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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 ‘신문고시’[미디어운동場]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 승인 2009.05.28 17:20

사례 1. 용인시 수지에 사는 K씨는 지난해 2월 ‘상품권 5만원권+무료구독 12개월’을 조건으로 중앙일보를 구독하기 시작했다. 지국은 무료구독기간 후에는 끊어도 된다는 확약서까지 작성해 가져갔다. 그러나 무료기간이 끝나 구독중단을 통보하자 1년 약정으로 계약했다며 상품권 반납과 1년 구독료 납부를 요구했고, 신문을 강제투입하고 있다. K씨는 공정위에 강제투입 관련 신고를 했으나 공정위 측은 계약이 끝났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강제투입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답했다. K씨는 소비자원에 민원을 접수하고 힘겨운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사례 2. 안양시 평촌에 사는 L씨는 상품권 5만원과 함께 조선일보를 구독하기로 했으나, 지국은 1년간 신문을 배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국은 1년이 지난 이번 달 들어 갑자기 신문을 강제투입하며 구독료 납부를 강요하고 나섰다. L씨는 계약은 했지만 신문을 받아보지 못했다며 항의했지만, 지국은 계약내용만을 근거로 구독료 납부를 협박하고 있다. L씨는 조선일보 관련 지국을 공정위에 신고할 계획이다.

최근 들어 우리단체에는 신문구독 중단과 관련한 문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조선·중앙·동아일보 구독중단 문의다. 상품권, 현금을 동원한 조중동의 불법판촉행위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공정위의 단속과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불법판촉 행위가 다시 극심해지는 모양새다. 독자들의 고통과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경제를 신봉한다는 보수신문은 정작 스스로 참여하고 있는 신문시장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시장파괴행위를 벌여왔다. 이들은 언제나 ‘자율규제’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율규제’에 맡겼던 신문시장에 공정위 개입을 용인한 것은 ‘자율’로는 도저히 신문시장을 정상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2008년 5월 ‘서울지역 신문지국 신문고시 준수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중동 신문지국의 신문고시 위반율은 99%다. 또 지난해 공정위가 민주당 장세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08년 9월말까지 위반건수는 조선 124건, 중앙 62건, 동아 67건으로 81.6%의 비중을 차지했다. 과징금도 조선 440만원, 중앙 720만원, 동아에 370만원이 부과돼 총 과징금 1820만 원 중 84.1%를 차지했다. (미디어오늘, <조중동, 올해 신문고시 위반행위 81.6%>, 2008/10/16)

   
  ▲ 지난해 4월16일 오후 2시 서울 반포동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신문판매연대, 민주언론실천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신문고시 개정 반대 및 공정거래위원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송선영  
 
공정위의 직무유기

더 심각한 문제는 거대 신문사의 시장교란행위를 규제해야 할 공정위가 신문시장의 파행을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용호 위원장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신문고시를 재검토하겠다”고 하더니 올해 들어서는 신문 불법판촉 행위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실제, 필자와 통화를 한 불법판촉행위 피해독자들은 한결같이 공정위의 무성의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경향신문은 지난 4월29일, 공정위가 올들어 지난 3월말까지 접수한 신문 불법판촉행위 신고 건수 중 과징금을 부과한 비율이 137건당 1건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그마저도 아무런 효력이 없는 경고(97건)나 시정명령(25건) 등에 그쳤다.

‘아직도 경품 주냐?’는 한나라당 미디어특위 위원장

그렇다면 언론관계법 개정에 나선 정부여당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한나라당 미디어산업발전특위 위원장인 정병국 의원은 최근 중앙대학교 강연회에서 한 학생이 “조중동은 강력한 자본을 바탕으로 무가지와 경품을 뿌려 영향력을 확장한 것 아니냐”고 꼬집자 “무가지와 경품에 대한 단속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열심히 하고 있다. 아직도 경품을 주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며 애써 모른 척했다.

한 술 더 떠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여당쪽 진술인으로 출석한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은 “소비자가 신문만 보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자전거와 신문을 같이 사고 매달 얼마를 내는 것이다. 신문사는 단순한 신문사가 아니다. 신문사는 다른 것을 팔 수 있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신문고시 폐지 앞장서는 문광부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거대 신문들의 불공정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정책을 들고 나왔다. 문광부는 지난 5월6일 신문 유가부수 인정기준을 현행 구독료의 8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현행 신문고시는 구독료의 80% 밑으로 할인해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ABC협회는 구독료의 80% 이상을 받아야 유가부수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문고시는 경품이나 무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상한선을 구독료의 20%로 정하고 있다.

문화부가 유가부수 인정 기준을 50%로 대폭 하향조정한 것은 신문고시의 이런 내용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신문사들이 월 1만5천원인 구독료를 7500원으로 할인해 독자와 계약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결국 무가지나 경품을 제공할 수 있는 상한선을 대폭 높이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조중동 등 거대신문들은 그동안 신문고시를 어겨가며 확보한 독자를 합법적인 유가부수로 인정받는 것은 물론 유가부수를 뻥튀기해 정부 광고를 집중 배정받는 특혜까지 누릴 수 있게 된다.

임영아 문화부 미디어정책과 사무관은 부수인정 기준을 낮춘 데 대해 “세트 판매(조선일보+스포츠조선) 등을 2부로 인정해주면 (신문사의 광고유치에)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이었다”고 실토하며, “부수검증을 받아야만 정부 광고를 준다는 대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유가기준은 논란이 큰 만큼 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재조정하겠다”고 해명했다. (한겨레, 문화부 ‘유가부수 기준 80%→50% 수금’ 인하 방침, 5/20 16면)

공정위, 신문고시 폐지 검토

이처럼 신문고시가 사실상 고사 직전에 놓여 있는데도 한나라당은 신문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다며 신문법 제10조2항(신문사가 구독자의 의사에 반하여 구독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 무가지, 무상경품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과 3항(공정거래행위의 여부 및 그 처리 등에 관하여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을 모두 삭제하는 개악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 조항마저 삭제될 경우 ‘신문고시’가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공정위는 27일 신문고시를 규제 완화 검토대상으로 선정하고 폐지 여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신문고시, 정말 고사 직전에 와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언론관련 법제 개선, 미디어 수용자 운동, 대안매체 운동 등을 전개할 목적으로 1998년 8월 창립된 시민단체입니다. 41개의 단체가 참가하고 있으며, 현재 미디어행동의 사무처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김동찬/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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