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에 대해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법'의 위헌성을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의 부칙을 이용해 공무원의 임기를 종료시키는 '위인폐관'으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정책을 방통위로 이관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을 정무직 공무원으로 규정하는 큰 변화가 있다며 이진숙 위원장의 지위 상실은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정상적인 임기만료라는 입장이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현 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현 소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소위원장 김현)는 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발의한 방통위설치법 개정안과 김현 의원이 발의한 시청각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을 병합 심사해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 대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반발, 불참했다. 민주당은 오는 11일 과방위 전체회의,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는 유료방송 정책 기능을 방통위로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체부가 담당하는 콘텐츠 진흥 정책은 이관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애초 김현 의원이 발의한 시청각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을 추진했으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정책 기능을 두고 문체부 등 관계 부처 반대 의견이 분출, 방통위 개편 논의에서 OTT 정책을 빼기로 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 위원 수는 7인이다. 최민희 의원안(9인)과 김현 의원안(5인)을 병합심사한 결과다. 상임위원 3인과 비상임위원 4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상임위원 3인은 대통령 추천 1인, 여야 교섭단체 추천 각 1인으로 구성되고 비상임위원 4인은 여야 교섭단체가 의석수 비율에 따라 추천하게 된다. 기존 방통위의 정무직 공무원, 즉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법 부칙에 따라 직을 상실하게 된다. 또 민간독립기구인 방통심의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 신분이 된다. 국회 인사청문·탄핵소추 대상이 되며 국무회의에 출석해 의안 제출을 건의할 수 있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진숙 위원장 축출을 위한 졸속 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방위 야당 간사 최형두 의원은 "특정 인물을 축출하기 위한 졸렬한 '위인폐관' 법안"이라며 "국가기관 자체를 폐지하고 새 간판을 내걸어 특정인의 퇴진을 유도하는 방식은 헌정사적으로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최형두 의원은 "1980년 신군부가 국보위(국가보위입법회의)법 부칙조항을 이용해 공직자들을 몰아낸 것을 선례로 들 수 있다. 이는 이후에 설립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며 "전문가들은 법률로 특정 인물을 해임하는 것은 처분적 입법이며 위헌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한다.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위원 임기 보장의 핵심 장치를 훼손하는 반헌법적 행위"라고 했다. 

1980년 11월 국가보위입법회의 발족 (대한뉴스 1306호=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1980년 11월 국가보위입법회의 발족 (대한뉴스 1306호=한국정책방송원 e영상역사관)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초법적 입법기구를 탄생시킨 국보위법은 부칙을 통해 기존 국회 소속 공무원의 임기를 만료시켰다. '국회 사무처·도서관 소속 공무원은 이 법에 의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을 가진다'는 국보위법 부칙 제4항으로 인해 국보위 설치 이후 종전 국회 사무처·도서관 소속 공무원들이 사실상 축출됐다. 

1989년 헌법재판소는 국보위법 부칙 제4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소속 공무원은 이 법에 의한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을 가진다'라는 내용은 행정집행이나 사법재판을 매개로 하지 않고 직접 국민에게 권리나 의무를 발생하게 하는 법률, 즉 법률이 직접 자동집행력을 갖는 처분적법률의 예에 해당한다"며 "부칙 제4항은 공무원에게 귀책사유의 유무를 불문하고 면직시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규정과의 관계에서 위헌 여부가 문제되는 것"이라고 했다. 

헌재는 ▲국보위법에 의해 국회 사무처·도서관의 조직적 성격이 변경되지 않는다 ▲공무원의 귀책사유 유무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 ▲소급입법으로 인해 공무원 신분보장 규정이 침해된다 ▲귀책사유 없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공무원의 법적지위를 부칙으로 박탈해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 등의 사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9일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이 방통위설치법과 내용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진숙 축출법'이라는 비판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과방위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 설치법 공청회에서 최민희 의원은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에 따라 종전 위원의 임기는 자동으로 종료됐다며 위헌 판단이 나온 적은 없다고 했다. 

최민희 의원은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은)긴 역사가 있는 논의이다.(중략)2008년 2월 방통위 설치법이 통과되고 나서 과거 방송위원회가 해산됐다. 제가 방송위 부위원장이었는데 그만두었다"며 "방통위가 설치됐을 때 저를 민주당에서 다시 추천했는데, 몇 명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제가 떨어졌을 뿐"이라고 했다. 

최민희 의원은 방통위와 방송미디어통신위 간 기능 차이가 거의 없다는 야당 측 진술인에게 "우리가 자꾸 이 조직을 '위원회'만 봐서 그렇지, 일을 하기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실행조직' 개편"이라며 "또 누구에게 서비스를 하느냐를 봐야 하는데, 2천만 명에게 봉사하는 정부조직이 다시 구성되는 것이다. 시야를 확장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현 의원은 "방통심의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탄핵소추 도입, 공무원 전환은 조직개편이다. 그리고 7인(위원정수 확대) 조직개편이고, (기관)명칭을 변경하는 것도 개편"이라며 "과기정통부 35명의 공무원이 합의제 기구로 온다. 4~5개 분야 개편이 진행되는 것은 대단히 큰 변화"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래서 (방통위설치법을)폐기하고 제정법을 내는 것이 부당하고 위헌소지가 있다고 얘기한 게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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