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임기 종료를 두 달 앞두고 면직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검찰과 언론으로부터 '토끼몰이'를 당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검찰 공소장과 언론보도를 통해 혐의사실에도 없는 '미치겠네'라는 문구가 퍼져 나가면서 여론재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은 1일 면직처분 취소 청구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한 전 위원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검찰의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감점 의혹 수사와 관련해 "초기부터 직원들이 조사를 받으면 내가 피의자가 아니었음에도 '위원장이 뭐라고 하더냐' 이런 (검찰측)질문이 이어졌다"며 "언론을 이용해 여론몰이를 한다는 건 뼈저리게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ㅂ)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한 전 위원장은 "'미치겠네'가 제 트레이드마크가 돼 버렸다. SNS에 글을 올리더라도 '미치겠네'라는 댓글을 다는 분들이 꽤 있다"면서 "이것은 범죄 혐의사실에 포함이 안 되는 내용이다. 공소가 제기된 사실에서 (TV조선 재승인 점수를)조작했다거나 수정 지시했다는 내용이 아예 없다. (언론도)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보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한 전 위원장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압수수색 등 수사를 벌인 지난 2~3월, 언론은 '검찰은 한 위원장이 재승인 심사 과정에 부당하게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점수 조작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 구속영장에 점수 조작 지시 혐의는 없었다. 법원은 한 전 위원장 구속영장을 "주요 범죄혐의에 다툼이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달 2일 한 전 위원장 기소를 전한 보도자료에 "TV조선이 일반 재승인 점수를 획득하자, 한상혁은 하급자인 방송통신위원회 국장 A 등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이에 A 등은 평가 점수를 누설하여 사후에 점수조작 등을 진행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서울북부지검  보도자료 갈무리
서울북부지검 보도자료 갈무리

검찰은 한 전 위원장이 2020년 3월 20일 아침 7시경, 방통위 국장으로부터 'TV조선이 재승인 기준 점수를 넘겼고 과락도 없다'는 사실을 전화로 보고받자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하며 자신의 당혹스러운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한 전 위원장이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고 말하며 TV조선 재승인 심사점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한 전 위원장이 했다는 발언을 작은 따옴표 처리했다.  

그러나 검찰이 공소장에 넣은 '미치겠네' 등의 표현은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한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판사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선입견을 품지 않고 재판에 공정을 기할 수 있도록 검사가 공소장에 혐의와 무관한 사실을 적어서는 안 된다는 형사소송 원칙이다. 상당수 언론은 한 전 위원장 공소장 보도에서 "미치겠네"를 이른바 '야마'(기사의 핵심을 뜻하는 언론계 은어)로 잡아 보도했다. 정부는 검찰 공소장을 근거로 한 전 위원장을 면직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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