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언론현업단체들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은 “방송통신위원회 장악을 시작으로 공영방송 인사와 보도에 개입하고 통제하려는 수순”이라며 “낡은 작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오만과 불통으로 방송장악을 획책하려는 윤석열 정권과 정부 여당의 시도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23일 한상혁 위원장의 면직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청문을 열고 한 위원장 측 소명을 듣는다. 한 위원장 법률대리인이 참석해 답변할 예정이다. 인사처가 청문 내용을 근거로 면직안을 제청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재가할 가능성이 크다.

언론현업단체가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방통위원장 위헌적 면직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현업단체가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방통위원장 위헌적 면직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인사혁신처는 한 위원장에게 보낸 등기에서 면직 처분 원인으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들었다. 인사혁신처는 ▲종편 재승인 업무와 관련해 심사위원 선정, 심의·의결 안건 작성에 대한 부당지시를 한 행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평가 점수 조작 사실을 은폐한 행위(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보도 설명자료 작성을 지시한 행위(허위공문서작성) 등과 형사 기소된 사실로 인해 한 위원장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성실·공정 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속내가 뻔히 들여다 보이는 공영방송 장악, 미디어 공론장 장악 시도를 멈추라”라고 규탄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권력에 친화적인 방통위원장을 조금이라도 일찍 내리꽂기 위해 법으로 보장된 임기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위원장은 “방통위를 장악하고, 그다음 수순으로 공영방송 장악 절차를 본격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어제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여당의 압박에 못 이겨 중단하겠다는 입장까지 냈다. 언론 생태계가 쑥대밭이 돼 가고 있는데, 방통위가 장악되면 집권 여당의 칼춤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대통령은 법 제도를 형해화시키면서까지 (방통위원장 면직을) 강행할 것인데, 하려면 해라”면서 “언론인은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권력의 행위에 대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리도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열린 '방통위원장 위헌적 면직 시도 규탄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왼쪽)과 김동훈 기자협회장(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23일 열린 '방통위원장 위헌적 면직 시도 규탄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왼쪽)과 김동훈 기자협회장(오른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윤 정권의 방통위 장악 수순은 2008년 이명박 정부때와 매우 닮았다”며 “자기들이 기소하고 그 기소를 근거로 면직 처분까지 하려는 정말 소가 웃을 짓을 하고 있다. 방통위는 합의제 독립기구”라고 강조했다. 

김 협회장은 “면직을 밀어붙이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너무나도 뻔한 의도”라며 “다음에는 KBS, MBC 이사를 해임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고 할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인사 개입을 통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발상은 언론계는 물론 온 국민의 거센 저항해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10년 전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똑똑히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강성원 KBS본부장은 “자유 중의 최고 가치라는 언론 자유를 너무나 가벼이 여기는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에 대해 우려를 넘어 절망감까지 느낀다”며 “감사원이 9개월간 KBS를 감사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대통령실은 편법적으로 헌재와 대법원이 통합 징수의 합헌성을 인정한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겠다고 한다. 방통위원장 면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공영방송 굴복 의도 외에 다른 것이 있다면 임기가 두 달 남은 위원장을 굳이 무리하게 기소하면서 면직해야 할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족부터 강성원 KBS본부장, 이호찬 MBC본부장, 고한석 YTN지부장(사진=미디어스)

이호찬 MBC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은 MBC, 더 나아가 공영방송 탄압의 역사”라며 “MBC, KBS, YTN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이 이어졌는데, 지금까지는 1단계였다. 방통위원장 면직 절차를 시작으로 정부·여당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는 훨씬 더 빨리, 거칠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탄압의 강도가 더해질수록 노조는 더욱 강해질 것이고 반드시 탄압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한석 YTN지부장은 “방통위는 이명박 정권에서 탄생했고, 1대 방통위원장인 최시중 씨는 종편의 아버지”라며 “종편을 어린 아기처럼 보살펴 지금의 미디어 괴물을 만들어냈다. 조선미디어그룹이 최근 출고한 ‘자살 방조’ ‘유서 대필’ 의혹 기사들을 보면 결국 최시중 씨가 만든 미디어 환경이 우리에게 독인 것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지부장은 “지금 정부가 방통위원장에 목매는 것도 제2의 최시중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며 “최시중 씨는 인허가 비리에 연루돼 징역을 살았다. 언론노동자들은 그때보다 더 영리하고 집요하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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