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절반 가까이 보장하는 '방송3법'을 추진 중이다. 민주당이 정치권 추천 몫을 보장하고 게다가 늘린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3법의 경우 국회 추천 몫이 전체 공영방송 이사의 '4분의 1 이하'였다. 과방위의 방송3법 공청회에서 제시된 언론시민사회 의견은 국회 추천 몫 '3분의 1 이하'였다. 정치권 추천 인사가 공영방송 이사회 논의를 정파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투명한 입법 절차로 합의 수준을 끌어올려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3법이란 KBS·MBC·EBS 지배구조 추천 주체를 다양화해 '정치적 후견주의'를 타파하자는 취지의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말한다. 그동안 여야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회를 7대4(KBS), 6대3(방송문화진흥회, EBS) 구도로 나눠먹기해왔다.
지난 26일 오전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방송3법 단일안을 논의했다. 단일안의 골자는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 비율을 절반 가까이 보장하는 것으로 KBS 이사 15명 중 7명, 방송문화진흥회(MBC대주주)·EBS 이사 13명 중 6명을 국회가 추천하는 내용이다. 나머지 이사는 학계, 법조계, 시청자위원회, 공영방송 종사자 대표가 추천한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법으로 특별다수제(재적 이사 5분의3 이상 찬성),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지난해 8월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국회 본회의 재표결 끝에 폐기된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했다. 국회 교섭단체가 5명, 방통위가 선정한 미디어학회가 6명, 시청자위원회가 4명, 방송직능단체(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6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국회 추천 몫이 전체 공영방송 이사 수의 4분의 1 이하라는 얘기다.
지난 9일 열린 과방위 방송3법 공청회에서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는 "국회 추천 이사를 이사회 정원의 3분의 1이 넘지 않도록 한다면 공영방송 이사회를 증원하고 이사 추천 단체를 다양화하는 방식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국회의 이사 추천 비율은 전체 이사수의 3분의 1이 적정하며 최대 절반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현업단체와 시민사회는 민주당이 방송3법을 추진하면서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설명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27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공영방송 이사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고 정치권 추천 몫을 대폭 축소하는 안으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단일안을 만들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민주당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그렇게 법안을 고치는 것이 합당하겠다고 판단하고 추진했던 것"이라며 "지금 논의되는 사항들을 보면 그때와 다소 차이가 있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의아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박 연합회장은 "그 사이에 달라진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는 것 외에는 없다. 어떤 언론현업단체나 시민사회에서 '정치권 비중이 너무 적으니 다시 높이자'라고 요구했다는 목소리는 제가 들어본 바 없다"며 "만약 이것(민주당 과방위 단일안)이 최종안으로 굳어진다면, 당초 입법 취지와 왜 이렇게 다른 길을 가게 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 정치권 비중을 왜 높였는지에 대해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민주당이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박 연합회장은 "물론 현재 논의되고 있는 법안이 추천 주체를 다양화하면서 진일보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나, 그렇다 하더라도 미세 조정과 토론이 필요한 대목이 있을 수 있다. 입법 의지가 확고하다면 조금 더 다듬어서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권 추천 몫이)지금처럼 절반에 육박하면 자기 정파의 유불리에 따라 정치적 논쟁과 대결의 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추천 주체를 아무리 다양화하더라도 목소리 큰 정치권 이사들이 논의를 주도하면 다른 이사들이 역할을 하는 데에도 제약이 따르지 않을지 염려된다"고 했다.
김재영 한국PD연합회장은 국회 추천 이사가 전체 이사의 절반이 넘지 않더라도 이사회가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연합회장은 "핵심은 한 정파가 좌지우지하는 구조가 안 되게끔 하는 것이다. (단일안의)여야 몫이 애매한데 예를 들어 방문진 이사 13명 중 국회 몫 6명, 그 중 여당 몫이 4명이라고 하면 한 정파가 공영방송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일 수 있다"며 "학계 몫, 법조계 몫 등이 어쩔 수 없이 권력을 따라가게 되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연합회장은 정치권의 이사 추천 비중을 전체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했다. 김 연합회장은 "15명 중 5명(KBS 이사회), 13명 중 4명(방문진·EBS이사회) 정도가 국회 추천 몫으로 적당하다고 본다"며 "대의기관인 국회의 추천을 현실적으로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면 '3분의 1' 수준이 그래도 종사자들이 납득 가능한 정도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연합회장은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 정치권력과 이사회를 제어할 수 있는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의 위상과 권한, 종사자의 제작 자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들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다수의 법안을 조정하는 작업은 필요하고, 국회 추천 이사의 비율 문제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현재보다 어떻게 더 확보하느냐는 차원에서 논의가 가능하다며 "중요한 것은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절차와 과정"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13개의 법안을 조정하는 작업은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지 않고, 국회 추천 비율은 핵심 쟁점인가에 대해 의구심이 있다"며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국회·방통위 추천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중립지대 이사를 3분의 1 정도 넣어 이사회가 정파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제안도 있었기 때문에 '국회 추천이 몇 명이냐'보다는 정치적 독립성을 어떻게 더 확보하느냐, 공영방송 제도 전반을 어떻게 근본적으로 개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절차와 과정이다.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각각의 주장과 우려가 있고, 국회는 6명이든 7명이든 추천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어떤 방법을 선택했을 때 원래 취지가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합의하려고 하는 것인지가 정확하게 드러나고 거기에서 합의 수준이 높아질 때 법의 실행력과 개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법안을 만든다 해도 충분한 합의 과정이 없다면 계속해서 법안의 의도를 의심하는 시선이 생겨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사회 정원)21명이 논의된 게 1년도 안 됐지 않나. 그런데 그게 왜 15명·13명으로 줄어들었는지, (나머지 이사들이)학계·법조계·시청자위원회·현업종사자인데 어떻게 구성된 것인지 모르는 상태"라며 "합의가 모아지면서 법안이 조정된다는 인상을 받지 못한다. 21명안이 나왔을 때에도 학계나 시민사회에서 논의했던 안에서 확 벗어나 갑자기 이사 수를 확대한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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