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를 두 달 앞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검찰 공소사실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윤 대통령이 전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유죄를 이끌어 낸 검사 윤석열에게 비수를 꽂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30일 한 위원장 면직안을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서면자료를 통해 검찰 공소장을 근거로 한 위원장이 형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방통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하여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고,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 소추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법원은 한 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형법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형법 제227조(허위공문서 작성) 등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점수 일부 항목을 과락으로 만들었다는 보고를 받고도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조작 사실을 모르는 방통위원들을 속여 TV조선에 '조건부 재승인' 결정이 내려지도록 했다 ▲평소 TV조선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민주언론시민연합 소속 A 씨를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에 포함하도록 직접 지시하고 방통위원들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방통위 내부 기준을 무시하고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유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마음대로 단축했다 ▲TV조선 평가 점수 조작 관련 언론취재가 들어오자 '방통위는 TV조선 점수 평가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했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은 실무자로부터 TV조선에 대한 재승인 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동 방송사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며 접수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방통위원장으로서 공정성을 저버렸다"고 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TV조선 감점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시 ▲적극적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받은 바 없다 ▲심사위원 선임은 심사일정 변경에 따라 결원이 발생해 정상적인 절차로 이뤄졌으며 방통위 간담회는 필수 요건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TV조선 승인 유효기간 부여는 방통위 전체회의 따른 결정으로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고 ▲보도설명자료는 허위가 아니고, 허위일지라도 허위의 인식이 없어 죄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특히 "이른바 진보적 성격의 시민단체를 최초로 심사위원 추천단체에 포함시키는 등 종편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치밀히 준비를 하였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이르면 뭐라 할 말을 잃게 된다"며 "추천단체의 선정은 위원장 개인의 결정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상임위원 간담회를 통해 결정되었으며, 더구나 결정 과정에서 형평성을 기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정반대의 성격을 갖는 시민단체로 평가되는 또 다른 단체를 동시에 심사위원 추천단체로 선정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면직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 면직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 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4일 국회에 출석해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가능한 법적 조치들을 통해 저의 정당성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며 "행정처분(면직)이 행해진다면 그에 맞는 법적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 윤석열에게 묻는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노조는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정치성향을 토대로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던 박근혜 정부 고관대작들을 추상같이 수사해 탄핵의 사유를 증명했던 검사 윤석열 ▲전임 정부가 임명한 공직자들을 쫓아내는 블랙리스트로 위법행위를 했던 문재인 정부의 장관을 단죄했던 검사 윤석열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노조는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 윤석열이 된 뒤로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총동원된 대통령실, 국무총리, 여당 의원들의 천박한 언어와 비천한 행위들 ▲대통령 윤석열이 검사 윤석열의 과거 수사와 그 재판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고, 공영방송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벌이고 있는 예정된 아수라장을 기억한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임기가 보장된 합의제 독립기구의 위원장을 법률적 다툼이 있는 상황에서 면직하는 것은 위법적이며, 위헌적 아니냐고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 윤석열에게 묻는다"라며 "대통령 윤석열의 방통위원장 면직 재가는 전임 정부 임명 인사 제거를 넘어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언론자유에 대한 정면도전이다. 대통령 윤석열이 검사 윤석열의 수사결과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동관 특보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공보실장,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이명박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언론특보 등을 역임했다. 이 특보는 이명박 정부 '언론 장악'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여기에 이 특보 아들의 학교 폭력·은폐 사건이 더해진 상황이다. (관련기사▶수그러들지 않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내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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