김 의장에게 "서울시의회 의장으로서 조례안에 대한 처리 절차와 공론화 과정을 주도하고, 시민사회와 TBS 구성원 목소리를 경청할 의무가 있음에도 '조례 통과'라는 목표를 정해놨다"면서 "같은 인터뷰에서 김 의장은 조희연 교육감의 공교육 정상화에 반대하며 '여야 합동 특별위원회' 설치 결의안을 언급했는데 '공영방송 특위'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한 것과 비교되는 정치적 행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김 의장은 이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아직 해당 상임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의장이 특정 조례안 처리에 힘을 실은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의 청부 입법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서울시의회 산하에 여야 합의로 '공영방송 특위'를 설치하고, 이를 뒷받침할 10명 이내의 자문단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자문단은 서울시의회, 서울소재 시민사회단체, 미디어 관련 학계 다양한 주체로부터 자문단을 구성하자고 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TBS에 대한 '공적책무 협약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현 TBS 조례 3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TBS미디어재단의 사업 항목을 TBS가 해야할 공적책무 조항으로 개정하고, 이를 예산편성과 결산을 규정한 조례 12조와 연계해 매년 경영평가 대신 공적책무 평가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TBS의 공적책무 이행 정도 지원 예산에 반영하면 공영미디어 TBS에 대한 평가는 물론 새로운 공적책무도 논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언론노조는 TBS 조례의 목적을 규정한 1조를 바탕으로 공적책무를 설정하고 세분화할 수 있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예를 들어 ▲미디어콘텐츠 ▲시민참여 미디어 서비스 ▲보편적 미디어환경 구축 ▲미디어 산업 발전 방안 분야 등으로 공적책무 분야를 설정한 후 지역 공영방송에 걸맞은 구체적 이행과제를 설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언론노조는 "민주주의에 TBS '뉴스공장'이 더 유해한가, 언론에 대한 정치권력의 개입이 더 유해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TBS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질문은 지난달 27일 한국언론정보학회 긴급세미나에서 등장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학자들은 '정치적 공정성'이 언론의 내용이나 존폐를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며 TBS 사태는 언론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외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학자들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폐지 검토와 이강택 TBS 대표 사퇴 촉구를 주장한 언론노조에 유감을 나타냈다.
윤창현 위원장은 "질문이 잘못됐다. 무엇이 더 해롭냐, 그래서 둘 중 무엇을 지키고 방어할 거냐는 질문에는 차악을 선택하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며 "미디어의 역할을 선악 사이의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안은 명징한 선악구도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런 문제의식의 배경은 권력을 가지고 TBS 편성에 개입하려는 국민의힘, 또 '뉴스공장'이라는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또 다른 정치세력 사이에서 '뭘 선택할 것이냐' 강요하는 것"이라며 "거대양당의 대립구도 속에 TBS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것이고, 사실추구라는 저널리즘의 절대가치에 답하지 않으면서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잘못된 질문"이라고 했다.
또 윤 위원장은 "공정성이 (언론을 평가하는)절대기준이 될 수 없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공정성은 대단히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수십 년 간 언론노조는 '공정방송은 노동조건'이라는 판례를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싸워왔다"며 "이제와서 특정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공정성은 절대기준이 될 수 없다'는 명제를 강조하는 것은 지난 언론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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