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들이 뿔났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 124명은 6월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소통과 연대의 정치’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에는 언론자유의 후퇴,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4대강 정비사업으로 탈바꿈한 한반도대운하,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강압수사, 용산참사 등 현안에 대한 비판적 주장이 담겼다. 서울대 교수들에 호응하듯 이날 오후에는 중앙대 교수들 67명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동국대, 성균관대, 성공회대, 연세대, 한신대 교수들도 시국선언을 예고했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이 시국선언은 큰 관심을 끌었다. 시국선언, 서울대 교수, 서울대 등이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고 4일 대부분의 조간들은 1면 머리기사로 이를 다뤘다. 네티즌들은 포털사이트 기사에 달린 댓글과 각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 이후, 서울광장 옆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아직도 촛불이 밝혀지고 있다. 물론 대한문 앞 촛불은 전경버스와 전투경찰의 방패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정치적 타살’이라는 유시민 전 장관의 말에 현 정부와, 정부에 동조했던 '조중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신문등의자유에대한법률(신문법)’과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지역신문법)’이 제정됐다. 신문법과 지역신문법을 통한 신문지원 정책은 낡은 미디어, 한물간 미디어로 평가를 받았던 신문시장의 인공호흡기가 되어왔다.이제 신문시장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전혀 새삼스럽지도 않다. 신문의 위기는 1990년대 말, 혹은 그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언론학계에서는 ‘신문 위기 원
우리나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머리 속의 ‘세계’가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가장 큰 나라인 미국이 있고, 그것보다 작지만 우리보다 ‘조금’ 큰 나라 일본이 있고, 그 옆에 한반도가 있으며 왼쪽으로는 큼지막하게 중국을 그려놓고 그 속에 상상의 동물과 식물, 미개인 따위를 잔뜩 그려놓는다(대륙의 …라는 이름이 붙는다). 마치 ‘판교 위에 분당, 분당 위에 천당’이라는 식의 농담처럼 말이다.그러나 대한민국은 어디까지나 동아시아의 일부이며, 그 ‘아시아’란 한중일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1987년 민주화 투쟁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버마의 8888 운동이나 중국의 천안문 사태 등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세 단체가 공동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벌인 언론관련법에 대한 미디어 전문가(방송 및 신문기자 500명, 언론학자 300명) 여론 조사 결과, 70%가 넘는 응답자가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4일 나타났다.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사이버모욕죄’에 대해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은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부와 기득권층의 비판 여론을 차단시켜 사실상 여론의 통제장치가 역할을 함으로써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며 비판해 왔다.그럼에도, 그동안 실시된 언론관련법 내용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사이버모욕죄의 응답률은 비교적 찬성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70%를 훌쩍 넘긴 반대로
*스포일러 조금 있음한국의 여자는 늘 엄마였다. 그저 여자로서 여자일 순 없었다. 남자는, 아니 아빠는 늘 외출 중이었다. 아빠들은 시대의 부름을 받고 독립투사 혹은 일제 부역꾼이 됐다. 이념 싸움에 휩쓸려 초록 군복을 입거나 빨갱이로 몰려 산으로 도망갔다. 개발 독재의 명령 아래 산업 역군이 되거나 민주화 투사로 감옥에 갔다. 늘 아빠는 제 자리에 없었고, 엄마가 그 자리를 채웠다. 국가를 되찾아오자는 외침이든, 국가를 건설하자는 선포든, 국가를 발전시키자는 구호든, 그에 상응하는 선언적 집단 동원 체제의 억압 공포를 맛본 1차 희생양은 아빠였고, 간접체험한 사람은 엄마였다. 비단 역사 흐름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근대성이 개인을 파고들면서부터 그랬다. 국가주의는 엄마의 이름에서 여자를 앗아갔다. 