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고발사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해 9월 2일 저녁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이하 수정관실)이 야근을 하며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났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진행된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혐의 재판에서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 소속으로 고발사주 사건을 초기 수사했던 A수사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A수사관은 서울중앙지검 고발사주 수사팀 선임수사관이었다.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손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을 고발해달라고 사주했다는 의혹이다.
대검 수정관실 하드디스크 25개 포맷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이날 재판에서 2021년 9월 27일 A수사관이 작성한 수사보고서를 제시했다. 해당 수사보고서에 대검 수정관실이 뉴스버스 고발사주 보도 당일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기록돼 있었다.
재판에서 나온 A수사관의 증언을 종합하면, 대검 수정관실에서 대검 연구관으로 근무했던 임홍석 검사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대검 수정관실 검사·수사관들이 컴퓨터 25대의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동영상·사진파일이 나왔다. 이들은 25대 PC에서 하드디스크를 분리해 다른 컴퓨터에 다시 설치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검 수정관실이 하드디스크 25개를 포맷한 날은 지난해 9월 2일 오후 8시 16분부터 8시 45분까지다. 대검 수정관실은 지난해 8월 20일 PC 25대를 새 PC로 교체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9월 2일은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사건을 보도한 날이다. 고발사주 보도가 나오자 PC 교체 불과 10여 일 만에 대검 수정관실 직원들이 야근을 해가며 하드디스크를 포맷한 것으로 보인다.
고발사주·판사사찰문건 압수수색 맞춰 안티포렌식 앱 설치
대검 수정관실 소속이던 임홍석 검사는 수 차례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 검사가 수사·감찰에서 휴대폰 포렌식을 방해하기 위해 이 같은 일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날 재판에서 현출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임 검사는 2020년 11월 25일, 2021년 1월 15일, 2021년 9월 11일 세 차례에 걸쳐 안티포렌식 앱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2021년 9월 11일은 공수처가 고발사주 사건과 관련해 김웅 의원, 손준성 검사 등을 압수수색을 벌인 다음 날이다. 임 검사는 9월 11일 새벽 1시 경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
임 검사가 처음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한 2020년 11월 15일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사유 중 하나인 '판사 사찰 문건' 논란으로 대검 수정관실이 대검 감찰부의 압수수색을 받던 날이다. 임 검사는 당시 해당 문건의 직접 작성자인 성상욱 당시 수사정보2담당관(현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의 지휘를 받고 있었다.
"포렌식 보고서 읽어보면 고발사주 사실관계 맞다는 결론 나와"
A수사관은 서울중앙지검이 지난해 9월 고발사주 사건의 주요 골자인 손 검사가 김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에 고발장이 넘어간 전달 과정을 사실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수사관에게 "사실관계만 보자면 수정관실 내부에서 검색된 판결문 등이 피고인(손준성 검사)을 통해 김웅 전 검사(현 국회의원)에게 전달이 되고, 김웅이 조성은 씨(당시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인데, (전달된 것 중에)기사 검색 링크, 제3자 판결문, 고발장 초안 등이 있다는 것"이라며 "피고인에서 김웅, 조성은으로 전달되는 사실관계 부분을 수사팀 차원에서 맞다고 확정한 것이냐"고 물었다. A수사관은 "그렇게 공유한 상황에서 사건이 진행됐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증거를)분석해보니 (사실관계가) 맞는 것 같다는 판단 단계까지 간(수사한) 것이냐"고 묻자, A수사관은 "그 부분은 맞다. 증거를 분석해서 맞다고 결론했다"며 "포렌식 보고서를 읽어보면 충분히 그렇게 결론이 나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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