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방송4법에 대해 공청회 등 재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방송4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상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9일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는 '방송4법 공청회'를 개최했다. 진술인으로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 이강혁 법무법인 H&K 변호사(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지성우 성균관대 교수가 참석했다.

언론시민사회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공영방송 이사회 국회 추천 몫은 3분의 1이 넘지 않도록 할 것 ▲공영방송 사장 선출 시 국민참여 보장할 것 ▲공영방송의 편성자율성 시청자위원회 강화할 것 ▲방통위·방통심의위의 의사정족수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의사결정 투명성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공영방송 3사 사옥
공영방송 3사 사옥

"국회 추천 이사 3분의1 넘지 않게… 사장 선출은 국민참여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방송4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 재의결 결과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방송4법이 폐기됐다. 당시 폐기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은 이사회 정원을 21명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국회, 미디어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직능단체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방송4법 폐기 이후 야당에서 잇달아 발의된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안은 이사회 정원을 13~15명 수준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단체를 국회, 미디어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직능단체, 변호사단체, 인권위원회 등으로 다양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의 핵심 쟁점은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다. 여야가 법적 근거도 없이 7대4(KBS이사회), 6대3(방송문화진흥회, EBS이사회) 구도로 갈라먹는 이사회 구조를 개혁해 정권 입맛에 맞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진순 민언련 이사는 진술서에서 "민언련은 국회 추천 이사를 이사회 정원의 3분의1이 넘지 않도록 한다면 공영방송 이사회를 증원하고 이사 추천 단체를 다양화하는 방식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진순 이사는 공영방송 독립성 강화의 핵심은 시민이 사장 추천에 직접 참여하는 '사장후보시민추천위원회' 도입이라며 "법안에서 공영방송 이사회가 사장후보시민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구성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진순 이사는 공영방송 이사회가 성별·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사장후보시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하고, 위원회가 후보를 3인 이하 복수로 추천하면 이사회가 특별다수제와 결선투표제를 통해 최종 후보를 임명제청·추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각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확대하고 추천 주체를 다양화해야 한다"며 "국회의 이사 추천 비율은 전체 이사수의 3분의1이 적정하며 최대 절반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미디어 학회, 법조계, 시청자위원회, 종사자 대표 등을 이사 추천 주체에 포함해야 한다"며 "EBS의 경우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이사 추천 주체에 반영하고 사장 선임은 이사회 임명 제청-대통령 임명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찬 위원장은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위원회에 종사자들의 평가를 반영해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호찬 위원장은 효율적인 사장추천위 운영을 위해 1차 서류면접의 경우, 공영방송 이사회가 맡은 방안을 제안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KBS 서기석 이사장, 박민 전 사장, 박장범 사장 (사진=KBS)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KBS 서기석 이사장, 박민 전 사장, 박장범 사장 (사진=KBS)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이사와 사장 선임권을 비롯해 공영방송 운영권 전체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공영방송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국민에게 돌려주는 방법은 간단하지가 않기 때문에 각 단체 추천방식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어떤 단체에게 추천권을 줄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영묵 교수는 사장 선출 과정에서의 국민참여 방식은 검토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최영묵 교수는 "과거 KBS 이사회는 두 번에 걸쳐 국민참여 방식을 통해 사장을 임명한 바 있다"며 "현재 법의 여건을 고려할 때 시청자의 직접 참여 보장과 이사회의 임명제청 권한을 존중할 수 있는 사장추천위원회와 국민참여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강혁 변호사 역시 "정치권력 개입 제한을 위해 이사 추천 권한을 미디어 관련 학회, 공영방송 임직원, 시청자위원회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하고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설립해 사장 후보자를 추천해야 한다"며 "이사회의 사장임면 의결 시 특별다수제를 도입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강혁 변호사는 극단적 정파성을 지닌 인물이 공영방송 이사가 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혁 변호사는 "추천된 이사 후보자들에 대해 각 교섭단체가 상호 순차적으로 배제하고 남은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는 절차를 도입해 극단적 정파성을 지닌 후보자는 탈락되도록 함으로써 이사회가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파 간의 전장이 되는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노동위원회법은 공익위원 위촉과 관련해 "노동위 위원장, 노조 및 사용자단체가 각각 추천한 사람 중에서 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순차적으로 배제하고 남은 사람을 위촉 대상 공익위원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동관·김홍일·이진숙·류희림 방지법

방통위·방통심의위 개선 방안은 편법·파행 운영을 차단하는 데 맞춰졌다. 의사·의결정족수 명문화, 방통위·방통심의위원 결격사유 강화, 방통심의위원장 인사청문제도 등의 방안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5인)·방통심의위(9인)는 대통령이 지명한 2인·3인으로 운영됐다. 방통심의위의 경우 위원장의 민원사주·표적심의 의혹이 끊이지 않았으나 형식상 민간독립기구라는 점에서 입법부 차원의 견제·감시가 미치지 못했다. 

최영묵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합의체 행정청인 방통위와 방통심의위가 편법·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렇게 법 정신과 상식을 무시한 채 운영하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횡포를 제어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영묵 교수는 "5인으로 구성하는 방통위를 2인 혹은 3인의 여당 위원만으로 운영할 수 없도록 의사정족수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방통위와 방통심의위 위원의 결원이 생길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회에서 위원을 추천할 경우 대통령이 임명을 보류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임명이 되는 조항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영묵 교수는 방통심의위원장을 국회 인사청문회·탄핵 대상에 포함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이진숙 방통위원장,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 이진숙 방통위원장,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진순 이사는 방통위의 정파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원 증원 ▲위원 추천단체 다양화 ▲위원 결격사유 강화를 제시했다. 방통위원 결격사유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자 당선을 위해 자문·고문의 역할을 한 사람'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윤석열 선대위 미디어소통특별위원장, 윤석열 인수위 고문을 역임했으나 현행 방통위설치법의 결격사유는 인수위원으로 한정돼 방통위원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진순 이사는 방통심의위 구성의 최종 권한을 대통령이 아닌 국회의장이 갖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법에서 정한 단체가 추천한 위원 후보자 중 국회의장이 구성한 추천위원회에서 3분의2 이상이 동의한 9인으로 방통심의위를 구성하는 방안이다. 이진순 이사는 방통위·방통심의위 파행 운영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국회 추천 위원 일정기간 내 임명·위촉 ▲방통심의위원장 인사청문제도 도입 ▲회의 의사·의결정족수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방통심의위의 '보도·논평 공정성' 심의에 특별다수제를 적용하거나 행정지도 처분만 가능하도록 개선하자고 했다. 

이강혁 변호사는 ▲방통위 '의사정족수 4인·의결정족수 출석위원 과반' 변경 ▲국회 방통위·방통심의위 위원 추천 시 30일 내 임명·위촉 ▲방통위·방통심의위 위원 결격사유 '인수위 전문위원' '대통령 후보 당선 목적 자문·고문' '퇴직 후 3년 지나지 않은 정무직 공무원' 추가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소추 조항 신설 ▲방통위·방통심의위 공개회의, 인터넷중계 의무화 등을 제안했다. 

이강혁 변호사는 방통심의위의 자의적인 회의 개최와 심의규정 개정을 제한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강혁 변호사는 이를 위해 회의 소집권자·의장, 소집방법, 의안제의에 관한 규칙 규정을 법률로 상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방통심의위의 심의규정 개정을 제한하기 위해 '심의규정을 개정할 경우 공청회 등 공개적인 토론을 통해 의견을 널리 수렴하여 반영하여야 한다'는 법적 규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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