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제출한 '가짜뉴스 근절' 보고서가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심의 정책이 법적근거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증빙한다는 언론시민단체 검토의견서가 나왔다.
해당 보고서가 '가짜뉴스'의 법적 규정을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통신심의규정과 헌법재판소 판례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행정기구의 '가짜뉴스' 심의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6일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추진 현황과 해외 사례> 보고서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 류희림)가 '가짜뉴스'를 심의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야당의 질타에 해당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가짜뉴스 심의에 관한 법적 근거와 해외사례를 모아 국무회의 정식 안건으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방통위 '가짜뉴스', 법적 개념 아닌 사회적 개념 내세워
'가짜뉴스'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가짜뉴스'가 무엇인지 법적 개념부터 정의해야 한다. 방통위는 '가짜뉴스'의 사회적 개념을 서술하며 "입법 시 구체화 예정"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가짜뉴스'의 사회적 개념을 "정치적·경제적 이익 등을 위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고의적·악의적으로 왜곡하여 퍼트리는 정보"라고 정의했다. 방통위는 '가짜뉴스'의 사회적 개념이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추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 '오보'(mis-information)와는 구분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언론연대는 "방통위는 '가짜뉴스' 근절 추진에 대한 법적 근거를 공유한다면서 법적 정의 규정이 아닌 '사회적 개념'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했다"며 "'입법 시 구체화 예정'이라는 대목에서 법적 근거(정의 규정)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방통위가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의 번역어로 '가짜뉴스'(fake-news)라는 부적합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가짜뉴스' 용어의 문제점을 고려해 '가짜뉴스'와 '허위조작정보'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 고위전문가그룹이 2018년 펴낸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다차원적 접근> 보고서는 “가짜뉴스는 허위조작정보가 발생시키는 복잡한 문제들을 모두 아울러 지칭하기에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또 보고서는 일부 정치인들과 해당 정치인의 지지자들이 자신들이 동의하지 않는 보도를 묵살하기 위해 '가짜뉴스'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9년 방통위가 운영한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회의'도 '가짜뉴스' 용어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정파적 관점에서 동의하지 않는 모든 보도를 가리키는 등 정치적 공격 도구로 사용되면서 뉴스 자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는 진단이다.
언론연대는 방통위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상 '가짜뉴스' 정의를 제시한 데 대해 "DSA 실천강령에 나오는 '명백히 허위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라는 문구는 '가짜뉴스'의 정의가 아니라 실천강령이 목표로 삼는 정책대상을 지칭한다"며 "또한 실천강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정보의 개념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 보도 오류, 풍자 및 패러디, 명확하게 식별되는 정파적인 뉴스 및 논평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연대는 "방통위의 '가짜뉴스 근절 방안'은 정부여당이 과반수를 위촉하는 행정기구가 언론보도의 허위 여부를 직접 판별하여 삭제·차단 등의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EU디지털서비스법 등의 해외 사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심의 '사회적 혼란 야기 우려' 정보에 '가짜뉴스' 포함 안 된다
방통심의위는 통신심의규정 제8조 제3호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통신 내용'을 통해 '가짜뉴스'를 심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보도'(김만배 인터뷰)가 이 조항을 근거로 통신심의에 올랐다. 방통위는 이 조항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어도 방통심의위가 적법한 심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언론연대는 "통신심의규정의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통신 내용'은 허위성, 고의성, 악의성 등을 요구하는 허위조작정보와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가짜뉴스'를 심의하는 기준이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을 근거로 들었다. 인권위는 "현행 규정은 심의대상으로 ‘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 등을, 심의기준으로 ‘기타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며 "이러한 규정으로는 비록 사후적 심사라 할지라도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행정기관의 자의적 개입을 방지하기에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심의대상과 심의기준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이 함께 작용해 사실상 검열로 기능할 위험이 높아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보고서에서 '미네르바 사건' 관련 헌법재판소 판례(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위헌 결정) 중 소수의견만을 일부 발췌해 '가짜뉴스' 심의 근거로 제시했다. 위헌 결정이 난 법률 조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KBS가 보도를 통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입법'이라는 다수 재판관의 판단을 제시하자, 방통위는 재판관 다수가 보충의견으로 '허위사실 표현도 국가 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언론연대는 "해당 재판관들은 이 법률 조항을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통신에 적용하는 것은 공익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 함께 규제하게 되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연대는 "어떤 표현이나 정보의 가치 유무, 해악성 유무가 국가에 의하여 1차적으로 재단되어서는 아니되며, 이는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야 한다. 세계적인 입법례를 살펴보아도 허위사실의 유포를 그 자체만으로 처벌하는 민주국가의 사례는 현재 찾아보기 힘들다"는 조대현·김희옥·김종대·송두환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제시했다.

인터넷 언론, 정보통신망법 아닌 언론관계법 우선 적용
언론연대는 인터넷 신문의 이중적 지위(언론사·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와 관련한 법체계상의 문제에 관한 '특별법 우선주의'를 설명했다. 방통위는 일반법인 정보통신망법을 통해 인터넷 신문을 심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인터넷 신문은 특별법인 신문법을 우선 적용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우정 한국언론법학회 부회장은 지난 5일 KBS 보도에서 "신문법과 정보통신망법의 관계는 특별법과 일반법의 관계이고,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법리에 의해 인터넷 신문은 특별법인 신문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난해 6월 한국언론학회 세미나에서 "한국은 신문법·언론중재법을 통해 언론을 규율했는데, 망법은 일반법에 가깝다"며 "한국은 ‘특별법 우선주의’가 있다. 언론 기사에 대한 법적 논의를 할 때 망법이 아니라 언론 관련법으로 다루게 된다. 망법으로 다루는 것은 체계 정합성에 맞지 않고 낙제점에 가까운 법"이라고 했다. (관련기사▶'포털뉴스 규제' 민주당 당론법안에 "기본권 침해”)
정보통신망법 제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법률에서 규정된 경우 정보통신망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언론연대는 "우리나라는 인터넷 신문의 언론으로서의 지위를 우선하여 신문법·언론중재법을 통해 규율하는 체계를 유지해왔다. 방통심의위 출범 이후 방송이 아닌 (인터넷) 언론의 기사를 통신규정에 따라 심의한 전례가 없다"며 "방통위·방통심의위가 별다른 근거나 사회적 논의 없이 인터넷 신문의 이중적 지위를 내세워 통신심의 대상을 사실상 모든 언론 기사로 확대함에 따라 법정책적·법체계적으로 심각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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