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 위원장 사퇴 촉구를 '공식입장'이라고 밝혔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압박,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공영방송 장악설, TBS 민영화 추진 등에 민간독립기구까지 '흔들기'에 나선 것이다. 시민사회에서 '언론장악'의 역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국민의힘 원내대책 회의 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정연주 위원장 사퇴 촉구가 당의 공식입장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박성중 의원은 정연주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기간동안 방통심의위가 선거 관련 방송 307건 중 148건을 '문제없음' 처리했다며 이들 방송 대부분은 보수진영을 조롱·희화화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불공정 편파 방송'이었다고 주장했다.
선거방송에 대한 심의는 공직선거법상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별도로 구성돼 이뤄진다는 점에서 기초적 사실관계조차 왜곡한 셈이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국민의힘을 비롯한 국회 교섭단체 정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송사, 방송학계, 대한변호사협회, 언론인단체,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이어 박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심의가 편파적이었다며 "김어준 등 괴벨스보다 심각한 편파 방송을 대부분 문제없다고 처리하는 방통심의위 행태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민노총 언론노조의 든든한 뒷배처럼 행동하는 정연주 위원장은 책임지고 당장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알박기 인사' 프레임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독립기관장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 유죄 판결 사례를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직권남용을 피하기 위해 업무배제와 사정정국을, 국민의힘은 여론전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한 데 이어 장관 독대 업무보고 배제를 검토하고 있다. 방통위는 정권교체 후 시작된 감사원의 고강도 감사를 한 달째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이 채널A 재승인을 보류시켰다는 오보를 근거로 한 검찰 수사는 고발 2년 만에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상혁 위원장, 정연주 위원장, 언론노조, 공영방송을 연일 압박하는 한편 TBS 조례 폐지안을 통한 TBS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는 19일 논평을 내어 윤석열 정부가 '언론 흔들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불행한 역사의 반복인가. 한국의 공영언론은 정권의 언론장악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파업과 해고 사태를 겪으며 상처를 입고, 정체했다"면서 "언론·시민사회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시급한 과제는 미뤄둔 채 또다시 '불공정 방송'을 내세워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는 고질병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정연주 위원장 사퇴 압박을 당론으로 내세운 국민의힘에 "단순히 언론이나 심의에 불만을 제기하는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다. '방송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던 발언과도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론을 장악할 의도도 계획도 없다. 그런 생각조차 해본 일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언론 자유를 지킨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연대는 "윤석열 정부는 '미디어혁신위원회' 출범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우리는 그를 통해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개선 논의가 진전되길 바랐다"며 "여당 됐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입장이 바뀔 수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언론연대는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연일 언론과 노조 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하락하는 지지율에 제동을 걸고자 한다면, 당초 국민에게 약속한 일을 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8일 성명을 내어 국민의힘에 "방송장악 시도를 중단하고 시민참여형 공영방송 사장 선출제를 채택하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권 원내대표는 파문이 커지자 언론장악 의도도 계획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국민의힘은 언론·미디어 공공성을 정상화시킬 의지부터 보여라"라며 "언론이 정치권에 휘둘려 좌지우지되는 게 우려된다면, 다시는 어떤 정치권력도 영향을 줄 수 없게 법제도를 바꿔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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