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과 표결처리 과정에 대해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사람을 쫓아낼 목적으로 법을 바꾸는 처분적 입법은 위헌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방송미디어통신위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은 위원 추천을 거부할 방침이냐는 질문에 야당이 위원 추천을 거부한다고 해도 방송미디어통신위 기능을 마비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위원 추천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는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정책 기능을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체부가 담당하는 콘텐츠 진흥 정책은 이관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애초 김현 의원이 발의한 시청각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을 추진했으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정책 기능을 두고 문체부 등 관계 부처 반대 의견이 분출, OTT 정책을 빼기로 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방송미디어통신위법 부칙에 따라 직을 상실하게 된다. 또 민간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 신분이 된다. 또 국회 인사청문·탄핵소추 대상이 된다. 

12일 과방위 소속인 박정훈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과 상임위 처리 과정에 대해 "법 취지 자체를 왜곡해 이 법을 처리했기 때문에 위헌 대응을 통해 문제를 바로잡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것은 기존의 방통위설치법을 대체하는 법안이다. 내용을 보면 몇 가지 변화가 있지만 핵심적인 것은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중단시키고 새로운 합의제 기구를 만들어 다른 사람을 임명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라며 "일부 여당의원은 '정권 바뀌었으니 당연히 이진숙 위원장을 몰아내는 게 국민적 상식'이라는 말을 하는데 방통위원장은 법으로 임기가 보장돼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독립적으로 정권의 목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중립적으로 일을 처리하라고 (법에)임기제가 들어가 있는 것"이라며 "물론 이진숙 위원장이 중립적으로 일을 처리했느냐에 대해서는 국민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다만 법을 바꿔서 사람을 쫓아내는 법은 위헌적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어떤 목적을 위해 법을 만드는 처분적 입법이기 때문"이라며 "국민 전체에 적용되는 법이 아니라 특정한 목적을 갖고 법을 만드는 것은 위헌적 소지가 크다는 게 지금까지의 헌법재판소 판례"라고 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정책을 방통위로 이관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하는 큰 변화가 있다며 이진숙 위원장의 지위 상실은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정상적인 임기만료라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과방위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 공청회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에 따라 종전 위원의 임기는 자동으로 종료됐다며 위헌 판단이 나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은)긴 역사가 있는 논의이다.(중략)2008년 2월 방통위 설치법이 통과되고 나서 과거 방송위원회가 해산됐다. 제가 방송위 부위원장이었는데 그만두었다"며 "방통위가 설치됐을 때 저를 민주당에서 다시 추천했는데, 몇 명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제가 떨어졌을 뿐"이라고 했다. 김현 과방위 민주당 간사는 "방통심의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탄핵소추 도입, 공무원 전환은 조직개편이다. 그리고 7인(위원정수 확대) 조직개편이고, (기관)명칭을 변경하는 것도 개편"이라며 "과기정통부 35명의 공무원이 합의제 기구로 온다. 4~5개 분야 개편이 진행되는 것은 대단히 큰 변화"라고 했다. 

박 의원은 과방위가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을 처리하면서 안건조정위원회 절차를 형해화시켰다고도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 상임위 통과 전 안건조정위 소집을 요구했으나 약 1시간 만에 종료됐다.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는 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종료시킬 수 있는데, 야당 위원 중 한 명으로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참여해 회의 종료에 동참했다.

박 의원은 "안건조정위는 여야 3대3 동수로 최대 90일 간 논의할 수 있게끔 만든 일종의 상생법이자 협치법"이라며 "여기에 조국혁신당 의원을 넣어 4대2 구조를 만들었고 토론 30분 만에 일방적으로 여당이 통과시켜 버렸다"고 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방송미디어통신위가 설치돠면 위원 추천을 거부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민주당이 (거부)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진숙 방통위 체제가 김태규 부위원장이 사퇴하면서 2인 체제에서 1인 체제로 바뀌었는데 그러면서 방통위가 1년 가까이 사실상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하게 민주당이 만들었다"며 "민주당이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거기서 저희 당 몫까지 추천하는 걸 국회의장이 통과시켜야 되는데 그걸 통과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을)추천해봐야 저희는 어차피 구조가 밀리는 구조로 바뀌잖나"라며 "윤석열 정부 때는 한 명의 방통위원장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추천을 안 하면 기능이 마비되지만 지금 추천 안 한다고 해서 기능이 마비되는 구조가 아니다. 그래서 추천을 할지 말지 여부는 좀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봐야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최민희 방통위원 내정자를 대통령이 이유없이 6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은 전례가 있고, 지난해 8월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야당 몫 방통위원 추천을 '공작'이라며 거부했기 때문에 기형적 방통위가 운영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 구성은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추천 몫 2명, 여당 교섭단체 추천 몫 3명, 야당 교섭단체 추천 몫 3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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