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 협조 요청을 면전에서 거절', '특정 부처나 기관과 협업을 하는 것은 부적절'이라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바로잡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는 지난 21일 <미디어스 「언중위원장, 방심위원장 ’가짜뉴스 근절 협력‘ 요청 면전서 거절」 관련 기사(9.21.) 중,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서 바로 잡습니다>라는 제목의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정리하자면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과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이 비공개 면담에서 '가짜뉴스' 문제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기관이 '가짜뉴스' 문제에 대해 협력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회의자료, 협약·공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실은 방통심의위에 ▲언론중재위원장과 방통심의위원장의 만남 회의(속기)록 일체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도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 업무와 서로 중복되지 않는 범위에서 진행될 예정의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언론중재위와의 회의자료 또는 협약·공문 등 자료 일체 등의 제출을 요구했다.
27일 윤영찬 의원실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2023년 9월 21일, 방통심의위원장의 언론중재위원장 방문은 유사 기관 간 업무 설명 차원의 상견례 자리였으며, 별도 회의(속기)록이나 협의문은 작성하지 않았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또 윤영찬 의원실은 언론중재위에 '언론중재위원장과 방통심의위원장의 만남 회의(속기)록 일체'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언론중재위는 "예방 성격을 지닌 면담과 관련, 별도의 회의록 또는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언론중재위는 "방통심의위의 심의 기능과 위원회의 분쟁조정 업무는 업무 영역이 상이하므로, 각자의 역할과 기능에 충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누었다"고 밝혔다. "향후 양 기관이 인터넷 언론사 등의 '가짜뉴스'에 대해 상호간 의견 교환 등 협력하기로 했다"는 방통심의위 보도자료와 상이한 대목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1일 미디어스에 기사 수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다른 어떤 부처나 기관과 연합해서 뭘 해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연합)하게 된다면 위원장으로서 직무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의 발언 자체를 부정했다.
방통심의위는 이후 언론에 공개된 두 기관장의 모두발언 취지는 기관의 통상적인 업무를 설명한 것이었다고 입장을 뒤바꿨다. 이어 방통심의위는 두 기관장의 비공개 면담이 40분가량 이뤄졌고, 그 결과 서로 협력하기로 했다면서 모두발언만 보도한 기사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디어스는 비공개 면담 속기록을 요구했으나 방통심의위는 거부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의 내용이 그게(기사내용) 아니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서로 간의 면담 차원이고 잘 해보자고 얘기하는 내용인데 전체를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속기록을 재차 요구하자 이 관계자는 "그것은 정리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며 "어쨌든 비공개 회의를 어느 정도 정리를 해서 보도자료화 한 것"이라고 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비공개 면담에서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이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언론 심의·삭제·차단 규제 권한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이미 방송뉴스 분야에 대해서도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심의를)하고 있는 것처럼 인터넷 언론사에 대해서도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씀을 나누셨고, 그것에 대해 언론중재위원장님도 '예 그렇죠' 같이 공감을 하셨다"고 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이 방통심의위를 통한 기사 차단 가능성에 대해 공감하고 동의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예 그렇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중재위에서 이석형 위원장을 만나 "아시다시피 지금 온라인, 유튜브에서 여러 유해·불법 콘텐츠가 굉장히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중재위와 협력방안을 얘기하려고 인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은 "잘 아시겠지만 (언론중재위는)독립기관이지 않나. 법률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업무를 처리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며 "다른 어떤 부처나 기관과 연합해서 뭘 해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만약 (연합)하게 된다면 위원장으로서 직무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석형 언론중재위원장은 "또 언론중재위에 18개 중재부, 90명의 중재위원이 있는데 어떤 사건에 대해 사법기관처럼 독립해서, 어떤 간섭을 받지 않고 일한다"며 "저의 위치도 전체 통할은 하지만 각 중재부에 지시한다거나 간섭한다거나 그럴 수 없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고 했다.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은 "너무 잘 안다"고 답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 이하 방통위)는 지난 18일 인터넷 매체 보도를 '신속심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을 발표했다. 방통심의위에 '가짜뉴스 신고 창구'를 마련하고 신속심의를 진행한 뒤 포털 사업자에게 '선제적 조치'를 요청하겠다는 구상이다.
