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유사수신행위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판결을 받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 검찰은 김성훈 대표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IDS홀딩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김 대표를 구속했다. 이어 경찰도 IDS홀딩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관련자 수 명을 긴급체포했다. IDS홀딩스는 홍콩 FX마진거래에 투자하겠다며 추정액 1조 원 이상을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IDS홀딩스의 동결된 국내계좌와 해외계좌를 모두 합쳐도 2000억 원도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사기행각을 이어가고 있는 IDS홀딩스. 그런데 IDS홀딩스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KR선물의 송 모 대표가 특정 방송에 고정 출연했던 것이 밝혀졌다.

KR선물 인수한 IDS홀딩스 김성훈

KR선물은 증권가에서 '압구정 미꾸라지'로 불리는 윤강로 회장이 운영하던 업체다. 윤강로 회장은 친이명박계로 잘 알려진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의 동생으로 8000만 원의 종자돈으로 13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한국 선물시장의 전설이다.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KR선물을 인수할 당시 주요 기사들. 김성훈 대표의 KR선물 인수는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2014년 11월 김성훈 대표는 윤 회장의 특수관계지분 50.1%를 사들여 KR선물을 인수했고, 송 모 대표는 김성훈 대표가 KR선물의 사내이사로 취임하던 2014년 11월 11일, KR선물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송 모 대표는 증권거래소 출신의 유력한 금융인으로 넥스트알파투자자문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본시장법상 국내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가 바뀔 경우, 금융감독원에 접수하고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당시 김성훈 대표는 사기·유사수신행위를 벌였다는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었다.

KR선물은 대주주가 바뀐 사실을 2년이 지나도록 공시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금융감독원 실사를 받은 후에야 지난 반기보고서에 대주주가 김성훈 대표임을 공시했다. 김성훈 대표는 금감원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 4월 14일 김 대표의 지분을 모두 처분할 것을 명령했다.

김성훈 대표는 결국 재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는데 재판 과정에서 김성훈 대표는 KR선물이 실질적인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거치지 않았지만, 자신이 이미 윤강로 회장에게 금액을 지불했다는 취지였다. 윤강로 회장은 실제로 2014년 11월 김 대표에게 회사를 매각한 후 경영에서 손을 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사실상 2014년 11월부터 KR선물의 실소유주는 사기·유사수신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던 김성훈 대표였던 셈인데 해당 회사의 대표가 방송활동을 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매일경제TV, KR선물 관계자 방송 출연시켜

매일경제TV는 2015년 6월부터 '미래를 투자한다, TV해외선물'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투자금액 총 1억 원을 놓고 서바이벌을 벌이는 투자프로그램으로 유명 아나운서까지 동원,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방송됐다.

▲매일경제TV에서 방송된 TV해외선물 프로그램 예고. (사진=네이버 화면 캡처)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유독 KR선물 관련자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KR선물의 대표이사인 송 모 대표가 눈에 띤다.

당시 KR선물은 복수의 언론이 '실소유주 문제', '김성훈 대표의 사기·유사수신행위' 등을 문제 삼으면서 전방위적인 압박을 겪고 있었다. 특히 김성훈 대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경우 언론사들이 촉각을 세우고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국내 3대 경제지 중 하나인 매일경제가 운영하는 매일경제TV가 이러한 상황을 문제 삼지 않고 KR선물의 송 모 대표를 출연시켰다. 금융을 전문으로 다루는 경제지 특성상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적다.

KR선물, IDS홀딩스와 아무 관계도 없다?

송 모 대표는 "저희는 IDS홀딩스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저는 경영자일 뿐이고 금융업에만 종사해 온 사람"이라며 "김성훈 대표는 KR선물의 대주주였을 뿐이고 저는 월급 사장이었을 뿐"이라고 김성훈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지난 2016년 2월 IDS홀딩스 홈페이지에 소개된 가족사 현황. 현재는 KR선물과 넥스트알파투자자문이 삭제된 상태다. (사진=IDS홀딩스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KR선물과 송 모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넥스트알파투자자문은 최근까지 IDS홀딩스의 가족사로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었다.

이에 대해 송 모 대표는 "IDS홀딩스 측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해서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우리는 IDS홀딩스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내용에 대해 지난 2월 송 모 대표는 기자에게 "같이 해볼 수 있는 것은 같이 해보자는 의미"라고 말한 바 있다.

송 모 대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 4월 14일 금감원에서 주식 매각 명령을 내렸다"며 "김성훈 대표 구속 건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일과 KR선물은 아무런 관련도 없다. 김 대표가 KR선물의 대주주였을 뿐"이라고 재차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IDS홀딩스가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는데, 당시 대관 주체가 KR선물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모 대표의 말 대로라면 KR선물은 아무 관계도 없는 회사의 사업설명회를 위해 대관 명의까지 빌려준 셈이다.

▲KR선물의 2014년 영업보고서 일부. 이사회 현황에 송 모 대표를 비롯해, IDS홀딩스 소속의 강 모 이사와 남 모 이사가 등장한다. ⓒ미디어스

또한 2014년 KR선물의 영업보고서를 보면 11월 김성훈 대표가 KR선물을 인수한 후 이사회 현황을 보면 송 모 대표 외에 강 모 씨와 남 모 씨 두 사내이사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두 IDS홀딩스 소속이다. 대표이사가 KR선물 사내에까지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IDS홀딩스 관련자들에 대해 과연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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