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쪽 위원들 “국민은 언론관련법 잘 몰라. 전문가에 물어야”

‘전문가(언론학자, 언론현업인) 여론조사’ 결과,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방송·종합편성채널 소유 반대 58~84.8%

여야 합의에 따르면, 국회가 미디어발전위원회를 구성한 목적은 한나라당이 발의한 언론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모으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추천 위원들은 ‘여론 수렴’의 대상은 일반 국민이 아니라 여야로부터 추천받은 자신들이라는 주장한다.

하지만 ‘여론 수렴’이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한나라당 스스로도 인정했던 바다. 미디어위 발족에 맞추어 한나라당은 서울, 광주, 대구 등 전국 주요도시를 돌면서 언론관련법 개정안에 대한 대국민 홍보활동을 계획했다. 미디어위에서 국민 여론을 모을 때 여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전 계획이었던 셈이다. 이는 한나라당 역시 미디어위에서 하는 여론 수렴이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이미 전제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미디어위 활동이 막바지로 치닫는 지금까지도 미디어위의 여론 수렴 활동은 거의 진전이 없다. 지역 공청회의 경우에도 공청회를 네 지역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그나마 부산, 광주 공청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특히 여론을 모으는 데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는 여론조사는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의 무조건적인 반대와 자유선진당 추천위원의 반대 동조로 실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여의도통신
여당 쪽 위원들, ‘언론관련법 평가는 일반시민 아닌 전문가 몫’ 궤변

이들이 내세우는 여론조사 반대 논리는 단순하다. 시간의 문제와 미디어법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율 문제를 꼽는다. 먼저 시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논할 가치도 없는 억지 주장이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시간이 문제라고 정말로 생각한다면, 미디어위 활동 때부터 제기한 여론조사 실시 요구에 응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주장도, 지금이라도 설문 문항에 대한 합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말이 안 된다. 시간상의 부적절성 문제는 단지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기 위한 구실일 뿐이다.

국민들에 언론관련법을 묻는 게 부적절하다는 반대 논리는 애초 황근 위원이 제기하고 최근 자유선진당 문재완 위원이 세련되게 다듬어 내세우고 있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뼈대는 대충 이렇다.

지금의 여론조사는 ‘규제대상(대기업, 거대 신문사)이 사회적 강자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지 여부를 국민에게 묻는’ 상황이다. 그런데 현재 국민들은 언론관련법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사회적 강자에 대한 규제가 정당하다고 평가할 것이며, 여론조사 결과는 편향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언론관련법에 대한 여론 수렴은 ‘전문가의 것이지, 일반 시민의 상식에 맡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곧 언론관련법 평가는 일반 국민보다 언론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 영역이라는 것이다.

미디어위가 해야 할 여론 수렴이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억지에 가까운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여당 쪽 위원들이 자신들 스스로의 주장처럼 미디어 전문가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전문가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미디어 전문가는 현재 방송사나 신문사 등 언론계에 종사하는 언론인과 언론을 전공으로 연구하는 언론학자일 것이다. 하지만 여당 쪽 위원들의 구성은 법학교수, 변호사 등 미디어 이외 분야의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더욱이 전체 미디어위 위원들 중 언론인 및 언론학자 직업군에 포함된 인원도 10명 내외로 소수다.

자 이제,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이나 문재완 위원 논리대로 한 번 억지를 펼쳐보자. 국민들보다 미디어위 위원들이 현재 미디어환경에 더 전문성이 높다. 이와 마찬가지로, 언론인과 언론학자들이 현재 위원들보다 ‘현재 여론조사의 현황과 변화 추세와 미디어법 개정 효과’에 대한 전문성이 더 높은 미디어 전문가들이며, 따라서 의견 수렴 결과가 편향될 위험성도 더 낮다. 따라서 이들의 의견이 여론이 돼야 한다. 한나라당의 논리를 펼치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전문가 여론조사 결과, ‘대기업과 방송의 방송뉴스 소유’ 압도적 반대

여당 쪽 위원들 논리에 따라 위원들보다 더 전문가인 언론인 및 언론학자들은 한나라당 언론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지난 5월19~22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방송 및 신문기자(500명)와 언론학자(300명) 등 미디어 전문가집단을 대상으로 대기업·신문의 지상파 진출 허용,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보도전문채널 도입 허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를 보면, 현직에 있는 언론인 및 언론학자들은 한나라당 언론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지분 소유에 대해서 언론인의 84.8% 언론학자의 67%가, 신문사의 지상파방송 지분 소유에 대해서도 언론인의 78%, 언론학자의 64.7%가 반대했다. 종합편성채널 대기업 진출 허용에 대해서 언론인(72.6%)과 언론학자(61%)들의 반대는 월등했고, 신문사 진출 역시 언론인(70.8%), 언론학자(58%) 모두 부정적 의견이 찬성을 압도했다. 보도전문채널에 대한 대기업, 신문사의 진출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언론인 및 언론학자들은 한나라당과 정부의 언론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한나라당과 여당 쪽 위원들의 논리에 따르면, 단지 미디어위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 언론관련법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가진 미디어 전문가들은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여당 쪽 위원들 논리대로 이것이 여론이다. 이것마저 부정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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