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총선 패배 이후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변화를 주문했다. 변화의 주문은 좋은 쪽으로 움직이라는 거다. 그런데 점점 더 황당한 방향으로 간다. 심지어 그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모두가 불행해지는 것인데,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 인사의 방향은 명확하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수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신호를 검찰 조직에 준 거다. 이것만으로도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은 거의 다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별다른 정치적 혹은 정책적 맥락 없이,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대 캠페인 하나로 집권에 성공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문재인 정권이 민주주의 및 개혁 담론을 악용해 수사기관의 수사를 무력화했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그러한 시도의 피해자였다는 인식이었다. 이런 인식을 공유한 유권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에는 똑같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을 기대하고 지난 대선에서 투표에 나섰을 것이다. 이들은 이러한 기대를 ‘정상화’라고 표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 인사는 그러한 잘못을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 직접 다시 되풀이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대를 배신한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정권에서 수사와 관련해 논란이 됐던 사안은 대개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같은 정치적 조직에 속한 사람들에 관한 문제였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가 말하듯 자기 배우자에 대한 수사를 뭉개고 있다. 질적으로 더 좋지 않다는 거다.

전후사정을 더 들여다보면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번 검찰 인사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주된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명분으로 소환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까지 조사하겠다는 수사팀의 계획을 사실상 수용했고, 이원석 검찰총장 역시 이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게 방아쇠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송경호 검사를 겨냥한 용산의 움직임은 이미 지난 2월부터 감지됐었다는 것 또한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 직전인 1월 말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할 때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하겠다고 발언한 게 도화선이 됐다는 게 당시의 주된 해석이었다. 이때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여당 대표격의 직책을 맡고 있는 상태였다. 법무부 장관은 공석으로 대행 체제가 길어지리라는 게 대다수의 관측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의 충돌이 가시화 되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검찰 안팎의 예상을 뒤엎고 지명했다. 그때도 검찰 인사를 염두에 둔 일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과의 충돌이 검찰 조직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게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대통령이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여의도와 서초동 주변을 떠돌았다. 검찰 내 ‘한동훈 라인’의 숙청이 이뤄질 수 있다는 거였다.

따지고 보면 무협지 같은 얘기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검찰을 떠난 지 거의 2년이 됐고 법무부 장관직도 여당 비대위원장을 맡기로 하면서 내려놓은 상태였다. 용산이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 검찰 조직 밖에 있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검찰 조직을 움직여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밀어붙이는 걸로 반격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상식적이다. 한 번 검사는 영원한 검사인가? 상관과 인사권자를 거슬러가면서, 조직 밖에 있는 사람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검찰이 움직일 수 있다는 대통령의 경계심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의아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만일 최근의 검찰 인사가 이런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지난 2월의 설왕설래는 그저 호사가들의 재밌는 얘깃거리로 생명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미뤄졌던 인사가 이제 실행된 거라고 한다면, 지난 2월의 소문은 진실로서의 생명력을 얻게 된다. 대통령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막기 위해 ‘적의 적은 친구’라는 개념에 따라 일종의 ‘한동훈 포위망’을 짜고 있다는 해석도 이제 정설이 된다.

이런 점을 두루 모아보면 대통령에게 있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말하는 것은 도발이고 공격이며 배신이고 반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만일 그렇다면 이것은 위험한 신호다. 이건 주로 편집증에 빠진 권위주의 지도자들이 하는 방식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이번에 인사 대상자가 된 송경호 검사 등의 ‘충심’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지금처럼 김건희 여사 사건을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쥐고만 있다가 특검이라는 더 큰 사태를 맞이하는 것보다는, 결국 특검으로 가더라도 검찰 수사팀이 대략적으로라도 가닥을 잡아 놓도록 하는 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입장에서도 이익이라는 거다. 보수언론 역시 대통령이 이런 방식으로 검찰 인사를 강행하는 바람에 특검에 명분만 실리게 됐다며 한탄하고 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답은 이미 나와있다. 검찰 수사도, 특검도 거부할 명분이 없다. 이런 방식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이렇게 해봐야 돌아오는 건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는다’는 결론이다. 결국 모두에게 불행한 결말만 남는다는 거다. 그런데 그 결말로 결국은 갈 것 같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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