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김건희 여사가 긴 잠행을 끝내고 공개 행보에 나섰다고 한다. 19일 경기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불교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공개적으로 외부 일정을 소화한 것은 169일 만이다. 외부 활동에 직접 나선 게 아니더라도 공개된 것만으로 따지면 김건희 여사는 지난 16일 캄보디아 정상 부부 오찬에 모처럼 등장했는데, 이것도 153일 만이었다. 이전에도 정상 외교 등을 수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진이나 영상이 공개된 것은 아니었다.
김건희 여사가 이번에 참석한 일정은 무언가의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것 같다. 이 행사의 이름은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인데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던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나옹선사, 지공선사의 사리가 100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2004년부터 조계종을 중심으로 사리 반환 운동이 있었지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고 2013년에는 최종 결렬됐지만 지난해 4월 자신이 미국 순방에 나서면서 협상이 재개됐고 올해 4월 반환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가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하며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https://cdn.mediaus.co.kr/news/photo/202405/308823_212513_1558.jpg)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직접 김건희 여사를 언급하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는데, 불교계가 이 문제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실의 설명을 보면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사리 반환 논의 재개를 요청한 사람이 다름 아닌 김건희 여사였다는 건데, 당시 보스턴미술관 방문 일정을 소화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직접 매슈 테이텔바움 보스턴미술관장에게 논의 재개를 요청했고 이후 문화유산청이 나서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들어 일부 인사는 김건희 여사를 ‘대공덕주’라고 칭하기도 했다.
결국 김건희 여사가 문화계 현안에 공적으로 기여했고, 당사자들에게 그러한 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 일은 앞으로 김건희 여사가 더 적극적으로 여러 현안에 기여하기 위한 행보를 하는 데 명분이 될 거라고 봐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마침 이달 말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 데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연이은 해외 순방도 예정돼 있어 김건희 여사의 행보는 더욱 적극성을 띨 것이다.

의아한 것은 이러한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가 누가 요구하거나 시켜서 이뤄지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도 영부인 역할의 포기를 요구한 일 없고, 잠행을 강요한 일도 없으며, 공개적으로 공식 행보를 재개할 것을 간절히 바란 일도 없다. 대선 때 허위 이력 논란 등이 불거지자 최소한의 역할만 하겠다고 한 것도, 명품백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뉴스에서 사라진 것도, 검찰 인사 이후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다 김건희 여사와 대통령실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은 왜 잠행했으며, 활동을 했는데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뭔지, 이제 공개 행보를 재개하는 이유가 뭔지 적어도 설명은 해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권자는 그저 ‘짐작’하게 된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수사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실린 것 아니냐는 검찰 인사를 강행한 상태다. 그간 언론은 검찰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 방침을 세웠다는 보도를 해왔는데, 검찰 인사를 전후해 이런 기류는 소환에 실익이 없다거나 불기소를 검토한다는 식으로 완전히 뒤집힌 상태다.
만일 소환이나 기소가 예정돼 있다면 김건희 여사는 ‘자숙’ 모드를 감히 해제하기 어려웠을 거다. 모처럼 공개 활동을 재개했는데 검찰에 소환되는 등 다시 자숙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검찰에 소환될 일 없다는 확신이 있기에 적극적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아마 실제 그러리라 보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적어도 여기에 대한 김건희 여사 혹은 대통령실의 무슨 입장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은 KBS와의 대담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KBS와의 대담은 지난 2월 7일에 방송됐다.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대통령 입에서 나온 지 3개월이 넘었는데 제2부속실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최근에는 대통령의 ‘관저 정치’라는 형태로,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대통령실 인사들이 공식라인도 모르는 정무 기획 등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바도 있다. 그러한 문제가 바로잡힌 건지 어떤 건지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 김건희 여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보를 정상화하고, 대통령은 관심법인지 우격다짐인지 모를 검찰 인사를 해놓고 모른 척한다.
이 정도면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과 배우자를 둘러싼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유권자들에게 재차 고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의 표심으로 유권자가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했는데도 이런 식이라니, 거듭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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