여자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문재완 위원이 지난달 22일 전체회의에서 ‘미디어위원회 운영에 관한 의견’을 문서로 배포하며 언론법 개정에 대한 여론조사는 부적절함을 재차 확인했다. 문 위원은 미디어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그에 따른 업무 범위에는 여론조사가 포함되지 않으며 민주국가의 대의 원리는 여론조사를 허용하지 않거나 바람직하지 않으며 결과를 반드시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안에 따라 여론조사가 부적절한 세 가지 이유를 내 세웠다. 먼저 여론조사 실시는 미디어위원회의 법적 지위와 업무 밖에 있다는 주장이다. 미디어위원회는 국회(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설치했지만 국민에게 직접 책임질 수 없는 조직으로, 위원회의 업무는 헌법과 법률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국회 문방위가 구체적으
생각보다 훨씬 가파르게 국면이 전환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두고 몇몇 언론과 기자들이 반성과 성찰을 다짐했었다. 검찰의 언론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동참했던 부역에 대한 자기고백이었다. 그런데 이도 ‘악어의 눈물’이었을까, 그 죽음은 이제 막 삼우제를 지났을 뿐인데, 까마득하다. 사정당국과 언론, 정보당국과 언론의 호응 관계는 여전히 뜨겁다. 제 버릇 개주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어젯밤 MBC와 SBS는 나란히 ‘3남 김정운이 후계자로 지명됐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충분히 헤드라인을 탈 만한 아이템이다. 상호 철통같은 경계를 맞대고 있는 나라의 최상층 권력이 승계되는 문제이다. 심화되고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가 실은 봉건 왕국을 꿈꾸는 ‘김씨 부자’의 권력 놀음이라고 한다면 마땅
전문지식·기술이 없는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간다면 대개 가게를 차린다. 작은 밑천을 들여 식구끼리 열심히 일하면 먹고 살겠지 하고 구멍가게, 채소가게, 세탁소 등등을 말이다. 뉴욕에서 자리잡은 한인채소상은 유명하다.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인 가게주인이 권총강도한테 봉변당하는 장면이 더러 나온다. 그만큼 한국교포들이 구멍가게를 많이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구멍가게조차 차리기 어렵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싹쓸이했기 때문이다. 10여년전에만 해도 직장을 잃으면 가게를 차려 먹고 살았다. 이제는 유통재벌 계열의 편의점, 슈퍼마켓이 동네를 점령해버려 구멍가게를 낼 엄두조차 못 낸다. 그 까닭에 실직자들이 밥집, 술집, 빵집, PC방, 노래방, 미장원, 통닭집에 달려들어 전국 어딜 가나 넘쳐난다.
대기업·신문의 지상파·종편 소유 반대, 언론학자 58~67% / 언론현업인 70.8~84.8%언론학자 10명 중 7명 대기업 보도채널 소유 반대, 신문 보도채널 소유 54% 반대한나라당이 6월15일 미디어국민발전위원회 활동 종료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언론관련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들어가려고 하는 상황에서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세 단체가 공동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6월2일 발표한 언론학자와 언론현업인들 대상 전문가 여론조사 결과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디어위 안에서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반대하면서, 언론관련법 내용에 대한 논의는 전문가의 몫이라는 논리를 내세웠기 때문이다.또한, 이번 전문가 여론조사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미
다시 광장에 촛불이 타올랐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듯이, 그렇게 하루 동안의 자유를 허락받은 시청 앞 광장의 봄밤은 다시금 촛불로 넘실거렸다. 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에 대한 MB식 애도는 시민들에게 단 하루 광장에서의 자유로 못 박았고, 아침이 밝아오는 동시에 전경버스를 동원하여 시민 분향소를 습격, 광장을 포위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 광장과 촛불의 봄의 재구금이다. MB정권 하에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민생은 온-오프 언로의 차단, 시위문화 자체의 봉쇄,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압으로 그 어디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하고 전달받을 수 없는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 국민적 촛불로 승화된 민주주의는 시민의 몸과 마음에 오롯이 새겨져
