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 공영방송은 정부 규제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등 보수정권에서 벌어졌던 방송장악 논란이 괜한 게 아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처리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EBS법·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으로 공영방송 거버넌스가 정치 후견주의를 탈피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방송4법 속도전의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법제도, 재원 등 공영방송 재정립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OTT 등 지금의 미디어 환경 변화는 통합 방송법이 제정된 2000년 당시와 비교할 게 못 된다.
문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사회적 미디어 논의기구가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여당이 입법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기존대로 OTT, 콘텐츠 등의 정책 기능이 분산됐다. 또한 방송3법 후속 입법 과제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확대, EBS의 방통위·교육부 종속 해소 문제가 꼽힌다. 언론3학회가 대선 전 제안한 대통령실의 미디어정책 콘트롤타워 역할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미디어스는 방송4법 개정, 공영방송 재원 독립성, AI시대 책무 확장, 세계 공영방송 좌표 등을 몇 차례 나눠 싣는다.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8월 18일, 방문진법·EBS법 개정안은 지난 9월 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공영방송 이사 정원을 늘리고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의 이사 추천 비율을 40% 보장하고 나머지 이사는 시청자위원회와 임직원, 방통위 규칙으로 정하는 3개 미디어학회와 2개 변호사단체가 추천하도록 했다.
하지만 방송3법은 공포된 지 1개월이 넘도록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실행 주체인 방미통위(구 방통위)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미통위 설치법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13일부터 3주 간의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국정감사 기간 중 대통령의 방미통위·방미통심의위 위원장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대통령·여·야의 방미통위·방미통심의위 위원 추천·위촉이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방송계에서는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개문발차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일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방미통위 위원을)국민의힘에서 추천을 하지 않더라도 (여권 위원이)과반을 넘길 수 있는 추천수가 되기는 한다. 출범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방미통위는 여야 4대3 구도로 구성되며 4인 위원으로 운영 가능하다.

방송4법을 둘러싼 법적 공방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과 KBS 구 여권 이사 6인, 박장범 사장, 김우성 부사장은 각각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방미통위 설치법과 개정 방송법의 '부칙'이 자신들의 정해진 법정 임기를 강제 종료시킨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방미통위 설치법 부칙 4조는 '정무직을 제외'한 방통위 공무원을 방미통위 공무원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진숙 전 위원장 임기가 자동종료됐다. 개정 방송법 부칙 2조는 ▲법 시행 3개월 내에 KBS 이사회를 새로 구성할 것 ▲기존 KBS 이사들은 후임 이사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것 ▲KBS 사장·부사장·감사는 후임자가 선임·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방미통위 설치법 헌법소원 쟁점은 공무원을 교체할 정도로 기구의 성격에 큰 변경사항이 있는지 여부, 처분적 법률로 인한 공무원 신분보장 규정 침해 여부, 해당 공무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미통위 설치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했던 유료방송 정책 기능을 방통위로 이관하는 내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하는 콘텐츠 진흥 정책은 이관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애초 시청각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을 추진했으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정책 기능을 두고 문체부 등 관계 부처 반대 의견이 분출, 방통위 개편 논의에서 OTT 정책을 제외했다. 민주당은 과기정통부의 유료방송 정책을 이관하고, 방미통심의위 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하는 큰 변화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형식상 민간독립기구인 방미통심의위는 방미통위설치법상 기존 위원 임기에 관한 부칙이 없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촉한 위원들이 '나는 고용이 승계됐다'고 주장하는 사태를 맞았다. 방미통심의위 사무처는 지난 2일 미디어스 관련 질의에 "방통심의위원 신분이 방미통신심위에 포괄승계되는지 여부는 사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라며 "위원 신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방송4법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추후 입법과제 논의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민주당 언론개혁특위는 일찍이 방송3법, 미디어 정부부처 개편 등을 언론개혁 과제로 설정하고 나머지 정책 과제는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위원회에서 추후 논의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당이 핵심 미디어 정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미디어발전위 출범 논의는 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법제·거버넌스를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 '미디어 혁신 범국민 협의체' 설치를 공약했다. 이에 국정기획위원회는 사회적 논의 기구의 이름을 가칭 미디어발전위로 설정했다. 현재 미디어 법제는 방송법, IPTV법, 전기통신사업법 등으로 흩어져 있으며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서 등장하는 뉴미디어를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 성취이자 새로운 투쟁의 출발점"
방송3법은 SBS, 지역MBC, 지역민방, EBS 소속 언론 노동자들로부터 '차별적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방송3법은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공영방송과 보도전문채널(KBS·MBC·EBS·YTN·연합뉴스TV)에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SBS, 지역MBC, 지역민방, 종합편성채널은 적용되지 않는다. 공영·민영, 재허가·재승인 기준으로 법 적용의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EBS는 방송3법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EBS 사장 임명권자는 종전과 같이 방미통위원장이고, EBS 이사회 구성에 있어 교육부장관 추천은 그대로 유지됐고, 교육단체, 교육감 협의체 등 교육계 추천은 증가했다. EBS 구성원들은 방통위·교육부 종속 문제를 비판해왔다. 예산, 인사권이 방통위와 교육부에 종속되어 있는 한 행정부의 '낙하산 인사' '경영 무력화' 관행을 끊어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8월 22일 성명 <방송 3법 개정은 역사적 성취이자 새로운 투쟁의 출발점이다>에서 "방송 3법 개정은 공영방송 독립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며 "모든 방송사업자를 규율하는 방송법의 보도책임자 임명 동의제 조항은 동의 대상과 적용 범위를 더욱 넓혀야 한다. 아울러 개정안 시행 이후 EBS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추가적 조치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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