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당시 발생한 비속어 논란을 MBC 탓으로 돌리며 "매국 허위방송"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비난은 MBC가 엠바고를 준수해 가장 먼저 방송했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현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간 만난 후 자리를 뜨면서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국회는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야당 ▲'바이든은'은 '날리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6일 아침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언론을 탓하고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간 국민의힘 과방위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MBC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은 보도 엠바고(오전 9시 39분) 전인 오전 9시 33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와 관련해 '막말'이라고 발언한 점을 들어 MBC와 민주당이 유착관계가 있다는 식의 음모론을 꺼내들었다.

그러나 미디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발언 영상은 MBC 기자가 개별적으로 찍은 것이 아니라 대통령실 풀기자단 자격으로 촬영했으며 타사에 공유됐다. 또한 윤 대통령 발언 영상은 엠바고 시점이었던 오전 9시 39분 이전에 이미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됐다. 부연하자면 박홍근 원내대표의 '막말' 발언 이전이다. 

또한 대통령실이 언론에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9시 경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기자단에 '공식 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데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비보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기자단은 대통령실의 요구를 거절했다. 국민의힘의 비난은 MBC의 관련 보도가 '첫 보도라는 점에서 문제'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 

MBC 사옥/ MBC 뉴스 로고 이미지
MBC 사옥/ MBC 뉴스 로고 이미지

또 MBC가 자사 유튜브에 윤 대통령 영상을 처음 올린 시점은 오전 10시 7분, 정오뉴스에서 보도한 시점은 오후 12시 11분으로 확인됐다. MBC가 엠바고를 준수해 보도윤리에 저촉될 소지가 없다는 얘기다. MBC가 영상을 공개하기 전 이미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을 지낸 김동하 씨가 엠바고가 풀린 직후인 오전 9시 41분 윤 대통령 발언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아~ 쪽팔려"라고 적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MBC는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발언 보도와 관련해 법적대응을 거론하며 압박하는 것과 관련해 "처음에는 사적 공간에서 이뤄진 발언을 보도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다가, MBC가 보도한 발언 내용이 틀리다는 공격으로 이어졌고, 그다음에는 대통령의 발언에는 비속어 자체가 없는데 MBC가 '가짜뉴스'를 보도했다는 식으로 언론 탄압의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며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MBC가 민주당과 내통했다는 '정언유착' 음모론까지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MBC는 "지금은 언론사에 대한 공격도 모자라, 해당 보도를 한 기자 개인에 대한 신상털기와 인신공격까지 가해지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MBC는 '좌표 찍기'를 통한 부당한 언론 탄압에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이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진실 보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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