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정부 3기 출범과 함께 첫 국무총리로 내정한 이낙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한창인 가운데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경대수 의원에 대해 네티즌들의 '역검증'이 들어가고 있다. 경 의원 아들의 병역 면제부터 시작해 경 의원의 보좌관 출신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던 IDS홀딩스 사건까지 인터넷 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특히 큰 피해 규모에도 상대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IDS홀딩스 사건이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 (연합뉴스)

기자가 IDS홀딩스 사건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2월 경이다. IDS홀딩스 사기 사건은 실체를 파헤칠수록 경악을 금하기 어려운 대규모 사기 사건이었다. 사건을 취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변호사, IDS홀딩스에 속아 투자한 피해자들을 만났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막 은퇴한 아버지, 어머니들이었고, 사건의 진상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억울함을 전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IDS홀딩스 사건은 해당 회사의 대표인 김성훈이 홍콩 FX마진거래(*FX마진거래-국제외환시장에서 개인이 외국의 통화를 거래하는 것으로 상당한 금융지식을 요하는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겠다며 1만2076명으로부터 1조960억 원을 빼돌린 희대의 폰지사기 사건(*폰지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이었다. 하지만 국내계좌에 남아있는 돈은 890억 원뿐이다.

기자의 사견으로는 2조 원으로 시작해 8년 간의 추적 끝에 4조8000억 원까지 피해규모가 커졌던 조희팔 사건에 비춰봤을 때, IDS홀딩스 사건의 피해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순수 피해액은 조희팔 사건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현재까지 IDS홀딩스 사건의 순수 피해액이 7913억 원, 조희팔 사건의 순수 피해액이 약 8400억 원이며, 범죄 수익은 조희팔 사건이 2900억 원인 반면 IDS홀딩스 사건은 6012억 원에 달한다.

2008년 설립된 IDS아카데미를 전신으로 하는 서울 여의도 소재의 투자전문업체 IDS홀딩스는 월 2~3%의 수익과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조건을 제시했고,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하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홍보는 주로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인 대리점을 통한 소개와 알선, SNS 등을 통해 이뤄졌다. 저금리 시대에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한다는 말에 순진한 투자자들은 속아 넘어갔다.

IDS홀딩스는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금융 전문용어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물론 돌려막기를 통해 이자와 배당금도 빼먹지 않고 나눠줬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투자자들도 신뢰가 생겨 더 큰 금액을 IDS홀딩스에 투자했다.

하지만 실제 홍콩 FX마진거래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불가능한 투자였다고 보는 것이 맞다. 자본시장법 및 외환거래법에 따르면 FX마진거래 시 개인은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경유해야 하고, 해외 금융투자업자와 직접 거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FX마진거래는 파생거래이기 때문에 이를 권유·알선하는 행위 또한 무허가 파생상품중개업으로 처벌대상이며 일정 금액 이상의 해외송금도 외환거래법 위반이다.

사법당국의 미비한 대처도 한 몫했다. 2014년 IDS홀딩스 대표 김성훈은 사기·유사수신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피해액은 672억 원에 달하는 큰 금액이었지만 김성훈은 구속되지 않았다. 김성훈은 불구속 상태에서 추가 기소로 구속되기 직전까지 1년 동안 1조 원 이상의 돈을 끌어 모았다.

IDS홀딩스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모집책들은 김성훈이 불구속된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며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한국의 금융·사법시스템이 잘못됐기 때문에 무죄가 될 것이라고 끊임 없이 주장했고,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입금되는 이자에 안심했다. 그리고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6년 9월 검찰은 김성훈을 구속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있었다. IDS홀딩스는 치밀했고, 사법당국은 너무나 소홀했다.

▲조성재 변호사가 수백 명의 IDS홀딩스 투자자들을 모아두고 김성훈 대표가 무죄라는 취지의 강의를 하고 있다. ⓒ미디어스

특이했던 점은 피해자들은 IDS홀딩스에 투자한 이유 중 하나로 현직 국회의원인 경대수 의원을 들었던 것이다. 경 의원은 부장검사 출신 의원이며, IDS홀딩스의 고문변호사였던 조성재 변호사는 경 의원의 전직 보좌관이었다. 기자가 만난 피해자 B씨는 "조 변호사가 '경대수 보좌관 출신인 내가 변호하고 있는데 사기냐'고 했다"고 전했다. 피해자 C씨는 "경대수 의원 보좌관이라고 해서 더 신뢰가 갔다. 영상에도 나왔고"라면서 "조 변호사가 김성훈 대표 재판 중에도 무죄라고 했다"고 말했다.

