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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도 민주화도 뒷걸음질[김영호의 시사 칼럼]
김영호/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 승인 2009.05.28 17:14

2차 대전 이후 세계질서가 재편됐다.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됨으로써 동서냉전체제가 구축됐다. 이와 함께 제국주의가 붕괴되면서 식민통치를 받던 약소국들이 해방되어 많은 신생독립국들이 태어났다. 한반도는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되었으나 미국과 소련의 대립으로 국토분단에 이어 한국전이란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그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반세기만에 정치적·경제적으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그런데 이제 산업화도 민주화도 뒷걸음질하는 형국이다. 

분단국가에다 자원빈국인 한국의 경제성장은 경이적이다. 특히 1989년 공산주의가 붕괴된 이후 구공산권 국가들이 한국을 선망하여 성장모델로 삼았다. 국민들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란 말에 자긍심을 느꼈다. 그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의 세계발전지수에 따르면 2001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세계 11위이었다. 그런데 2007년 비교대상 188개국 중에 14위로 하락했다. 앞으로도 수년간 14~16위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다. 

   
  ▲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  
 
외부요인으로는 인구대국, 자원대국인 브릭스 4국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꼽을 수 있다. 내부요인은 수출위주의 산업정책에 의존해 내수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탓에 잠재성장력이 정체상태에 빠졌다. 내용면에서도 빈약하다. 2007년 1인당 GNI(국민총소득)는 1만9730달러로서 209개국 중 48위다. 실제 구매력을 평가하면 이보다 더 떨어진다. 심각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신자유주의 정책에 집착함으로써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어 갈등구조가 고착화한다는 점이다. 

해방 이후 합법성·정통성이 결여된 집권세력이 헌법파괴를 통해 장기집권체제를 구축했다. 군벌이 두 차례나 쿠데타를 일으켜 국권을 찬탈했다. 그러곤 국민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정치적 반대자를 무자비하게 고문, 투옥을 자행함으로써 정권을 유지했다. 국제사회에서 인권유린국, 언론탄압국이란 낙인이 찍혔다. 전형적인 정치후진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했다. 

그러나 4·19→5·18→6월항쟁을 거치면서 국민의 힘으로 독재체제를 종식시켰다. 민주헌법을 만들어 내고 직접 대통령을 뽑으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민주정치의 기반이 확립됐다. 주권재민이 존중되는 절차적 민주주주가 성숙되어가는 모습이었다. 고질적인 금권정치·부패구조도 뿌리가 많이 뽑혔다. 민주화도 산업화와 함께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만큼 성공한 편이다. 그 자부심이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이란 함성으로 울려 퍼졌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가운데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역대정권이 정도 차이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언론장악을 시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노골적이다. 방송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그런데 대선 당시 언론특보 출신을 방송계에 포진시켰다. 비판적인 언론인의 체포, 구속을 예사로 안다. 그것도 모자라 언론관계법을 뜯어고쳐 제도적으로 언론장악을 획책하고 있다.

법제화를 통해 사이버모욕죄 도입, 인터넷실명제 강화, 휴대전화·인터넷 감청을 기도하고 있다. 도심집회를 금지한다. 사회·경제·노동정책에 대한 비판적 의사표시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이다. 이것은 헌법이 기본권으로서 보장하는 표현·사상·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헌법을 떠나서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다.

이 나라는 국민이 몸을 던져 민주주주의 가치를 지킨 찬란한 역사를 자랑한다. 산업화의 주역도 국민이다. 경찰의 곤봉과 최루탄을 의존해 나라를 이끌 수는 없음을 전두환이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과 호흡하길 바란다. 이것이 퇴임 이후에도 존경받는 길이다.

김영호/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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