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5일 임기를 마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김창룡 상임위원이 검찰의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의혹 수사를 "무리한 수사, 과잉수사"라며 검찰·법원·언론을 비판했다. 김 위원은 방통위 국·과장, 재승인 심사위원장 구속에 대해서도 "허접한 논리로 구속까지 시키는 데 대해 분노한다"고 작심발언했다. 

김창룡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사진=방송통신위원회)

김 방통위원은 이날 내부 통신망에 올린 퇴임사에서 "이렇게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평생 여러분의 노고와 협조를 잊지 않겠다. 마음 깊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하지만 이 자리에 함께 해야 할 국·과장님이 보이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김 방통위원은 "검찰은 처음부터 '점수조작' 운운했지만 정작 구속영장 청구에는 주요 범죄혐의라는 내용이 들어가지도 않았다"면서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 과잉수사였음을 짐작케 한다. 무엇보다 고위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요구나 지시를 해봐야 요즘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지난달 30일 기각됐다.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북부지법 이창열 부장판사는 "주요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현 단계에서의 구속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정도,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의 자기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방통위원은 "(2020년 재승인)당시는 TV조선 승인이냐 불승인이냐가 핵심 쟁점 사안이었다. TV조선은 조건부 승인에 안도했던 것으로 안다"며 "당사자가 불만이나 이의제기도 없던 사안을 느닷없이 검찰에서 마치 큰 문제나 발견한 것처럼 방통위를 허위·거짓 집단으로 몰고 갔고, 대부분 언론에서는 이를 크게 보도했다"고 했다. 

김 방통위원은 "언론은 점수 변경 혹은 수정이라는 중립적인 표현대신 검찰의 나팔수 역할을 했던 것이다. 법원의 무분별한 영장발부는 비판받아야 한다"면서 "그 결과는 행정부처 공무원들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공무원들을 복지부동하게 만드는 정부는 미래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방통위원은 "인신구속을 쉽게 하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인권수사,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고 해놓고 도주우려도 없고, 증거인멸도 하지 않는 평생 직업 공무원들을 허접한 논리로 구속까지 시키는 데 대해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억울하게 구속된 공무원, 심사위원장 교수는 당장 풀려나야 한다"고 했다. 

김 방통위원은 "그동안 공무원 신분으로 제가 하고 싶은 말도 자제하며 살아왔다"며 "그러나 이제 자유로운 몸이 되면 억울한 피해자들을 위해 그들을 변호하고 또한 여러분의 입장도 대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방통위원은 대구 계성고, 건국대 낙농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런던시티대에서 언론학 석사, 영국 카디프대에서 언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AP통신 서울특파원, 국민일보 기자로 언론인 생활을 하였으며 KBS·SBS 라디오 칼럼니스트,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방송위원회 보도교양심의위원·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활동했다. 인제대에서 언론정치학부 부교수,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김 방통위원은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지명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이 됐다. 방통위설치법은 방통위원 5명 중 2명을 대통령 지명 몫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 후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다. 

검찰이 한상혁 위원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방통위가 3인 위원 체제로 운영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야당 추천 최민희 방통위원 임명을 인사검증을 이유로 미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위원 후임자인 대통령 지명 몫만 행사해 위원장 대행을 맡기면 여당 우위의 방통위가 된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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