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무마 의혹’ 보도를 인용한 KBS·MBC·JTBC·YTN에 대해 과징금 제재를 확정했다. MBC는 "불공정 정치 심의로 판단한다"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방통심의위의 뉴스타파 보도 심의는 인터넷 언론사 심의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자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23년 제23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열린 2023년 제23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13일 전체회의에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한 ▲KBS <뉴스 9> 3000만 원 ▲MBC <뉴스데스크> 4500만 원 ▲MBC <PD수첩> 1500만 원 ▲JTBC <뉴스룸> 3000만 원 ▲YTN <뉴스가 있는 저녁> 2000만 원의 과징금을 확정했다. 과징금 기준은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3000만원이며 방통심의위는 최대 4500만 원까지 가중할 수 있고, 1500만 원까지 감경할 수 있다. 종편·보도전문 채널의 과징금 기준 금액은 2000만원이며 3000만 원까지 가중, 1000만원까지 감경할 수 있다.

야권 추천 김유진·옥시찬·윤성옥  위원은 ‘뉴스타파 인용 보도’ 제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유진 위원은 “뉴스타파 인용 보도에 대한 심의와 제재에 어떤 정당성도 없다”며 “부당한 심의를 강행하면서 민간독립기구의 위상도 무너졌고, 심의 공신력도 잃었다. 위원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뉴스타파 원 보도에 대해 통신소위는 시정요구를 내리지 못했는데, 해당 보도를 인용한 방송사에 과징금을 내리는 것은 모순”이라며 “대부분 방송사가 유사한 내용으로 보도했는데, 제재 수위가 다른 것을 보면 심의의 형평성도 무너진 것”이라며 “방통심의위 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정치 심의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옥시찬 위원은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탄핵을 당한다면 그 원인 제공의 50% 이상이 방통심의위의 후안무치한 심의 때문”이라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녹취록에 대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과징금 제재를 쏟아내는 것은 방통심의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의 편에 서서 보도하는 것이 공영방송인지, 아니면 권력의 입맛에 맞춰 방송하는 게 공영방송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방통심의위 현판(미디어스)

여권 추천 김우석 위원은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사과나 정정도 안 하고 (오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전혀 없었다”며 “끊임없이 제재와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방통심의위 심의 기능 자체에 굉장한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고 가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희림 위원장·황성욱·허연회 위원이 김 위원의 의견에 찬성해 4500만 원 과징금이 확정됐다.

이에 윤성옥 위원은 “유례 없이 공영방송 뉴스에 4500만 원이라는 과징금 결정에 너무 당황스러워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라며 “대통령실과 방통위의 가짜뉴스 규제 연장선상에서 과징금 제재를 내리고 있는데 정말 두고두고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위원은 “원 보도는 제재하지 못한 채 인용 보도에 대해 수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심지어 선택적으로 제재하고 있는데, 액수 차이 기준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오늘 위원들이 과징금은 제재할 수 있더라도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은 못 막는다”고 말했다.

여권 추천 위원 전원이 동일한 과징금 의견을 내면서 KBS, MBC, JTBC, YTN에 대한 제재가 확정됐다. 이들 방송사의 과징금 총액은 1억 4000만 원이다.

류희림 위원장은 과징금 제재가 확정된 이후 “정확한 사실 보도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해야 할 방송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대한 결과를 낳은 것”이라며 “과징금 확정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엄중한 조처”라고 말했다. 

안형준 MBC 사장이 13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과징금 의결을 앞두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안형준 MBC 사장이 13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과징금 의결을 앞두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MBC는 방통심의위 과징금 처분 확정 직후 입장문을 내어 “이번 결정을 절차적, 내용적 정당성이 결여된 불공정 정치 심의로 판단하고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방식의 대응을 통해 법의 이름으로, 정의와 상식의 이름으로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MBC는 “권력의 힘으로 MBC에 ‘희대의 국기문란’이라는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건 순간일 뿐”이라며 “가시밭길을 걸을지언정 권력 감시와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공영방송의 엄중한 소명을 흔들리지 않고 다하겠다. 그것이 MBC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바른 길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과징금 제재를 받은 한 방송사 관계자는 미디어스에 "민주당이 앞서 제출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안에서 명시한 방심위에 대한 위법적 업무 개입이 오늘 과징금으로 좀 더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과징금 의결에 앞서 안형준 MBC 사장은 추가 의견진술을 요청했으나 여권 추천 위원 전원이 반대해 무산됐다. 지난 2019년 방통심의위는 인터뷰 조작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KNN 대표이사의 추가 의견진술을 청취한 바 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