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마지막 21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방통심의위 국정감사 키워드는 단연 '가짜뉴스'였다.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언론 보도를 포함한 온라인상 표현물에 대한 '가짜뉴스' 여부를 판별하고 삭제·차단하겠다는 윤석열 정부 방침은 언론·표현의 자유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의조차 불문명한 '가짜뉴스'를 여권 우위의 방통심의위가 법적 근거 없이 삭제·차단하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10일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과정에서 이 같은 난맥상이 드러났다.

"위원장이 바뀐다고 원칙이 바뀔 수는 없다"
그동안 방통심의위는 인터넷 언론 보도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이를 언론중재위원회로 보내왔는데, 이제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통해 심의·삭제·차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불법정보의 유통금지)에 나열된 9가지 유형의 불법정보 유형에 인터넷 언론 보도를 포함할 수 있다는 법률적 해석을 '가짜뉴스' 근절 대책의 근거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에 인터넷 언론 보도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동관·류희림 위원장은 이 같은 법적 해석을 "적극 행정"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 제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다른 법률에서 규정된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터넷 언론은 기본적으로 신문법 등록사업자로 규율되며 특별법인 언론중재법에 따라 언론중재위 피해자 구제 절차(정정·반론보도 조정)를 따른다.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언론 보도 민원을 언론중재위에 넘겨온 이유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방통심의위 탁동삼 확산방지팀장은 "'가짜뉴스'와 관련해 방통심의위는 독립심의기구이기 때문에, 저는 그 심의결정이 사회적 합의에 따른 법률 및 규정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람이 바뀌고 위원장이 바귄다고 해서 그동안 심의하지 않았던 기준과 원칙이 바뀌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탁 팀장은 지난달 방통심의위가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키자 류희림 위원장과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글을 올려 인터넷 언론 심의 확대를 지적했다. 탁 팀장의 문제제기 이후 방통심의위 팀장 11인은 '가짜뉴스 심의 추진'에 대해 "20여 년 남짓 근무한 중간관리자로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의견서를 류희림 위원장에게 전달하고 내부망에 게재했다. 언론탄압·검열 논란 속에서 방통심의위의 존립 이유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게 팀장 11인의 지적이다. (관련기사▶방심위 팀장 11인, '가짜뉴스 심의'에 "언론검열 우려")

조선·중앙일보는 가짜뉴스 심의 '예외'라니
류희림 위원장은 정보통신망법을 확대적용해 '가짜뉴스'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조선·중앙일보 등 신문사는 심의규제에서 제외된다고 말해 자의적인 법 해석·적용 논란을 일으켰다. 방통심의위 법률해석대로라면 인터넷 언론 등 온라인상의 모든 표현물은 통신심의 대상이 돼야 한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인터넷 신문은 신문법을 적용받지만 온라인을 통해 전송되기 때문에 정보통신망법을 확대적용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조선일보·중앙일보 등 페이퍼 신문도 인터넷판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방통심의위에서 심의하겠다는 취지이지 않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류희림 위원장은 "그건 굉장히 과도한 해석"이라며 "저희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변재일 의원은 "정보통신망을 통하는 것은 다 하는 것이다. 규제행정기관은 취사선택하지 말라"며 "(방통심의위 가짜뉴스 대책대로라면)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으면 안 되는 것이다. 해야되는 것인데 규제행정에서 재량권을 행사하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조선일보나 동아일보 등 메이저 언론사들이 만드는 인터넷 뉴스는 심의 안 하겠다고 했다. 어느 언론은 하고, 어느 언론은 안 하고. 엄청난 권력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11일 첫 인터넷 언론 심의로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상정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TV 방송사 보도의 유튜브에 대한 규제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변재일 의원이 "TV방송은 유튜브에 나온다. 유튜브에 나오면 정보통신망"이라고 말하자 류희림 위원장은 "지금 TV방송의 경우 유튜브에 나오는 것은 저희에(규제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류희림 위원장은 "온라인에서 특별히 그런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가짜뉴스가 나온다면 심의 대상일 수 있다"면서 "메이저 언론사는 자체 기준이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방통심의위, TV조선 '이동관 아들 학폭 공익제보자 오보' 제재할까
'메이저 언론은 심의하지 않는다'는 류희림 위원장의 주장은 야당 의원들의 비판에 의해 또 한 번 뒤바뀌었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지난달 언론중재위를 통해 정정보도가 이뤄진 TV조선 <[뉴스야?!] 선생님은 공익제보자?>(6월 10일) 보도에 대한 이동관·류희림 위원장의 입장을 물었다.
TV조선은 "사실 확인 결과, 전경원 씨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 아들의 학폭 은폐 의혹 등을 처음 제보할 당시에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2015년 공익제보 당시 전교조 소속이 아니었고, 2021년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으로 있으면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실이 없어 이를 바로잡습니다"라는 정정보도를 홈페이지·유튜브·포털에 게재한 상황이다.
