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감사원 정치개입 방지법'(감사원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감사완박"('감사원 독립성 완전 박탈'의 줄임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도·보수언론은 이를 두고 민주당이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비판의 결이 다르다. 중도 성향의 언론은 '표적 감사' 논란을 들어 감사원이 이런 법안이 발의되도록 빌미를 제공했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전 정부를 겨냥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논란을 모른 체 했다. 한겨레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한국 대통령의 소속 기관인 감사원을 독립시키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신정훈 의원 등 민주당 의원 60명이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은 감사원이 특별감찰을 하려고 할 때 감찰계획을 국회에 제출하고 승인받도록 했다. 또 감찰 금지 사항으로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옳고 그름)'를 추가하고 감사원 직원이 직무수행에 있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했다.
신정훈 의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 어민 강제북송 사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코로나19 백신 수급 지연 ▲대선 '소쿠리 투표' ▲국민권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전 정부 표적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감사원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못하도록 '정치감사' '표적감사'를 제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일 주요 중도·보수언론에서 민주당을 비판하는 사설이 이어졌다.
한국일보 <'정치 감사' 막겠다고 사전에 국회 승인받으라니>
서울신문 <국회가 감사원 통제하겠다는 야당의 위헌적 발상>
국민일보 <상식 벗어난 민주당의 감사원 통제법안>
세계일보 <특별감사 전에 국회 승인받으라는 민주당의 입법 횡포>
조선일보 <이번엔 감사원 무력화, 민주당은 민주당 위해 법을 만든다>
문화일보 <감사원까지 방탄기관 전락시키려는 민주당 立法 농단>
매일경제 <'감사원 통제법'으로 文정부 비리 덮으려 하나>
서울경제 <감사원 특감까지 통제하겠다는 巨野, 뭐가 그리 두려운가>
한국경제 <감사원 안방 내놓으라는 거대 야당의 '감사완박' 시도>
한국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은 민주당을 비판하면서도 감사원의 '표적 감사' 논란을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지금과 같은 여야 극한 대립을 감안할 때 국회가 감사원의 특별감찰 계획을 승인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쟁이 될 것이다. (중략)여야가 바뀐 상황이라면 민주당 역시 이 법안을 비판할 것"이라며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문제는 법이 아니다. 운용의 원칙이 사라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일보는 "이 악습을 끊기로 타협하고 정치 규범으로 자리잡게 하는 게 해법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처럼 노골적으로 '대통령 국정운영 지원'을 표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일보는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전 감사원장)이 "민주당 감사완박은 헌법체계를 파괴하고 감사원 독립성을 훼손하는 기상천외한 발상"라고 발언한 데 대해 "그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한국일보는 "감사원장 시절 그는 '41% 지지밖에 못 받은 정부의 국정과제에 국민적 합의가 있냐'고 말해 탈원전 감사의 의도를 의심하게 했고, 임기 도중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함으로써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훼손한 장본인"이라며 "감사원 독립을 말하려면 사과부터 할 일"이라고 썼다.
국민일보는 민주당의 감사원법 개정안이 오히려 정치의 감사 개입을 허용하는 법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이렇게 나오도록 감사원이 빌미를 준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를 감사한 것은 사퇴 압력용으로 여겨질 소지가 다분했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의 행보가 문재인 정부와 관련된 논쟁적 사안에 치중됐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렵다. 감사원은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기관"이라고 짚었다. 서울신문은 "물론 감사원이 국가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뭉갠 사례는 적지 않다. 정권교체 후 표적감사 논란을 자초해 온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감사원법 개정안은 문재인 정부 방탄용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중략)감사원을 없애거나 민주당 하부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검수완박'에 이은 '감사완박'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 법으로 득을 볼 사람은 문 정부 인사들"이라고 했다. 감사원 표적감사 논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화일보는 "문 전 대통령 시절의 감사원 흔들기를 돌아보면, 정치적으로는 후안무치의 극치"라면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의 비판에 대해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맞장구쳤다.
세계일보는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이 통과되면 결국 민주당 마음대로 특별감사를 승인할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중략)덮어야 할 문 정부 비리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자인하는 입법 횡포"라고 했다. 매일경제는 감사원 감사에 대해 "대부분 국가 재정, 에너지, 국민 안전 등과 직결된 사안인 데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이라는 최재형 의원 주장을 인용했다.

한겨레는 제왕적 대통령제 체제에서 정치권이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을 악용하려는 행태를 반복해왔다며 이참에 감사원 독립 방안을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5일 기사 <“초강력 대권 지닌 한국 대통령…감사원은 국회 소관으로”>에서 "감사원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 공방으로 흐르고 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그동안 대통령 소속의 감사원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며 감사원을 국회 소관으로 둬야 한다는 입장을 소개했다.
한겨레는 "최소한 입법권, 인사동의권, 감사권은 의회로 옮겨야 한다"는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의견, 지난해 2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예산정책연구>에 실린 '국회의 결산 심의 및 감사권에 관한 연구' 논문 내용 중 미국·영국·독일의 의회소관·독립 감사기구 사례 등을 전했다.
곽정수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는 칼럼 <전현희 위원장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에서 "문재인 정부는 감사원이 자기 뜻과 다르다며 감사를 막았다. 윤석열 정부는 감사원이 자기 뜻에 따라 무리한 감사를 하도록 했다"며 "이제는 이런 끝없는 내로남불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중략)정권의 파상공세에 맞서 자리는 지키는 게 진정한 용기이고, 감사원의 정상화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어 곽 선임기자는 "일부 보수언론은 감사원이 ‘국회 하위기관’이냐고 비난하는데, 그럼 감사원이 ‘권력의 하수인’이냐고 묻고 싶다"면서 "이참에 미국과 영국처럼 감사원을 행정부가 아닌 국회 산하로 옮기거나, 아예 독일과 일본처럼 행정부와 국회에 모두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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