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배제하는 방침을 세웠다고 채널A가 보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독립기관장에 대한 압박이 노골화되는 모양새다.
채널A는 18일 기사 <대통령실, 한상혁·전현희 업무보고 배제…“국정철학 안 맞아”>에서 "방통위와 권익위 업무보고는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업무보고에는 위원장 대신 부위원장이나 기획조정실장을 대신 참석시킬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렇게 되면 업무보고도 윤 대통령이 아니라 안상훈 대통령 사회수석이 대신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채널A에 "국가기관이니 업무보고를 받아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기관장을 불러서 국정과제를 어떻게 추진할지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 여권 관계자는 채널A에 "두 사람이 계속 직을 맡고 있으면 방통위와 권익위 소속 공무원들만 일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보도 이후 사실관계를 묻는 질의가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즉답을 피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기자들에게 "부처 업무보고는 일주일 단위로 일정을 짜고 있다"며 "다음 주 상황은 유동적이다. 한다 안 한다 확실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부터 취임 후 첫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은 장차관, 실국장 등 부처 간부들이 참석하는 이전 관례와는 달리 장관들로부터 '1대 1' 독대 업무보고를 받겠다고 했다. 이에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한상혁·전현희 위원장이 업무보고를 진행할지 관심사였는데, 배제 방침이 거론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이 같은 방침을 두고 "심각한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사직 강요 사건, 문재인 정부 환경부 산하 기관장 사퇴 압박 사건 등을 수사한 장본인이 윤 대통령이라는 지적이다.
안귀령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어 "'대놓고 사퇴 종용'이다. 법령상 임기가 정해진 장관급 위원장의 업무를 못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자신이 하면 정부 운영을 위한 정당한 요구이고, 남이 하면 '블랙리스트'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윤 대통령은 앞서 한상혁·전현희 위원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배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비공개 논의도 많이 하는데 국무위원도 아닌,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두 위원장은 설립 이후 예외없이 국무회의에 참석해왔다.
지난달 20일 감사원은 감사 착수 이틀 전 방통위에 감사일정을 통보, 현재까지 감사를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15명 안팎의 감사인원을 정부과천청사로 보내 방통위 기관운영감사를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방통위 기관운영감사에는 10명의 감사인원이 투입됐다. 아울러 서울남부지검은 한상혁 위원장이 채널A 재승인을 보류했다는 2년 전 고발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는 권경애 변호사와 주요 보수언론이 제기한 '권언유착' 의혹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정정 및 반론보도'로 판가름됐다.
두 위원장이 속한 정부부처는 업무특성상 법으로 정치적 독립성과 임기가 보장된다. 방통위 설치법은 방통위에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증진을 임무로 부여하면서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정부와 공직자를 감시하는 권익위원장의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하고 있다. 부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법은 위원장·위원의 '신분보장'까지 규정하고 있다.
한편, SBS가 여론조사기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9~10일 동안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상혁·전현희 위원장이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를 채워야 한다'는 응답은 59.5%로 나타났다. 반면 '정권이 교체되었으니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33.8%에 그쳤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SBS 뉴스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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