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광장에 촛불이 타올랐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듯이, 그렇게 하루 동안의 자유를 허락받은 시청 앞 광장의 봄밤은 다시금 촛불로 넘실거렸다. 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에 대한 MB식 애도는 시민들에게 단 하루 광장에서의 자유로 못 박았고, 아침이 밝아오는 동시에 전경버스를 동원하여 시민 분향소를 습격, 광장을 포위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시민의 자유와 권리, 광장과 촛불의 봄의 재구금이다.

▲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가 진행된 서울광장의 모습ⓒ나난
MB정권 하에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민생은 온-오프 언로의 차단, 시위문화 자체의 봉쇄, 표현의 자유에 대한 폭압으로 그 어디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전하고 전달받을 수 없는 비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전 국민적 촛불로 승화된 민주주의는 시민의 몸과 마음에 오롯이 새겨져 있지만 그 유통경로를 차단당함으로써 대중들의 말과 소통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있고 통과 시엔 언론의 자유 및 민주주의 자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극단적 폐해를 야기할 것이라 예상되는 한나라당의 언론관계법 개정안이 6월 임시국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언론악법’의 저지를 위해서도 미디어의 전략과 전술은 한 번 더 진화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매체들을 통한 새로운 소통로와 소통 공간의 정례화, 기존의 매체들 간의 접합과 ‘재매개(remediation)화, 첨단 정보기술의 세례로 기동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전자 매체의 발굴이 시급한 때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미디어 운동 자체를 다시 재구성해야 할 그런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할 시점에 있다고 생각된다.

시민들은 이제 보여지는 자체를 의심하며, MB정권 하에서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언론 및 포털의 기만과 왜곡에 지쳐 있다. 직접 촛불을 들고 직접 헌화하고 분향을 하는 2009년의 민주주의 시민들은 스스로의 행동으로 외치고 실천하기를 소망한다. 공감과 교감 속에서 그 모습을 더 빠르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온전히 보고 전달하고 받을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은 소통으로 하나 되기를 진정 원하지만 그토록 화해와 통합을 강조하는 정부와 언론은 차단과 해체로, 오히려 국민을 분열하는 이 시점에서 시민사회 미디어운동진영은 전술 미디어 등의 개발과 관련해 체계적인 연구와 실험들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전유하는 작업들의 필요성에 서둘러 눈을 떠야 하지 않을까. 촛불의 경험만을 추수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촛불에 응용됐던 다양한 미디어 전술들의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넘어 보다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미디어 행동주의 혹은 대안 미디어를 구성하는 공통의 노력으로 시민과 시민운동사회를 보다 더 가깝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혹한 5월이 지나고 다시 6월. 또다시 빼앗긴 광장에도 여름은 온다. 역사가 증명하듯, 민주주의의 여름은 계절보다 더욱 뜨거웠음을 잊지 않고, 체포된 광장으로 하나 둘씩 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의 발자국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작은 발자국 하나라도 온전히 보고 들을 수 있는 미디어의 재탄생을 화두로 삼아 새로운 실험들을 발굴해내는 노력에 동참하려 한다. 다시 운동화 끈을 조이며 절실하고 뜨거운 고민으로 시작하는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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