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인터넷 언론 보도를 심의·삭제·차단하는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이 플랫폼 기업의 개혁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온라인상 허위조작정보와 혐오표현, 맞춤형 광고,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한국의 후진적 언론보도 규제가 플랫폼 기업을 책임주체가 아닌 '핍박받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규제는 국가가 언론보도를 심의하면 플랫폼 사업자가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삭제·차단하는 반강제적 방식을 예고하고 있다. 

13일 
13일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개최한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의 위헌성·위법성 검토> 긴급토론회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13일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개최한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의 위헌성·위법성 검토> 토론회에서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허위조작정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가짜 정보들이 사회적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정치적으로 왜곡된 가짜뉴스 담론이 진정한 해법을 막고 있다"며 "글로벌 사례를 보더라도 플랫폼으로 하여금 '이거 가짜뉴스니까 알아서 삭제해', 정부가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는 것을 삭제해달라는 이런 방식으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허위조작정보 중 해악이 큰 일부 불법정보 콘텐츠에 대한 삭제조치가 내려진다. 허위가 아니라 불법정보에 초점을 맞춰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 플랫폼 규제가 정말 필요한데, 그 방식은 정치적으로 압박해 '가짜뉴스를 삭제하라'는 식이 아니라 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현재 가짜뉴스 논란은 플랫폼을 정치권에 의해 핍박받는 존재로 만들어 플랫폼 개혁을 가로막는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고 짚었다. 

오 대표는 페이스북-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유출 사건, 페이스북 내부고발 사건 등을 사례로 거대 플랫폼 기업이 책임져야 할 정보의 유형을 설명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수천만 개의 페이스북 가입자 개인정보를 동의없이 모아 맞춤형 정치광고를 했다. 페이스북 가입자 개인정보가 2016년 미국 대선과 브렉시트 정치캠페인에 활용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2021년 페이스북 프랜시스 하우건 전 수석 프로젝트 매니저는 미 증건거래위원회와 하원에 '페이스북 페이퍼'를 제공했다. 내부고발의 핵심 내용은 페이스북이 '증오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불법유해정보와 혐오표현 등에 악용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또 페이스북이 '좋아요' '공유하기' 등의 핵심기능이 유해 콘텐츠를 증폭시킨다는 사실을 각종 실험을 통해 확인했으면서도 이를 무시했다는 고발이 이어졌다. 

오 대표는 "기사든 인터넷상 정보든 국가가 허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발상이 과연 타당한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2010년 미네르바 판결)도 나왔지만 '너는 진실만을 얘기해'라고 하면 저는 정말 아무런 얘기를 하지 못할 것 같다"며 "허위정보를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엄격한 기준에 따라 다른 사람의 권리나 사회적 해악이 명백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은 아무런 정의 없이 규제조치부터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가짜뉴스 근절 패스트트랙'에서 자율규제 형식을 언급하고 있다는 게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인터넷 언론 보도를 규제할 법적근거가 모호하자 사업자에게 일련의 조치를 강제하는 제도를 발표했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과연 이게 포털사의 자율적인 규제인가. 전혀 그렇지 않은 협박성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데, 법적근거가 없으니까 사업자들이 알아서 하는 형식으로 이 체계를 가겠다는 것"이라며 "가짜뉴스가 발생하면 신고를 통해 통신심의에 들어가고, 이를 (플랫폼)사업자에게 보내면 사업자가 규제를 한다는 것인데 이게 어떻게 자율규제에 해당되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에서 국가심의를 하는 내용을 사업자가 그대로 받는 것을 패스트트랙이라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포털사는 바람보다 빠르게 눕고, 낮은 자세로 기고 있다. 방통위는 패스트트랙 발표 전 네이버 뉴스서비스에 대한 사실조사 계획을 발표하고, 네이버는 팩트체크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얼마나 압박이 심했으면 가짜뉴스 신고만 해도 기사 상단에 심의마크를 붙이겠다고 한다. 네이버·카카오는 자율규제 중 하나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도 잠정 중단해 결국 2023년 9월부로 '국가심의'만 남겨진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내용은 국제적 기준에 반할 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고 자율규제도 아니다"라며 "인터넷 언론 뉴스를 사법적인 적법절차 없이 행정당국이 관여해 제한하고 있고, 디지털 회사가 자기들이 생산한 뉴스도 아닌데 자율규제의 주체가 되어 뉴스에 개입하고 있다. 혐오표현, 개인정보보호, 맞춤형 광고 등 지금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왜 이렇게 시간낭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오병일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왼쪽), 김보라미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럽연합과 영국정부는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너무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용어는 폐기돼야 한다는 것이 학술적으로도, 해외에서도 받아들여진 합의된 내용"이라며 "지금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2023년 한국사회에서 부활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비생산적이고 퇴행적인 양상"이라고 했다. 

2019년 방통위가 운영한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전문가회의'는 '가짜뉴스'라는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정파적 관점에서 동의하지 않는 모든 보도를 가리키는 등 정치적 공격 도구로 사용돼 오면서 뉴스 자체에 대한 불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가짜뉴스'라는 개념을 쓰지 말자는 이유는 그 개념이 모호하고 다의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용어가 정치적 효과를 낳기 때문"이라며 "해외에서 '페이크 뉴스'라는 것은 허위정보를 생산하는 주체가 허위정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언론보도의 형식을 흉내낸 것을 뜻했다. 그런데 이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많은 정치인들이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가짜뉴스' 딱지를 붙였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언론보도는 '가짜뉴스'가 아니다. '가짜뉴스'는 마치 언론사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허위사실을 일부러 유포하는 것처럼 매도하는 정치적 전략"이라며 "언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려는 권력자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최근 방통위 대책을 보면 사실상 언론사의 콘텐츠를 가짜뉴스의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언론을 심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인터넷상 언론보도에 대한 규제는 언론중재법에서 얘기하는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와 기존 신문사의 온라인 보도"라며 "정보통신망법에는 '언론'이라는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왼쪽),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불법정보의 유통금지)에 나열된 9가지 유형의 불법정보 유형에 인터넷 언론 보도를 포함할 수 있다는 해석을 '가짜뉴스' 근절 대책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에 인터넷 언론 보도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 제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하여는 다른 법률에서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이 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터넷 언론은 기본적으로 신문법 등록사업자로 규율되며 특별법인 언론중재법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 피해자 구제 절차(정정·반론보도 조정)를 따른다.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언론 보도 민원을 언론중재위에 넘겨온 이유다. 

김 실장은 공직선거법에 의한 언론보도 규제가 있지만 초유의 인터넷 언론 심의가 진행되는 뉴스타파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보도의 경우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등에서 심의대상에 오른 적이 없다고 짚었다. 

김 실장은 "방통위가 이런 식으로 (뉴스타파에 대해)시정명령·행정조치를 내린다면 이후 다가올 총선에서 모든 언론사는 심의대상이 된다"며 "이 문제를 단순히 뉴스타파라고 하는 인터넷 언론 보도의 부정확성과 사실 누락으로 한정할 수 없는 이유다. 뉴스타파 제재를 시작으로 방통심의위가 모든 언론에 대한 제재와 조치를 가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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