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근태'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인 감사원이 감사원장의 출퇴근 관리는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대통령 지원 기관"이라는 수장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는 감사원이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에 대한 '찍어내기식'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5일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은 감사원에 근태관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감사원장 등의 출퇴근 시간을 질의한 결과 "출퇴근 시간은 따로 관리하고 있는 것은 없다"는 구두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실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3급 이상 간부들의 집무실 출퇴근 시간 자료를 요구했다. 또 김 의원실은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공식 답변'에 대한 근거를 요구했으나 감사원은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최재해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답변 거부의 근거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김 의원실은 "다만 감사원은 자료 제출 답변 과정에서 '감사원장에 대한 출퇴근 관련 제보 또는 문제제기가 없어 제출할 의무가 없다'고 했다"면서 "본인들에게 불리한 자료를 감추기 위해 법적 근거나 규정없이 국회법에 따른 국회의원실의 정당한 의정자료 제출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풀이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28일 '상습지각 등 복무기강 해이' 제보를 받았다며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세종시 청사 출근 때 지각을 많이 했다'는 게 제보 내용이다. 이 같은 제보에 따라 감사원은 직전 정기감사 1년 만에 권익위 감사에 나섰다. 통상 기관운영에 관한 정기감사는 3~4년 주기로 이뤄진다. 권익위는 인사혁신처와 국무총리실의 인사복무감사와 점검을 받고 지난해 말 관련 조치를 이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포기하고 내로남불, 불공정의 화신이 되어버렸다"며 "감사원은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에 앞서 본인들 수장의 근태관리 먼저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감사를 진행하며 부처에 자료를 요구하는 감사원이 본인들에게 불리한 답변을 근거없이 거부하는 것도 심각한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은 "엄격한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마저 당·정·대와 혼연일체가 되어 임기가 보장된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찍어내고 있다"며 "감사원은 직권남용 현행범이자, 블랙리스트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실 제공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반부패기관이자 정치적 중립기관으로 기관장의 임기가 보장되는 감사원이 또 다른 부패방지총괄기관이자 독립기관으로 법률로 임기가 보장되는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복무감사를 이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전 위원장은 "책상에서만 일하지 않고 서울과 세종 전국 현장을 오가면서 업무를 하는 장관의 경우 사무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오전에 서울에서 업무를 보고 오후에 세종사무실로 가는 경우도 많다"며 "이것이 과연 지각으로 문제삼을 사안인가. 참고로 인사혁신처에서 수치와 퍼센트까지 점검해 발표하는 정부부처 장관들의 세종출근율과 비교해 권익위는 항상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알박기 인사' 프레임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독립기관장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블랙리스트' 사건 유죄 판결 사례를 의식한 듯 대통령실은 직권남용을 피하기 위해 업무배제와 사정정국을, 국민의힘은 여론전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는 모양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월 조선일보를 통해 전 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몰염치한 인사'라고 규정한 이후 여권의 사퇴 압박이 본격화됐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왼쪽),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도읍 법사위원장마저 "귀를 의심케 한다"며 재차 입장확인에 나섰으나 최 원장은 "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답했다. 

해당 답변을 이끈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여기서 거의 모든 (감사원의)결정과 행동이 설명되는 것 같다. 충격"이라며 "대나무처럼 꼿꼿해야 하는 감사원이 고무줄처럼 흔들흔들한다.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면 우리가 감사원에 독립성은 왜 준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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