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MBC 취재진에 대한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을 두고 다수 언론이 앞다퉈 '언론 탄압'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는 재고하는 게 옳다"고 썼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MBC에 대한 비난이었다.
조선일보 11일자 <대통령실의 감정적이고 단선적인 MBC 대응> 사설은 제목만 놓고 봤을 때 윤 대통령의 취재 제한 행위를 비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MBC를 "왜곡 보도를 일삼는 방송사", "정상적 방송사로 볼 수 없는 지경"이라는 표현으로 비난했다.
아래아한글에 복사해 문서정보를 확인한 결과, 조선일보 사설은 띄어쓰기 포함 897자(제목 제외)로 구성됐다. 대통령실을 비판하는 문장을 제외한 나머지 700자는 MBC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전체 분량의 약 78%에 달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MBC의 보도가 지나쳤던 건 사실"이라며 "자막 보도의 경우 음성 분석 전문가들도 '바이든'이라 단정하지 못하고, 앞뒤 문맥상으로도 그렇게 해석하기 어려운데 단정적으로 자막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뉴욕 순방 중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했다. 공동취재에 참여했던 모든 방송사들이 이 같은 자막을 달아 보도했는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MBC를 집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은'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9월 28일 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1.2%는 윤 대통령 발언을 '바이든'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날리면'이 맞다는 응답은 26.9%에 그쳤다. 지난달 7일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이 XX' 발언에 대해 응답자 63.2%가 '이 XX'로 들었고, '다른말로 들었다'는 응답자는 20%다.
조선일보가 MBC 전용기 탑승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도 언론탄압을 지적하는 다른 언론사들과 달랐다. 조선일보는 "왜곡 보도를 일삼는 방송사는 시청자가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다음에 사법적 판단으로도 걸러질 수 있다. 가장 좋지 않은 것이 권력이 직접 관여하는 것"이라며 "언론 자유의 기본 원칙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왜곡을 일삼는 방송사에 도리어 면죄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른 일간지들은 '언론탄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경향신문은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배제, 언론자유에 대한 도전이다> 사설에서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없던 언론탄압"이라며 "이번 사안은 국가 지도자가 민주주의 핵심 토대인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MBC 전용기 탑승불허, 반헌법적 '언론통제'다> 사설에서 "특정 언론만 집어 탑승을 불허하는 것은 실질적 취재 방해이며, 그런 점에서 언론탄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 언론통제를 즉각 멈춰야 할 것"이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대통령 전용기 MBC 배제', 언론 길들이기 아닌가> 사설에서 "공적 취재공간인 대통령 전용기 취재를 특정언론의 보도 태도를 빌미로 제한하는 것은 명백히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윤석열 정부가 공적 재산인 전용기 탑승 여부를 마치 정권의 특권이나 시혜처럼 여기는 언론관을 가진 것은 아닌지, 이런 조치로 언론을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언론 통제하려는 'MBC 전용기 탑승 불허' 결정 철회하라> 사설에서 "대통령실의 이번 결정은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근본적으로 결여돼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이라며 "윤 대통령이 줄곧 '자유'를 강조해 왔는데 자유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언론의 자유를 대통령실이 앞장서서 침해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다.
인용된 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는 지난 9월 26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인용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는 지난 10월 4일부터 5일까지 전국 성인 1022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3%,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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