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발사주' 사건 재판부가 피의자 손준성 검사가 발송한 문제의 고발장과 당시 조선일보 보도가 "일맥상통한다"고 판단했다. 

'고발사주'의 발단은 '검언유착' 사건으로 조선일보는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 이후 '제보자X'의 신원과 전력을 공개하며 "친여 브로커"라고 보도했다. 제보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보도다.

재판부는 검찰이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의 범죄 전력을 검색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고발사주' 고발장에 '제보자X'의 실명 판결문과 함께 피고발인으로 MBC·뉴스타파 기자들이 적시됐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발사주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4월 3일과 8일, 손준성 검사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여권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넘겼다는 의혹을 말한다. 

MBC '검언유착' 의혹 보도는 2020년 3월 31일 이뤄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검찰이 조선일보를 통해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의 신원·전과 등이 보도되게 한 후 고발장을 작성, 야당에 넘긴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부장판사 김옥곤) 심리로 열린 '고발사주' 사건 재판에는 수사정보정책관실 2담당관으로 근무했던 성상욱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부는 성 검사에게 2020년 4월 3일 조선일보 보도 전후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제보자X'와 관련한 논의를 한 적 있는지 물었다. 또 재판부는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3월 31일~4월 3일 사이 증거수집 차원의 업무·회의 여부 ▲대검찰청 지휘부의 내용확인·정보수집 지시 여부 ▲수정관실 직권 상급자는 검찰총장(현 윤석열 대통령)인지 여부 ▲조선일보 기사내용 검토 여부 ▲MBC 보도 제보자의 신원을 수정관실 수사관·검사들이 이미 공유하고 있었는지 여부 ▲조선일보 기자와의 친분 여부를 신문했다.

재판부는 "고발장 초안의 내용과 (조선일보)기사 내용 전체 취지가 상당히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기사 내용에 대해 수정관실 내부에서 공유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했거나, 업무차원에서 생산물이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성 검사는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기사 나고, 판결문 보고 한 것을 보면 어느 시점에는 사건과 보도를 놓고 얘기되었을 것 같다"면서 "페이퍼를 만들거나 보고한 기억은 없다. 뭘 작성하고 보고했으면 기억이 났어야 하는데 그런 걸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증인 외에도 다른 검사, 수사관들이 '제보자X' 판결검색을 했다. 모두가 기사를 보고 우연의 일치로 개별적으로 검색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수정관실 업무차원에서 기사가 검토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공수처 수사를 통해 성 검사 외에 수정관실에서 근무하던 임홍석 당시 검찰연구관, 수정관실 소속 수사관들이 '제보자X' 관련 판결문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제보자의 범행전력을 확인하는 이유나 목적은 뭔가. (업무상)수사참고사항이나 수사정보 수집은 알겠지만 피의자가 아니라 제보자의 범행전력을 먼저 확인한 이유는 뭔가"라며 "수정관실의 최초 액션이 제보자 범행전력 확인으로 보인다. 오히려 직접 관련자는 이철(신라젠 대주주, 전 VIK 대표), 검찰 간부, 기자가 있는 상황인데 제보자에 대해 먼저 정보를 수집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 검사는 "(조선일보)기사가 났지만 100%(사실)는 아니니까 사기·횡령 전과가 있는지 봐야 한다"며 "채널A 사건 전반으로 보면 최초 액션이 아니라 3월 31일 (MBC)보도 이후부터 어떤 사건이고 뭐가 문제가 됐는지 돌아보는 상황에서 보도가 정말 믿을 만한 내용인지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을 봐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4월 3일 증인과 피고인(손준성 검사) 사이에 조선일보 기사와 관련한 대화 자체가 전혀 없었나"라고 묻자, 성 검사는 "상황으로 보면 어떤 식으로든 분석·검토해서 (손준성 검사에게)보고드렸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그런데 제가 직접 가서 보고드렸거나 파일 전송을 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2020년 4월 3일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2020년 4월 3일 <친여 브로커 "윤석열 부숴봅시다"… 9일뒤 MBC '檢·言 유착' 보도> 기사에서 "채널A 법조팀 기자가 현직 검사장과 유착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제보를 압박했다고 MBC에 폭로했던 인사는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검찰'을 신랄히 비난해 온 현 정권 골수 지지자 지모(55)씨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손준성 검사가 발송한 고발사주 고발장에는 "최근 조선일보의 취재를 통해 그 '연결 고리'가 명확히 드러나게 되었다. 2020년 4월 3일 조선일보에서는 피고발인 지OO이라는 오로지 한 사람이 뉴스타파와 MBC의 '전속 제보꾼'이 되어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 가족, 측근들을 비방하는 내용을 전부 다 혼자서 제보했다는 사실을 취재하여 보도하였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한편, 성 검사는 세계일보 보도로 알려진 일명 '윤석열 대통령 장모 대응 문건'을 만든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같은 기간 성 검사 외에도 수정관실 직원들이 윤 대통령 장모 사건 관련 판결문을 수차례 검색·조회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성 검사는 장모 문건 관련 증언을 거부했다. 자신이 장모 문건 사건 피의자라는 이유에서다. 성 검사는 윤 대통령 장모 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됐다. 

공수처는 지난 2021년 장모 문건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였지만, 장모 문건의 수신자인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현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수사 과정에서 통신조회 논란이 불거져 수사를 중단한 상태다. 당시 법조기자들은 권 전 대변인 업무용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것을 두고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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