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앞두고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6월 윤 대통령 나토 순방 당시 대통령실 참모의 부인인 민간인 신 모 씨를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킨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를 "사유재산처럼 인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밤 대통령실은 MBC에 "대통령실은 이번 순방에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10일 아침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3박 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7월 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3박 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 7월 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윤 대통령은 나토 순방 당시 민간인을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킨 사실이 있다. 이 민간인은 검사 출신인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의 배우자 신 모 씨였다. 신 씨는 윤 대통령 부부와 장기간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권 관계자는 "신 씨가 선거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물밑에서 조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순방 당시 신 씨는 당시 윤 대통령 부부 지원을 위한 사전 답사 성격으로 윤 대통령보다 먼저 스페인으로 출국해, 나토 순방 중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의 일정과 의전을 확인하는 등 사실상 제2부속실 역할을 수행했다. 신 씨는 윤 대통령 나토 순방 후 대통령 전용기로 윤 대통령 부부, 수행단, 취재진과 함께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후에도 사적 인연으로부터 비공식적인 조력을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일 MBC는 입장문을 통해 "문화방송은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거부가 언론 자유를 심각히 제약하는 행위로 보고 유감을 표하는 바"라며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밝혔다. 

MBC는 "국민 혈세로 만들어진 대통령 전용기는 공적 감시의 대상이기도 하다"며 "문화방송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할 당시, 민간인 신 모 씨가 고도의 보안이 필요한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특종 보도한 바 있다"고 전했다.

MBC는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은 공공재산을 사유재산처럼 인식하는 등 공적 영역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MBC는 "특정 언론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신청 등 현행법이 보장하고 있는 구제 절차를 통해서 충분히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며 "대한민국이 합의하고 구축해온 민주주의 질서를 무시하면서까지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라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비판 언론에 대한 보복이자 새로운 형태의 언론탄압이라고 여겨지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 21일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했다가 나오는 자리에서 "국회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실은 ▲국회는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야당 ▲'바이든은'은 '날리면'이라고 주장했다. 다수 언론이 이 같은 발언을 보도했지만 대통령실은 MBC를 콕 집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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