한나라당 쪽 위원들 “국민은 언론관련법 잘 몰라. 전문가에 물어야”‘전문가(언론학자, 언론현업인) 여론조사’ 결과,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종합편성채널 소유 반대 58~84.8%여야 합의에 따르면, 국회가 미디어발전위원회를 구성한 목적은 한나라당이 발의한 언론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모으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들은 ‘여론 수렴’의 대상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여야로부터 추천받은 자신들이라는 주장한다.하지만 ‘여론 수렴’이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한나라당 스스로도 인정했던 바다. 미디어위 발족에 맞추어 한나라당은 서울, 광주, 대구 등 전국 주요도시를 돌면서 언론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대국민 홍보활동을 계획했다. 미디어위에서 국민 여론을 모을 때 여당에 유
현재 지상파방송사가 제작한 프로그램 가운데 이미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이를 적극 지원하고 육성해야 하는가?도대체 이런 멍청한 물음도 있을까? 요즘 세대 용어로 이거야 말로 ‘당근’ 아닌가? 청와대와 한나라당, 방송통신위원회까지 여섯 달이 넘도록 자고 일어나면 ‘글로벌미디어기업 육성’ 운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근의 당근’ 아닌가?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멍청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 게 이 나라 방송계의 현주소다.KBS가 야심차게 기획한 와 등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폭력’, ‘섹스’, ‘스펙터클’이 아닌 교양 다큐멘터리가 해외 각국의 문화적 장벽을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동아시아로 흘러넘친 ‘한류’의 물결과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그나마 최소한의 것’이라며 던진 요구는 대통령 사과,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국정기조의 전환 등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좁힌 정도가 아니라 아예 뒤집었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온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 중요한 것이 등락의 수치라기보다는 추이와 추세라고 할 때, 민주당이 적당히 요구를 접지 않을 것이다.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압도하는 정치는 바야흐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 던진 ‘최소한의 요구’가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야성을 잃어버린 채 정글에 내던져져 쫓기기만 하던 민주당이 과연 최소한의 영토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가 달려있는 요구이다. 그런데 다소 산만하다. 지나치게 넓게 걸쳐있고, 본질과 비본질이 다소 섞여 있다. 공세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마음으로 ‘노제까지는 두고 보자’를 되삼켰던 일주일이었다. 오늘을 기점으로 언론은 제각각 그러나 각기 다르게, 추모 이후에 대한 말을 던지고 있었다. 오늘 아침 신문은 각각 DJ(경향), 서해(조선일보), 노무현(한겨레)을 1면에 올렸다. 어제, DJ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설명하며, ‘치욕’과 ‘결단’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 그 단어의 앞에 놓일 단어를 꼽자면, ‘조롱’과 ‘무시’쯤 될 것이다.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조롱과 무시’. 그렇다. 경향은 영결식 이후 도래할 사나운 앙시앵레짐(Ancien Regime), 구체제의 섬뜩한 복수를 염려하고 있었다. 광장을 막고, DJ의 추도사를 막고, 대나무 대신 PVC 만장을 쓰라 하고, 안보를 이용해 국면 반전을 시도하는
어쩌면 이렇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을까. 마치 오랫동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것처럼……. 조용한 기다림, 몇 발자욱 앞으로, 헌화, 묵념, 오른쪽으로 돌아서 상주와 인사, 조용히 빠져나가는 인파 뒤로 다시 한 무리의 추모객이 같은 순서대로 들어선다. 2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 100초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셈할 수 없다. 사랑은 시간으로 환산할 수 없기에. 그렇게 그분과의 마지막 만남을 준비한 사람은 국민장 기간 줄잡아 100만. 김해 봉하마을 분향소를 다녀간 추모인파의 숫자다. 무엇이 이토록 국민들의 마음을 묶어두는가. 봉하로, 봉하로, 무엇이 이토록 발걸음을 재촉하게 하는가. 가기 전에는 몰랐다. 거기 무엇이 있는지.전주에서 새벽 6시에 출발해 봉하마을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9시30분경. 분향
