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돌 맞아도 간다" "어쩔 수 없다"고 발언하자 주요 보수언론에서 체념 섞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민망하고 졸렬하다'(조선일보)는 평가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에 4표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은 보수의 자존심을 긁고, 결국 정권을 무너뜨리는 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은 김건희 씨 공천 개입 의혹과 핵심 인물 명태균 씨 관련 사안을 폭로 중인 강혜경 씨의 증언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공천 개입, 여론조사 조작 의혹뿐만 아니라 김건희 씨와 명태균 씨가 나눴다는 '영적 대화' 논란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 손바닥 '왕(王)'자 논란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 다음 날인 22일, 언론에 두 사람이 면담에서 나눈 대화가 구체적으로 흘러 나왔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우리 의원들이 헌정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면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김건희·채해병 특검법' 재표결 결과, '부결' 당론에 따르지 않은 국민의힘 의원은 4명이었다.
윤 대통령은 22일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부산 금정구의 범어사를 방문해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21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혜경 씨는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 데이터를 조작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2022년 재·보궐 선거 때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준 사람은 김건희 씨라고 주장했다.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인 강혜경 씨는 조작된 여론조사 자료를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받아보고 흡족해했으며, 여론조사 비용 3억 7500만 원을 윤석열 후보 측으로부터 받지 못했다고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 비용 대신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았다는 게 강혜경 씨 주장이다. 명태균 씨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전부 자신의 허세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혜경 씨는 또 김건희 씨와 명태균 씨가 '영적 대화'를 나누는 관계라고 증언하고 있다. 김건희 씨가 명태균 씨의 영적인 조언을 듣고 국정에 관여해왔다는 의혹이다. 강혜경 씨에 따르면 명태균 씨가 "윤 대통령은 칼을 잘 휘두르는 '장님 무사'이고, 김 여사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앉은뱅이 주술사'이니 장님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라고 김 여사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강혜경 씨는 명태균 씨의 '꿈자리' 조언으로 김건희 씨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취소,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 거절 등 해외 순방 출국 일정을 바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3일 조선일보는 사설 <민망하고 졸렬한 작금의 정권 풍경>에서 윤 대통령이 긴 사무용 테이블을 두고 한 대표를 정진석 비서실장과 함께 맞은편에 앉힌 것, 한 대표와의 면담 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찬 자리에 부른 것을 두고 "모두가 처음보는 이상한 풍경"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강혜경 씨가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사실 확인이 안 된 말들이지만 대통령 부부가 어떻게 이런 사람과 관계를 맺었는지 민망할 정도"라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어쩔 수 없다'면 특검안이 통과돼도 그만이라는 뜻인데 실제 그렇다면 다른 곳에서 만찬을 하던 추경호 원내대표를 굳이 부를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추가 이탈자가 계속 더 나오면 찬성 200표로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될 수 있다.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 그 사태의 파장은 특검이 실시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정우상 논설위원은 칼럼 <오죽하면 “김 여사 포함 3자 회동” 이런 말까지 나오나>에서 "결국 김 여사 문제를 풀지 못하면 보수층의 자존심도 상처를 입고, 방어의 성벽도 무너진다. 마지막 해법은 김 여사를 포함해 대통령과 한 대표의 3자 회동밖에 없다는 말까지 여의도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며 "헌정 사상 첫 탄핵은 대통령의 대단한 불법 때문이 아니었다. 최순실이라는 인물과 대통령이 맺은 관계가 국민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썼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 <“영적 대화” “장님 무사” “앉은뱅이 주술사”… 참 해괴한 얘기들>에서 "강 씨의 증언 내용은 황당한 데다 명 씨의 전언 형태여서 믿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해괴한 얘기로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그리고 나온 ‘王(왕)’자의 기억이 생생한 데다 그동안 국정과 관련해 석연찮은 일이 발생해도 납득할 만한 해명 없이 지나간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2022년 9월 대통령 부부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이 불발되자 '현지 교통 사정 탓'이라는 대통령실 해명에도 '일부러 지각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고 여권에서도 '서울에서 일찍 출발했어야 했다'는 말이 나왔다"고 짚었다. 동아일보는 강혜경 씨의 여론조사 조작,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다른 사설에서는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검찰이 김 여사가 연루된 사건들을 잇따라 불기소하면서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검찰을 신뢰할 수 없으며 특검을 통해 제대로 수사하고 필요하면 기소해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며 "여당으로서 야당의 일방적 법 통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끝없이 반복되는 ‘도돌이표’ 교착 상태를 풀 정치적 책임도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할 테면 해보라는 대통령의 의사는 확인됐다"며 "이제 여야 대표가 민심에 따른 합의점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버티기 선택한 윤 대통령, 이번에도 실기하려나>에서 "다음 (‘김건희·채상병 특검법’)표결에서 이탈표가 불과 4표만 더 나오면 정권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그런데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아무런 전향적 조치 없이 그냥 여당에 지켜달라고만 하는 건 매우 무책임한 자세다. 여당 의원들도 전부 독립적인 정치인인데 민심이 계속 나빠지면 동요하지 않을 재간이 있겠나"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윤 대통령은 주요 고비 때마다 터닝 포인트를 놓쳐 화를 키웠다. 명품백 사건이나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논란 등이 그런 경우"라며 "이번에 명태균 씨의 카톡 폭로로 메가톤급 이슈가 된 김건희 여사 문제는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심각한 형국이다. 이번에도 실기하면 다음 기회는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중앙SUNDAY 고정애 편집국장대리는 칼럼 <대통령의 놀라운 위기 자초 능력>에서 "그간 윤 대통령이 고집 피울 때마다 돌려세운 건 김건희 여사였다. 어쩌면 정무를 김 여사에게 외주(外注)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며 "이젠 위기의 진앙에 김 여사가 있다. 김 여사식 정무가 곤란해졌다"고 했다.
고 편집국장대리는 "다수의 민심은 물론 여당 지지자도 그 구조를 용납할 수 없다고 하는데, 윤 대통령이 반응하지 않으면서 김 여사는 더한 비난과 혐오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역사적 경험은 대통령이 지금처럼 해선 부인을 보호할 수 없다는 쪽이다. 대통령부터 산 뒤에야, 그러려면 부인 문제에 어느 정도 양보한 후에야, 부인을 보호할 여력이 생긴다"고 했다.
한편, 국민일보는 명태균 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명태균 소환도 못 하는 검찰>에서 "명태균씨는 엊그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 ‘검찰 수사’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태 검찰이 명 씨를 소환조사했다는 보도는 없었다"며 "김 전 의원의 지시로 명씨에게 돈을 보낸 강혜경 씨가 이미 수차례 소환조사를 받은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검찰이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강 씨의 주장은 명 씨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를 토대로 한 증언이어서 이른바 전문증거다. 형사소송법상 전문증거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갖지 못한다"면서 "그러나 강 씨의 이력과 국정감사장에서 재생된 통화 녹음 내용 등을 감안하면 그의 주장을 완전히 배척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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