TV조선 보도 당시 전경원 교사는 공익제보 당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소속이었고, 학교의 징계는 공익제보 1년 뒤 보복성으로 이뤄졌으며,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으로 근무하는 동안 이재명 대선후보를 공개지지하는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TV조선 보도 전후로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 후보자와 국민의힘은 같은 취지의 내용으로 공익제보자를 깎아내렸다.
조승래 의원은 이동관 위원장에게 사과를 촉구했으나 이동관 위원장은 "그 분이 결과적으로 전교조 활동을 한 것은 맞지 않나"라며 "그 당시 문건 다시 찾아보라. '당시 전교조 교사'라고 쓴 적이 없다. 전교조 활동을 했다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시절 <'학폭 사건' 논란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전경원 교사에 대해 "MBC 등 외부에 관련 문건과 학생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한 전교조 교사"라고 명시했다. 또 이동관 특보는 "2019년 12월 2일 MBC '스트레이트 하나고 의혹' 방송은 본인의 징계를 피하고자 학교 비리 의혹을 제기한 교사 전경원의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한 대표적인 악의적 프레임의 가짜뉴스"라고 했다. (관련기사▶TV조선 '공익제보자 허위보도' 진원지-확성기는 누구?)
조승래 의원은 류희림 위원장에게 해당 TV조선 보도에 대한 심의 여부를 물었다. 조승래 의원은 "TV조선의 보도는 상당히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방통위원장 검증을 방해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중요한 이슈"라며 "가짜뉴스가 명백하기 때문에 TV조선도 과징금 처분을 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류희림 위원장은 "TV조선에 대한 심의요청이 들어오면(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TV조선 보도에 대한 심의를 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방통심의위는 신문사, 인터넷 기사, 개인미디어 등을 비롯해 모든 콘텐츠가 망을 통해 돌아다니는 것에 대해 다 검열하고 심의하겠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무소불위의 검열심의기구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류희림 위원장은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심의 요청이 들어온다고 모두 심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취사선택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넷 언론 심의 '불가'→'가능' 검토의견 변경 배경에 '인사교체'
방통심의위 법무팀은 내부 의뢰를 받아 지난달 13일과 20일 두 건의 인터넷 언론 심의 검토의견서를 작성·보고했으며 '인터넷 언론의 보도물은 통신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1차 의견서는 일주일 만에 180도 뒤집혔다. 방통심의위 법률검토 의견 변경의 배경에 류희림 위원장의 인사조치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9월 15일 방통심의위 기획조정실장, 법무팀장, 통신심의국장 등의 인사가 교체됐다며 법률검토 의견이 변경된 이유라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은 1차 의견서의 경우 통신심의국 의뢰로 법무팀이 검토한 반면, 2차 의견서는 별다른 내부 의뢰 없이 작성이 이뤄졌다며 기획조정실장과 법무팀이 1차 의견서를 무력화하기 위한 2차 의견서 작성에 나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종육 방통심의위 기획조정실장은 "15일 부임하고 나서 인터넷 언론이 통신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검토의견서를 봤다. 법무팀장과 상의해 '중요한 법률해석에 관한 문제인데 한 사람의 변호사 의견으로 할 수 있나, 다른 변호사의 견해도 듣는 게 좋지 않겠나'해서 (2차 의견서 작성을)요청했다"고 말했다.
고민정 의원은 내부 담당국의 의뢰도 없이 법률검토 의견서를 다시 생산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종육 실장은 1차 의견서상 통신심의국 요청의 연장선상에서 2차 의견서를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 이종육 실장은 2차 의견서 작성에 류희림 위원장의 지시가 있었냐는 질문에 "상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법원 판결도 1심과 2심이 다르다"는 논리로 두 차례에 걸쳐 법률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1·2차 의견서를 동시에 보고받고 자신이 적극 해석해 2차 의견서를 채택했다고 말했다.
이에 고민정 의원은 방통심의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JMS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방통심의위가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설립한 이후 접수된 신고 상당수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의 신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승래 의원실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출범일인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접수된 신고 총 123건 중 54건이 JMS 신도 민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JMS는 교주 장명석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을 다룬 방송사 보도를 겨냥해 항의성 민원을 접수했다. 가장 많은 민원이 접수된 프로그램은 MBC 'PD수첩'(26건)이었다. 이어 SBS '그것이 알고싶다'(25건), JTBC(2건), GOODTV(1건) 등의 JMS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조승래 의원은 “정부·여당이 가짜뉴스 규제를 명분으로 법적 근거도 없는 센터를 만들었지만, 예상했던 대로 엉뚱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윤석열 정권은 언론을 겁박하고 포털을 길들이기 위한 가짜뉴스 여론몰이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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