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6월 윤 대통령 나토 순방 당시 대통령실 참모의 부인인 민간인 신 모 씨를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킨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를 "사유재산처럼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밤 대통령실은 MBC에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10일 아침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은 나토 순방 당시 민간인을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킨 사실이 있다. 이 민간인은 검사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 모 씨였다. 신 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장기간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는 "신 씨가 선거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물밑에서 조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순방 당시 신 씨는 당시 윤 대통령 부부 지원을 위한 사전 답사 성격으로 윤 대통령보다 먼저 스페인으로 출국해, 나토 순방 중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일정과 의전을 확인하는 등 사실상 제2부속실 역할을 수행했다. 신 씨는 윤 대통령 나토 순방 후 대통령 전용기로 윤 대통령 부부, 수행단, 취재진과 함께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에도 사적 인연으로부터 비공식적인 조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MBC는 입장문을 통해 "문화방송은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거부가 언론 자유를 심각히 제약하는 행위로 보고 유감을 표하는 바"라며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밝혔다.
MBC는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대통령 전용기는 공적 감시의 대상이기도 하다"며 "문화방송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할 당시, 민간인 신 모 씨가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특종 보도한 바 있다"고 전했다.
MBC는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은 공공재산을 사유재산처럼 인식하는 등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MBC는 "특정 언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신청 등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는 구제 절차를 통해서 충분히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합의하고 구축해온 민주주의 질서를 무시하면서까지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이자 새로운 형태의 언론탄압이라고 여겨지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 21일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자리에서 "국회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실은 ▲국회는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야당 ▲'바이든은'은 '날리면'이라고 주장했다. 다수 언론이 이 같은 발언을 보도했지만 대통령실은 MBC를 콕 집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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