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세 단체가 공동으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벌인 언론관련법에 대한 미디어 전문가(방송 및 신문기자 500명, 언론학자 300명) 여론 조사 결과, 70%가 넘는 응답자가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4일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사이버모욕죄’에 대해 야당이나 시민단체들은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부와 기득권층의 비판 여론을 차단시켜 사실상 여론의 통제장치가 역할을 함으로써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후퇴시킬 수 있다며 비판해 왔다.

그럼에도, 그동안 실시된 언론관련법 내용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사이버모욕죄의 응답률은 비교적 찬성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70%를 훌쩍 넘긴 반대로 돌아섰다. 언론학자들은 76.3%가 도입에 반대했고 찬성은 20%에 그쳤다. 언론현업인들도 78.6%가 반대했으며 찬성 19.6%, 잘 모름 1.8%의 순이었다.

대표적 보수 매체인 프리존 뉴스가 지난 2월2일 보도한 ‘손예진 합성사진 파문, 사이버모욕죄 도입 부추길까’에 따르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가 전국의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사이버 모욕죄 신설에 대해 찬성 의견이 60.0%, 반대 의견이 32.1%로 조사됐다. 이는 인터넷상의 무책임한 악플 등으로 인한 유명 연예인의 자살 등 인터넷 부작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차이는 한나라당이 도입하는 사이버모욕죄의 핵심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데 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사이버모욕죄’의 경우 피해자의 요청이 없어도 처벌이 가능한 ‘반의사불벌죄’ 형태로 도입된다. 이는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수사기관이 인신공격이나 모욕에 해당한다고 임의로 판단해 수사에 착수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으로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단순히 ‘사이버모욕죄’ 도입의 찬반 여부를 질문한 것이 아니라 사이버모욕죄의 핵심사안인 ‘반의사불벌죄’를 포함하여 질문한 것이 특징이다. “선생님께서 인터넷에 어떤 사람에 대한 글을 올린 경우, 상대방의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기관이 인신공격이나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수사에 착수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십니까?”라고 물은 것이다. 이 물음에 76%가 넘게 반대했다.

“상대방의 고소가 없이도 수사에 착수해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 온전한 정신의 시민이라면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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