조성재 변호사가 IDS홀딩스를 변호하기 시작한 시점도 절묘하다. 조 변호사는 2007년 1월부터 경대수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로 근무하다가, 2012년 경 의원의 보좌관이 됐다. 2014년 6월 경 의원의 보좌관 직을 사임한 직후인 7월 김성훈의 변호를 맡았다. 경 의원실 관계자는 "조 변호사는 자신의 의지로 그만뒀다. 경 의원님과 IDS홀딩스는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시기상 관련성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이 들수 밖에 없다.

경대수 의원은 2014년 IDS홀딩스 홍보영상에도 등장한다. 경 의원은 "IDS아카데미 창립 7주년을 맞이해 회장님과 대표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짧은 인사를 건네고 있다. 피해자들은 현역 국회의원의 영상인사가 IDS홀딩스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입을 모은다. 경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영상은 고향 동네 선배가 부탁한 내용으로 건네받은 문구를 그저 읽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김성훈 대표 외에 '회장님'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취재결과 IDS홀딩스 D회장은 경대수 의원의 초등학교 1년 선배였다. 그는 조성재 변호사의 선임과 관련해서도 "경대수 의원 선거운동 할 때 친구니까 도왔었는데, 그 때 조 변호사를 알게 됐다"면서 "김성훈이 사건 나면서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내가 조 변호사에게 한 번 변호를 해보겠냐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D회장은 "나도 피해자일 뿐이다. 돈을 많이 투자했더니 회장 직함을 줬다"고 주장했다.

IDS홀딩스 피해자 연합은 "경대수 의원의 처신으로 피해가 커졌다"면서 경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사기에 기여한 것 중 하나가 경대수 의원의 처신"이라면서 "이러한 처신이 '제2의 조희팔'이라고 불리는 사기에 이용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물론 경 의원의 사과는 없었다. 한 피해자가 경대수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IDS홀딩스 사건에 대해 항의하자, 경 의원의 보좌관은 "축전을 너무 많이 보내다보니 일어난 일"이라면서 "전혀 몰랐다"고 책임을 회피했다고 한다.

▲IDS홀딩스 홍보영상에 등장한 경대수 의원과 변웅전 전 대표. (사진=유투브 캡처)

2017년 2월 서울중앙지법은 김성훈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조960억 원을 빼돌린 사기 사건의 형량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슷한 사건의 경우 최유정 변호사 법조 비리 사건으로 유명세를 탔던 이숨투자자문 사건(1300억)의 실질적 대표 송창수 씨가 징역 13년, 탈북자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한성무역 사건(160억)의 한필수 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제기된 이유다.

낮은 형량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시점에 기자가 입수한 검찰 수사 자료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새누리당 고문을 지낸 변웅전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IDS홀딩스로부터 3억3000만 원의 현금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변 전 대표 역시 경대수 의원이 등장했던 홍보영상에 함께 등장했던 바 있다.

하지만 검찰 자료 어디에도 변웅전 전 대표를 수사한 내용은 없었다. 검찰은 참고인으로도 변 전 대표를 부르지 않았다. 보고도 모른 척 한 것인지, 수사 과정에서 누락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인의 시각으로 봐도 사기업체와 정치인 사이에 현금이 오간 정황에 대해 수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김성훈과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임주하 씨가 대표로 있는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의 사내이사가 변웅전 전 대표이며, 사외이사 겸 고문변호사가 경대수 의원의 보좌관 출신 조성재 변호사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혹을 더 했다. 메디치프라이빗에쿼티 설립 과정에서 임 씨가 김성훈과 몇 차례 면담을 했다는 IDS홀딩스 내부 직원의 증언도 있다. 이와 같이 김성훈과 관련된 회사가 5~6개 정도가 더 존재하며, 이 회사들에 IDS홀딩스가 빼돌린 돈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도 있다.

기자가 한 가지 확신하는 건 IDS홀딩스 사건은 대표 김성훈 하나를 구속한다고 해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실했던 부분도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대수 의원을 비롯한 관련 정치인들의 직접적인 해명과 관련 사안에 대한 검찰의 재조사와 함께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 IDS홀딩스가 빼돌린 돈에 대한 추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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