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대통령실 등 출입처 시스템 제도를 개선하는 언론 개혁이 필요하다는 언론학자의 제언이 나왔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의 언론 시스템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실 브리핑룸 개선 방안으로 기자의 질문을 생중계하기로 결정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가 기고한 16일 경향신문 <언론개혁의 줄탁동시> 칼럼의 첫머리는 노무현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출입기자 제도 개편’ ‘개방형 브리핑’ 등을 추진했으나 언론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기자실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31위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했고, 이명박 정부 시기는 윤석열 정부 때보다 낮은 69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정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프렌들리’는 공영방송 낙하산 인사와 친정권 언론 유착을 포장한 것에 불과했다. 개혁은 사실상 좌초되고 출입처 중심의 취재 시스템이라는 한국적 관행의 폐해는 그대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당시, 검찰이 던져주는 정보에 휘둘리는 언론 보도를 향한 비판이 높았고 취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쏟아졌다. 이에 2019년 11월 엄경철 KBS 보도국장은 출입처 중심의 취재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중략)하지만 몇달 뒤 닥친 코로나 팬데믹과 내부 동력 미흡으로 인해 큰 변화의 흐름을 만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란에 휩싸이고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는 언론자유 탄압이 이어지면서 내부 개혁에 대한 관심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이제 다시 언론 내부에서 개혁의 불씨를 지펴야 할 때”라며 “이는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언론계가 직면한 위기를 ‘끓는 가마솥 안의 개구리’에 비유하며 “이미 언론이 담그고 있는 가마솥 물은 끓기 직전이다. 언론에 대한 불신과 조롱을 넘어 혐오와 공격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 그 분명한 징후”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출입처 시스템’에 대해 “출입처에서 주는 정보와 자료를 중심으로 하고 보충 취재를 한다고 하더라도 출입처의 관심과 견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로, 기사는 획일화되면서 정작 시민의 관점이나 삶과는 멀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언론 보도의 품질과 신뢰 저하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화석처럼 굳은 상태로는 급변하는 환경과 시민들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없다”며 “늘 새로운 활력은 새로운 변화에서 돋아나온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제도 개선은 언론개혁의 우선 과제이며, 언론 보도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시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보도와 관점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가 개혁의 내용물을 구성한다. 취재 방식의 개혁이 없다면 헛껍데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시기에 비해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뿐 아니라 언론계 내부 공감대도 훨씬 깊어졌다”면서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언론의 신뢰 회복이라는 건강하고 활기찬 병아리가 탄생하기 위한 내부 성찰과 개혁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이재명 정부가 브리핑 투명성 강화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 백악관의 시스템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박형주 전 VOA 기자는 이날 CBS 노컷뉴스에 기고한 칼럼 <카메라 4대'가 바꿀 대통령실과 언론을 기대하며>에서 그동안 대통령실 브리핑은 모두발언만 공개되고, 질의응답은 대부분 비공개로 전환됐다면서 “공직자는 '익명'으로 숨고, 언론은 제멋대로 '맥락'을 숨기는 일이 가능한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박 전 기자는 이재명 정부의 브리핑룸 카메라 추가를 두고 “잘 한 결정”이라며 “대통령실 브리핑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까지 이어진다면 국민의 신뢰와 만족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바이든 시절 백악관의 운영 방식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전 기자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대변인은 매일 오후 한 시간가량 소규모 브리핑을 진행했다. 대변인은 1~2분간 짧은 모두 발언만 하며 곧바로 질의응답이 진행된다. 이 과정은 백악관 유튜브 공식 채널에 생중계되며 브리핑 전문은 곧바로 백악관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바이든 백악관은 '프레스 개글(press gaggle)', '백그라운드 브리핑' 등의 비공식 브리핑을 활성화시켰다. 프레스 개글은 대변인 등이 촬영 없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일종의 미니 브리핑이며 주로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발언 녹취록이 백악관 홈페이지에 그대로 공개되어 일반 국민이 열람할 수 있다.
백악관 주도 정책 발표나 주요 외교 일정의 전후에 진행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은 기자들이 백악관에 직접 가지 않아도 전화로 참여가 가능하다. 보도 시 브리핑 당사자를 '정부 고위 당국자'로 인용해야 하지만, 전문 녹취록이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돼 브리핑의 투명성이 보장된다.
박 전 기자는 “바이든 백악관은 모든 브리핑을 대변인 1인에게만 맡기지 않았다”면서 “주요 국정 현안은 백악관 대변인이, 정책 등 특정 분야는 해당 참모들이 직접 기자들 앞에 섰다. 특히 고도의 전문성과 민감성이 요구되는 외교·안보 분야에는 전담 대변인을 따로 두었다”고 말했다.
박 전 기자는 “정례 브리핑의 전면 공개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기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얼굴과 질문이 그대로 생중계되는 상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잘 정착된다면, 대통령실과 언론 모두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높아져 결국 국민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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