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7월부터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한겨레, 오마이뉴스, 시사IN 등 5개 언론사가 윤석열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공동 취재해 보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공동취재단은 지난 9월 27일 대통령실 전 행정관이 정부 비판 언론을 보수 시민단체가 고발하도록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은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와 나눈 통화 녹취에서 드러났다. 취재 과정과 ‘언론장악 카르텔’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보고자 지난 2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박종화 뉴스타파 PD를 만났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단이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정부 비판언론 고발사주한 정황을 보도했는데 반응이 어때요?
“지금 시민단체에서 김대남 전 행정관의 언론사 고발사주에 대해 성명 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고요. 곧 시작될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된 사건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 같습니다. 보도의 영향력은 큰 것 같아요.”
녹취록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저희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보수 지향 단체 60여 곳을 조사했습니다. 그때 데이터 팀에서 이 단체들과 단체에 속한 주요 인물들이 어떤 식으로 언론 유관기관과 언론을 감시 견제하는 기관으로 뻗어 나갔는지 데이터로 분석한 기사를 작성했거든요.
그 단체 중에 ‘새로운 민심 새민연(이하 새민연)’이라는 단체가 있었어요. ‘새민연’을 취재하던 중 마침 '김대남 녹취파일'에 이 단체 이름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명수 기자로부터 김대남 행정관의 고발사주 관련 녹취파일을 공유받고 그 부분을 검증해서 보도했어요.”
김대남 전 행정관과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통화 녹취인데 처음 이들의 통화 내용 들었을 때 어땠어요?
“저희가 ‘언론장악 카르텔’이라는 제목으로 취재를 하고 있는데 이 카르텔의 최정점은 최고 권력이겠죠. 언론장악 관련해 지시를 따르는 수많은 조직과 NGO들이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고 그들이 어떤 식으로 여론을 만들어가는지, 혹은 언론 유관기관에 진출해서 방송이나 언론을 장악하는 데 어떻게 쓰이는지 큰 그림이 그려졌는데, 이 구상을 짜는 곳이 어디냐고 했을 때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찾지 못하던 시점이었어요.
그런데 김대남이라는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이 전에 새민연이란 단체를 통해서 언론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을 들었어요. 그야말로 딱 맞아떨어지는 거죠.”

박근혜 정부 때도 어버이연합을 통해 고발사주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맞습니다. 이게 전형적인 국정원의 방식이죠. 국정원 화이트리스트라고 당시 어버이연합 추선희 대표 같은 분들도 국정원의 지원을 받았었잖아요. 당시 쓰였던 방법들이 전수된 것 같습니다.”
국정원도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현재는 그 부분까지 취재가 된 게 아니라서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런 점은 있어요. 저희가 (기사에)썼는데, 허현준이라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행정관도 국정원과 함께 시민단체들에 6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하면서 관제 데모나 여론조작을 지시해서 징역형 받아 복역하다 나왔거든요. 당시 허현준 행정관이 소속되었던 청와대 부서가 현재 시민사회수석실과 똑같은 부서입니다. 그러니까 하는 일이 달라지지 않았을 수는 있겠다는 의심 정도는 하죠.”
김대남 전 행정관은 자신의 발언을 허풍이라고 하는데, 김 행정관 말대로 다른 사람이 한 걸 자기가 했다고 할 수도 있지 않나요?
“글쎄요. 김대남 행정관과 새민연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새민연은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선대위 본회에 소속된 단체 중에 하나였어요. 물론 그 당시엔 (지금 형태의)새민연은 아니었는데, 선대본부에서 시민단체와 융합된 선대본을 꾸리겠다고 그랬어요. 그 단체들을 관리했던 사람이 김대남 당시 조직본부장이라고 본인도 얘기해요. 그러면서 본인이 새민연의 탄생에 기여했다고 말합니다.
새민연이 7월 발기인 총회를 열고, 9월 행안부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하고, 11월에 창립총회를 열거든요. 그때 대통령실 직원들과 대통령이 화환도 보냈어요. 행사가 국방컨벤션홀에서 성대하게 열렸고 이후에도 김대남 행정관이 새민연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죠.
그리고 지난해 10월에 김 행정관이 경기도 용인갑에 출마하려고 대통령실에 사표를 던지고 나오거든요. 그때 바로 찾아간 곳이 새민연 용인 경기지부고 거기 지회장이 돼요. 그러니까 새민연과 김대남 행정관의 관계는 거의 한 몸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새민연은 어떤 단체인가요?
“새민연 등기이사 한 분의 페이스북에 보면, 처음에는 충북 한 지역의 선거조직이었다가 발전돼서 새민연이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와요. 그러니까 좋게 말하면 풀뿌리 조직인 거죠. 이런 방식으로 조직된 단체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 굉장히 많이 발견되고 있어요.
가령 공정언론국민연대의 경우에도 30개 넘는 가맹단체들을 갖고 있거든요. 근데 그 가맹단체들의 이름과 면면을 보면 환경단체들도 있고 한강사랑시민연대 같은 단체도 있고, 공정언론국민연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은 단체들이 있어요.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는 방식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사에도 썼다시피, 새민연의 경우에는 고발도 하고 1인 시위도 하고 MBC 앞에서 단체 시위도 하고, 또 대통령실 앞에서 신자유연대 같은 단체들과 연합해서 맞불집회를 여는 식의 활동을 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공정언론국민연대라는 언론단체가 있는데 왜 새민연을 이용했을까요?
“새민연의 창립 행사에 공언련 대표인 최철호 씨가 참석하긴 했거든요. 근데 당시에는 공언련이 막 창립돼서 지금처럼 영향력이 있지 않을 때이긴 했어요. 그때 국방 컨벤션 홀에서 성대하게 행사를 열었는데 국민의힘 나경원, 권성동, 김기현 같은 정치인들이 직접 와서 축사를 하고 그랬어요.”
김대남 전 행정관은 어떤 인물인가요?
“김대남 행정관은 건축학과를 졸업해 관련된 일들을 하다가 시민단체에 몸담은 경력이 있어요. 그러다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대본 조직국장을 맡았죠. 아마 엄청나게 영향력이 있거나 정치권에 있던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는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잖아요. 그렇다면 대통령실에서 통화 금지령 같은 조치를 취했을 것도 같은데 어떻게 접촉했을까요?
“일단 이명수 기자에게 어떤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명수 기자와 통화한 사람들이 김대남 행정관과 김건희 여사인 거잖아요. 사실 둘 다 이명수 기자를 이용하려고 했던 거였죠. 어떤 의도이든 얘기를 하다 보면 실언도 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을 이끌어내는 건 기자의 엄청난 취재력이라고 생각해요.”
녹취 들어보면 서울의소리 고발도 본인이 시킨 거라고 하잖아요. 어떻게 그런 내용을 말할까요? 저라면 모르는 척할 것 같거든요.
“당시 김대남 행정관이 처했던 상황 때문이죠. 본인이 용인갑에 출마하려 하는데 대통령실에서 이원모 후보를 밀어준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언론사 고발 얘기가 나온 거예요.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나를 배신해?’라는 감정에 그런 말을 뱉은 건데 어떻게 보면 실언이죠. 농담처럼 던진 말 같지만 거기에 진짜 사실이 있었고, 그에 대해 저희가 열심히 취재해서 보도했죠.”
이번 주 서울의소리에서 공개한 녹취 들어보면 김대남 전 행정관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이명수 기자에게 기사 사주도 한 거 같은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그건 기삿감이죠. 취재원으로 김대남 행정관이 이야기해 준 걸 이명수 기자가 취재해서 기사 썼을 수 있죠. 그건 기사 사주라기보다는 제보자 역할이 더 크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왜냐면 내용이 기사로서 가치가 있다면 당연히 써야 하니까요.”

