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동아일보가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자"며 국민의힘 의원들 술잔을 채운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총선 참패로 야당의 '재가' 없이 법안 하나 들이밀 수 없는 처지에 맥주캔을 들어올리고 있느냐는 비판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여당에서 '여론조사 조작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 

3일 천광암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칼럼 <윤 대통령은 꼭 축하잔을 돌려야 했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또 술과 관련한 구설에 올랐다"며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당선인 워크숍 만찬에 참석해서 테이블을 돌며 맥주를 따랐다가 야당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천 주간은 "얼차려 훈련병 영결식 날 술타령, 진정한 보수라면 이럴 수 있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맥주 한 잔을 들이키신 것"(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의 비판을 소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만찬을 마친 뒤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충남 천안에서 열린 국민의힘 워크숍을 찾아 "이제 지나간 것은 다 잊어버리자. 우리가 한몸이 되어서 나라를 지키고, 개혁하고, 발전시키는 당이 되자"며 "저도 여러분과 한몸으로 뼈 빠지게 뛰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오늘 저녁은 맥주를 놓지 않아야 된다고 하던데, 오늘 제가 욕 좀 먹겠다"며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맥주로 축하주 한 잔씩 다 드리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선보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천 주간은 "윤 대통령이 축하주를 돌린 날은 22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108 대 192. 집권여당의 기록으로는 사상 유례가 없는 참패를 하는 바람에 거대 야당의 ‘재가’ 없이는 웬만한 법안 하나 들이밀 수 없는 게 지금 윤 대통령과 여당의 처지"라며 "국민에게 약속한 수많은 공약과 개혁다짐의 무거움을 조금만 생각했다면 '오늘은 제가 욕 좀 먹겠습니다'를 외치며 호기롭게 맥주캔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을 터"라고 했다. 

천 주간은 윤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으로 '격노'를 꼽는 여당에 "'격노'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술'을 꼽았다. 천 주간은 윤 대통령이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모아 술을 마시고, 전통시장에서 멍게를 보고 '소주 한 병 딱 있으면 되겠네'라고 말한 것을 소환했다. 

천 주간은 "대통령실과 여당이 제정신이었다면 진즉에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최고경영자 이미지)에서 '술'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관리에 들어갔어야 했고, 연찬회장 테이블 위의 맥주는 윤 대통령이 뭐라 하든 사전에 치워졌어야 정상"이라고 했다.

천 주간은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의 지지율을 정기조사하는 미국 '모닝 컨설트'를 보면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꼴찌(15%), 윤 대통령이 23위(19%)에 올라있다면서 여권에 '기시다보단 낫네' 위안을 삼을 생각은 접으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과반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자신의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할 힘이 있는 반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인기도 힘도 없는 '역대급 약체'라는 지적이다. 

천 주간은 "그러면서 '쇄신'과 '반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똘똘'과 '단결' 구호만 난무했다"며 "차라리 술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깨기라도 한다. 그보다 더한 미몽(迷夢)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듯한 윤 대통령과 여당은 언제나 깨어날까"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충남 천안 재능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22대 국민의힘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3일 데일리안에  <윤석열, 때아닌 어퍼컷 날리다 카운터 훅 맞다> 기고문이 실렸다. 데일리안에 정기 기고하고 있는 정기수 자유기고가는 "단합대회 성격의 행사라 하더라도 해야 할 것과 안 해야 할 것이 있다. 훈련병이 무리한 얼차려를 받다 목숨을 잃어 영결식이 거행된 날에 맥주라니…"라며 "일반 국민은 물론 지지자들도 한숨을 쉬게 한 큰 실수였다"고 했다. 

정 기고가는 "육군이 잘못한 것이라면 육군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이 '옛날 일은 다 잊고'라고 하며 술잔을 돌렸다"며 "대통령은 입이 열 개 달린 사람인가? 야당의 대통령, 정부 여당 비판 중에 이번 ‘술타령’ 논평은 흠을 잡으려야 도저히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정 기고가는 "윤석열은 무모한 데 그치지 않고 무지하다는 걸 이번 맥주 돌리기에서 확인해 줬다. 여기서 무지란 미련하다는 게 아니고 사리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라며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서 국민 다수가 충격을 받고 비통해하는 시기에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발걸음과 몸짓,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알아도 안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러면 더 문제"라고 했다. 

정 기고가는 윤 대통령이 훈련병 유가족을 찾아 국가의 잘못을 빌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쇼'라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정 기고가는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을 언급하며 "종전에는 그에 대한 여론이 왜 이렇게 나쁘게 나오는지, 혹시 조작이 아닌지 의심했던 보수우파 지지자들도 이제 그 수치를 수긍하게 됐다"고 했다. 정 기고가는 "그는 말도 참 납득할 수 없게 한다"며 "뭘 잊고 뭘 뼈 빠지게 일하겠다는 건가? 똘마니들 앉혀 놓고 자기 잘못은 일체 언급 없이 잘하자고만 하는, 심하게 말하면 조폭 두목다운 어법"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나주시 한 장례식장 야외 공간에서 얼차려 중 쓰러졌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에 대한 영결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28~30일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 11.1%)를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21%로 취임 후 최저치다. 부정평가는 70%로 최고치였다. 중앙일보는 3일 관련 기사에서 여당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지율 하락 폭이 컸다며 "총선 직전(3월 4주) 49%에서 총선 뒤 35%(4월 3주)로 떨어졌다. 하락 폭이 14%포인트로 전국 하락 폭 11%포인트(34%→23%)보다 더 컸다"고 분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국민의힘에서 한국갤럽 여론조사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2017년 탄핵(정국) 대선 때 선거 1주일 전까지 내 지지율은 7~8%로 늘 한 자리 숫자로 발표됐다. 최종발표 때도 유일하게 득표수보다 10% 이하로 발표 되었지만 당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근사치로 발표 되었다"며 "그게 한국에서 제일 신뢰성 있다는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였다"고 말했다.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은 24.03%였다. 

홍 시장은 "그 기관이 당시 그렇게 발표한 것은 정상적인 여론조사였다기보다 특정 후보의 대세론을 만들어주기 위한 작위적인 여론조작으로 나는 보았다”며 "이번 총선 여론조사도 그런 경향성을 보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그런 것을 본다. 여론조사 무용론을 내가 제기하는 이유도 그런 것에 기인한다. 응답률 15%이하는 발표를 금지하고 이른바 보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SNS에 "윤 대통령의 21% 지지율은 이 정권의 생명에 빨간 불이 켜진 최악의 상태"라며 "서울이 17%, 인천경기가 18%, 20대가 14%, 30대가 10%, 40대가 8%, 50대가 18%이고, 중도층이 15%이다.(중략)대통령도, 정부여당도 바뀐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먹고 살기가 좋아진 건 1도 없다. 총리, 장관들은 그대로 그 자리에 눌러 앉았고, 용산 대통령실은 총선에서 국민 선택을 못 받은 낙선자들의 재취업센터로 변했다"며 "총선에서 왜 박살났는지 그 이유도 모른 채 '뼈 빠지게 뒤겠다'며 어퍼컷을 날리는 대통령, '한몸으로 똘똘 뭉치자'는 의원들, '108석도 굉장히 큰 숫자'라는 비대위원장. 이러니 국민들 염장만 지르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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