방통심의위는 21일 <인터넷 언론사 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까지 심의 확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방통심의위는 홈페이지에 '가짜뉴스' 신고 전용배너를 만들고, 심의신청부터 긴급심의까지 한 번에 진행될 수 있는 '원스톱 신고처리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가짜뉴스'에 대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의 주장에 의해 언론 보도가 인터넷 상에서 차단될 수 있어 '무소불위의 위헌적 검열기구가 탄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언중위원장, 방심위원장 '가짜뉴스 근절' 협력 요청에 "직무 벗어난 일"
- 방심위원, '류희림표' 가짜뉴스 심의에 "통제사회 만들겠다는 것"
- 초등학교서도 못본 방심위 감사실장의 사무총장 직대 겸직
- 방심위 '인터넷 언론 심의 선언에 "무소불위 검열기구 탄생"
- 방통심의위, 결국 인터넷언론 심의 선언
- "여권 방심위원, 정치성향이 심의 좌우하는 선례 만들어"
- 국민의힘이 갖다댄 프랑스 '정보조작대처법' 실체는?
- "가짜뉴스 근절하고 싶다면 TV조선·이동관부터"
- "가짜뉴스 신고센터, 방심위원이 언론 통해 알아야 하나"
- 방심위,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인용보도 무더기 '과징금' 결정
- '뉴스타파 검찰 수사는 비판언론 탄압' 51.5%
- '가짜뉴스 패스트트랙' 대상에 포함된 선거보도…"위헌적 발상"
- '가짜뉴스'로 모래성 쌓는 방통위 "방심위가 판별 잘할 것"
- 방통위, 인터넷 언론 심의·차단 패스트트랙 공식화
- "80년대 언론자유 짓밟던 군홧발, 검찰 구둣발로 바뀌어"
- 방통위 '팩트체크 실태점검', 결국 '보도 경위' 들여다보나
- 정권따라 사안따라 달라지는 방통심의위 사무처 잣대
- 방통위, 방송사 '팩트체크 실태점검' 착수…내친 김에 내용심의?
- 방통위, 방통심의위 통해 인터넷언론 심의·제재 추진
- '김만배 녹음파일'에 명운 걸겠다는 여권 방심위원들
- 이동관, 대놓고 방통심의위 심의 개입 선언
- 방심위 팀장 11인, '가짜뉴스 심의'에 "언론검열 우려"
- 방심위 법무팀, '인터넷 언론 기사 심의 불가' 검토의견 뒤집어
- "방심위, 1주일 만에 '인터넷 심의' 입장 뒤집어…법률검토 사주냐"
- JMS 교인 민원 창구로 전락한 방심위 ‘가짜뉴스전담센터’
- 조선·중앙일보는 가짜뉴스 심의 '예외'라는 방심위원장
- 과방위 국감서 드러난 '인터넷 언론 검열' 난맥상
- 뉴스타파 "불법적 검열에 굴종하는 선례 남기지 않겠다"
- 포털 공공성 강화 가로막는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
- '제도권 언론'은 뭐길래 가짜뉴스 심의 예외라는 방심위원장
- 야권 추천 방통심의위원 3인 "국회가 류희림 멈춰달라"
- 방심위 직원들, 점심시간 입단속에 "지금이 1983년인가"
- 언론시민단체, 류희림 방심위원장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 방심위원장 "방통위와 가짜뉴스 센터 협의" 들통·위증 논란
- 방심위 인터넷 언론 심의 우왕좌왕, 결국 누구 맘대로
- 이동관이 꺼낸 '가짜뉴스 근절' 보고서 따져보니
- 방심위 '가짜뉴스 심의센터' 직원들 "부서 옮겨달라"
- 방심위 노조위원장 후보 "우리 일터가 방송장악의 칼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