多言數窮, 不如守中 (다언삭궁, 불여수중 : 말이 많으면 곤란한 처지에 자주 처하고 알맞음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 도덕경 5장) 변희재 빅뉴스 대표가 에 게재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글이 세간에 논란되는 상황을 잘 나타내는 말이 아닌가 한다. 논란이 된 변 대표의 글의 요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을 했기 때문에 장례에 국민세금 한 푼 들어가서는 안된다’였다. 변 대표의 글의 여파로 5월26일과 27일에는 빅뉴스는 홈페이지가 ‘불통’이 되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3~4위까지 올라갔던 ‘변희재’는 변 대표 글의 파장을 새삼 느끼게 한다. 다만 이 논란 속에서 묻힌 중요한 문제를 끄집어내고자 한다. 변 대표의 수많은 직함 가운데 하나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아래 미
사례 1. 용인시 수지에 사는 K씨는 지난해 2월 ‘상품권 5만원권+무료구독 12개월’을 조건으로 중앙일보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지국은 무료구독기간 후에는 끊어도 된다는 확약서까지 작성해 가져갔다. 그러나 무료기간이 끝나 구독중단을 통보하자 1년 약정으로 계약했다며 상품권 반납과 1년 구독료 납부를 요구했고, 신문을 강제투입하고 있다. K씨는 공정위에 강제투입 관련 신고를 했으나 공정위 측은 계약이 끝났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강제투입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답했다. K씨는 소비자원에 민원을 접수하고 힘겨운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사례 2. 안양시 평촌에 사는 L씨는 상품권 5만원과 함께 조선일보를 구독하기로 했으나, 지국은 1년간 신문을 배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국은 1년이 지난 이번 달 들어 갑자
2차 대전 이후 세계질서가 재편됐다.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됨으로써 동서냉전체제가 구축됐다. 이와 함께 제국주의가 붕괴되면서 식민통치를 받던 약소국들이 해방되어 많은 신생독립국들이 태어났다. 한반도는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되었으나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국토분단에 이어 한국전이란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그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반세기만에 정치적·경제적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그런데 이제 산업화도 민주화도 뒷걸음질하는 형국이다. 분단국가에다 자원빈국인 한국의 경제성장은 경이적이다. 특히 1989년 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 구공산권 국가들이 한국을 선망하여 성장모델로 삼았다. 국민들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란 말에 자긍심을 느꼈다. 그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의 세계발전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보신 후 읽어주세요. 를 본 날은 그날이었다. ‘그 날’이었다. 바로 ‘그 날’이었다. 그 주의 총 수면시간이 열 시간을 넘지 않는 바람에 멍한 머리로, 아침에 뉴스를 보자마자 잠이 확 깨어 출근했지만 아니나다를까 하루 종일 실수투성이였다. 손님이 뭘 청하면 서비스직 비정규직 주제에 이런 날 자꾸 뭘 달래 하며 버럭 성이 나고, 그래도 간신히 흩어지는 정신줄을 모아서 네 손님- 하고 안 나오는 미소를 짓고, 유리컵 몇 개를 작살낼 뻔하면서 업무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끝나자마자 어딘가로 처박히고 싶어서 일단 황망히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집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영화 보러 나오
“사람 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내가 부둥켜 안을 때 모순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 붉은 태양에 녹아버리네.” 민중가요 ‘어머니’의 한 대목입니다. 집회에서 민가협 어머니들이 소개될 때 우리는 모두 일어나 저 노래를 불렀습니다.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은 돌이켜 놓고 생각해보면 정말 힘든 때였습니다. 아직 87년 6·10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여전히 군사독재정권은 계속되는. 화염병처벌법이 제정되고,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전교조 결성식에 ‘사수대’로 나선 제 동기가 첫 구속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집회는 여전히 관성처럼 2~3일 간격으로 열렸고, 매주 구속자가 나왔습니다. ‘어머니’를 부르는 일은 더 많아졌습니다.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