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칭하는 말로,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됐다. 한국에서의 가장 대표적인 폰지사기는 지난 2000년대 중반 희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이 전국에 10여 개의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4조 원 가량을 가로챈 사건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폰지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IDS홀딩스'라는 투자업체다.

투자업체 IDS홀딩스의 대표가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영업을 지속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추정되는 투자 피해액도 1조 원에 달하고 있어 '제2의 조희팔'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9일 대법원은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에게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합당한 판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IDS홀딩스가 유치한 투자금은 1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번 재판에서는 투자 초기의 672억 원만을 특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김성훈 대표의 추가기소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사기·유사수신 유죄 선고에도 투자자 유치하는 IDS홀딩스

IDS홀딩스는 지난 2008년 IDS아카데미를 전신으로 하는 서울 여의도 소재의 투자전문업체로 2012년부터 홍콩 FX마진거래를 통한 'FX마진론'에 투자하겠다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FX마진거래는 외환차익거래를 말한다.

IDS홀딩스는 월 2~3%의 수익과 원금을 보장해준다는 조건을 제시하며, SNS 등을 통해 자신들의 상품을 광고했다. 그리고 홍보는 주로 다단계와 유사한 방식의 대리점을 통한 소개와 알선의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IDS로 흘러든 투자금은 FX마진론에 투자되지 않았다. 일정금액 이상의 허가받지 않은 해외송금은 외환거래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및 외환거래법에 따르면 FX마진거래 시 개인은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경유해야 하며, 해외금융투자업자와 직접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다. 아울러 FX마진거래는 파생거래이기 때문에 이를 권유·알선하는 행위는 무허가 파생상품중개업으로 처벌대상이다. 애초에 실행 자체가 불가능한 투자였던 것이다.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의 사기·유사수신행위에 대한 판결문 일부. 전형적인 폰지사기 수법인 '돌려막기'를 했다는 점을 법원이 인정했다. ⓒ미디어스

홍콩으로 송금되지 않은 투자금은 대부분 기존 투자자에 대한 상환과 신규투자 유치에 사용됐다. 이는 실제로 법원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다. 사실상 돌려막기를 한 셈인데, 기존 투자자들은 손해가 없었기 때문에 IDS홀딩스를 신뢰하고, 대리점까지 차렸다. 그리고 각종 영업활동을 통해 투자자를 유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져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문제는 김성훈 대표가 유죄를 선고받았음에도 IDS홀딩스는 계속해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IDS홀딩스가 최초 유죄판결을 받은 시기는 지난 2015년 6월 19일. 그런데 업계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은 뒤 새로 모집한 돈만 수천억 원 이상이다"는 말이 돌고 있다. IDS홀딩스에 투자를 유도하고 있는 SNS글을 보면 이미 투자금이 1조 원 이상 형성이 됐다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IDS홀딩스의 한 대리점이 영업을 하고 있는 SNS. 1조 원 이상의 투자금이 모였다고 밝히고 있다. (자료=네이버 밴드 캡처)

이들은 김성훈 대표의 유죄 판결에도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음에도 FX마진거래 사업이 잘 돼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광고를 하며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지어 투자를 모집하는 사람들은 정기예금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기망행위로 사기에 해당된다.

IDS홀딩스, "불법영업? 우린 몰라"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인 지난 3월 경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조성재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다. 조성재 변호사는 정기예금보다 나은 상품이라는 취지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사업을 위해 작성한 계약서가 금전소비대차계약서"라며 "아시겠지만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차용증서는 돈을 어디다 쓰든 상관이 없고, 원금과 이자만 상환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투자약정서가 아니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말이다. 김성훈 대표 개인의 금전차용관계가 된다는 얘기인데, 그러면서 버젓이 영업은 '투자'를 목적으로 한다면서 진행하고 있다.

조성재 변호사는 "홍콩으로 해외송금이 진행이 되는데 정부가 엄격한 규제를 갑자기 시작했다"며 "사업을 진행하려는 의지는 분명히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피해자가 없다. 이 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당장의 피해자는 없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돌려막기가 계속 진행되다가는 차후에 훨씬 큰 피해규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조 변호사는 IDS홀딩스의 영업 대리점 부분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답했다. 본사에서는 영업대리점의 존재를 모른다는 취지의 말인 것으로 보인다. 해외송금이 안되고 있는 부분을 투자자들에게 설명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기소됐을 때 김성훈 대표가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얘기하고 공소장까지 다 읽어줬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자가 만난 서울 여의도 IDS홀딩스 모 지점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A씨는 "본사에서 우리를 모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본사에 가서 회의도 자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투자금이 홍콩으로 송금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아니다. 홍콩 HSBC은행에 들어가 있다"며 "그냥 회사에서 관리상 말을 안한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홍콩으로 송금된 돈은 없다.

IDS홀딩스, 새로운 방식의 유사수신행위까지…"추가기소 해야"

IDS홀딩스가 저지른 사기행각에 시민단체들까지 성명을 내고 나섰다. 성명에 참여한 시민단체들은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무원교육과 공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모임, 한성무역 사기-탈북민 피해 대책위원회, 동양그룹 사기 비해자 일동 등이다.

▲29일 시민단체들이 IDS홀딩스의 영업정지와 김성훈 대표의 추가기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디어스

시민단체들은 "IDS홀딩스의 사기사건이 심각한 것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대법원 유죄선고가 내려진 지금도 동일한 수법의 사기행각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서울 본사 뿐 아니라 부산, 울산, 창원 등 전국의 지사를 두고 전국적인 규모로 계속해 사기로 모집한 금액은 처음 기소할 당시 672억 원을 크게 상회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을 하면 할수록 사기 피해액과 피해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도 IDS홀딩스는 미국 셰일가스 개발 사업에 투자하면 월 3% 이자와, 2년 후 100% 원금 보장을 내세운 '새로운 불법 유사수신 행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들은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당국, 특히 검찰의 심각한 직무유기 때문"이라며 "검찰은 추가 수사와 기소를 시도하지 않았고, 주범들의 출국정지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IDS홀딩스에 대한 전면적 수사에 착수하고, 즉각 영업정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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