취재한 녹취록에서 중요한 부분은 뭐라고 보세요?
“저희가 '언론사 고발사주' 관련해서 보도했기 때문에 그 내용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김대남과 새민연 그리고 새민연의 사무총장인 김흥수라는 사람이 있어요. 새민연이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MBC를 고발했던 시점이 2022년 9월 27일이거든요.
그 고발이 이루어지고 1년 뒤인 2023년 9월 4일에 새민연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청구 민원을 넣어요. 그러고 나서 류희림 방심위원장 가족들의 민원이 들어오고, 이후에 김흥수의 가족들 민원이 들어옵니다. 이런 식으로 되는데 저는 이 일련의 과정에 김흥수라는 사람이 김대남까지만 연결되어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충분히 의심되는 정황들은 있잖아요.
왜냐면 김흥수는 아마도 김대남의 지시를 받아서 새민연에서 2022년도에 MBC를 고발했을 것이고, 그로부터 1년 뒤에는 방심위에 방송사들을 심의 청구하는 민원 넣는 역할을 본인이 가장 먼저 했으니까요. 김흥수라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의 지시로 이런 일들을 벌였을까가 중요해지는 거죠.”
김대남 전 행정관의 배후가 있는 걸까요?
“당연히 배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진행했을 거라고 생각돼요.”

5개 언론사가 현 정부의 ‘언론장악 카르텔’ 공동취재하고 있는데 다른 언론사와 작업하는 건 어때요?
“시너지가 정말 많이 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 언론사가 [단독] 경쟁을 하기보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고 빠르게 확인해서 이 언론장악 카르텔의 구조를 정확하게 그려나가는 작업에 협력하는 거잖아요. 순수한 저널리즘의 모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언론사마다 잘하는 분야들이 있거든요. 저희 팀에 속한 기자님들 각자가 최선을 다해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고, 그런 부분이 보도에서도 잘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공동취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저희가 연대 취재 제안문을 올렸고 각 언론사 담당 기자님들이 한 분씩 오게 된 거죠.”
비슷한 기사가 같은 시각에 나오는 것 같던데 어떤 시스템인가요?
“발제문 바탕으로 취재를 분담하고 발제를 한 언론사가 초안을 작성하면 그걸 바탕으로 추가 취재와 팩트 확인을 다시 거칩니다. 이후 각 사 스타일에 맞게 기사 작성하고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기사를 내보내죠.”
회의를 통해 아이템 고르는 건가요?
“줌 회의 통해 ‘지금 이런 자료가 있다’거나 ‘이런 취재를 해야 될 것 같다’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보도 우선순위를 정해요. 정해진 아이템 발제한 언론사가 발제문을 작성하고, 각 사에서도 이 아이템에 대해 같이 하기로 결정하면 같이 취재해서 보도합니다.”

‘언론장악 카르텔’ 보도 관련해 앞으로 계획은?
“일단 데이터로 보도를 냈지만, 카르텔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취재는 지금 진행 중에 있거든요. 그 취재가 어느 정도 완료돼서 ‘언론장악 카르텔이 이런 모양새로 존재했고 그 안에서 이런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까지 전체적인 구조를 완성하는 게 지금 프로젝트의 후반 작업이에요. 전반 작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언론의 역할은 좋은 기사, 영향력 있는 기사로 변화를 이끌어내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전통적인 언론의 모습대로 [단독] 경쟁에 몰두하다 보면 타사와 정보 공유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근데 저희팀은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같이 고민하고 있죠. 혼자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8개의 눈이 모이니까 깊이와 속도가 다르더라고요. 저널리즘의 역할로서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데 다른 분들도 아마 저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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