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상당수 언론들이 조선일보·국민의힘이 점화한 '버티기' 논란에 물을 대고 있다. 국민일보는 20일 사설 <전현희·한상혁 위원장, 자진 사퇴가 상식 아닌가>에서 "장관급인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은 공정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자리"라면서도 "두 위원장이 임기를 보장할 만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했는지는 의문이 크다"고 썼다. 국민일보는 전현희·한상혁 위원장이 각각 민주당 재선의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대표 출신이라며 "정권과 친해서 임명된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자 법과 독립성을 말하며 임기를 지키겠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했다.

또 국민일보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이 바뀌었다며 "전 위원장과 한 위원장이 과연 권익위와 방통위의 독립과 중립을 위해 사퇴하지 않는 것일까. 스스로 물어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때"라고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방통위원장이 교체된 경우는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보수정권이 재창출됐을 때 단 한 차례 뿐이다.

서울신문은 사설 <文 임명 국책 기관장이 尹 정부 '두뇌'라는 모순>(6월 10일), <전현희·한상혁 거취 논란, 자진사퇴가 맞다>(6월 18일)를 게재했다. 서울신문은 "전현희·한상혁 논란의 핵심은 퇴진 압박의 진위를 떠나 과연 정권이 교체된 마당에 이들이 국가기관장으로서 소임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가에 있다"며 "누가 보더라도 지난 정부 사람들인 이들이 이제 와서 위원회 독립성, 임기 보장 등을 내세워 국무회의 불참 통보에 항의하며 임기 완수를 외치는 건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고 썼다.

중앙일보(중앙SUNDAY)는 18일 사설에서 방통위와 권익위의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임기 보장이 추구하는 가치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로 독립성과 자율성"이라며 "감사원장이나 검찰총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해당할 것이다. (중략)하지만 정치적 책임성, 또는 국정운영의 통일성과 효율성이 중요한 자리까지 임기제인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라고 썼다.

경향신문 6월 20일 칼럼 <[미디어세상] 또다시 방송 독립성을 흔드는가> 갈무리

"기시감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20일 경향신문 칼럼 <또다시 방송 독립성을 흔드는가>에서 '정치 철학이 다르면 물러나야 한다.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말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김 교수는 "법이 위원의 임기를 보장한 것은 바로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위원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즉 정치적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대통령의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으로 위원장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법의 취지를 모르거나 애써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모르면 무식한 것이고, 무시한다면 위법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제의 본질이라며 미국식 엽관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현재 도입한 제도도 아니지만 엽관제 역시 정치적 독립성을 요하는 자리까지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을 모를 리 없다"고 비판했다. 사퇴를 거들고 있는 언론에게도 해당되는 비판이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방송장악'의 신호탄 중 하나가 'KBS 사장은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기조를 적극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당시 박재완 민정수석의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권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기시감이 드는 것은 기우일까"라며 "방통위원장을 교체하려는 것이 혹시 '국정철학에 동조하는' 공영방송 사장 임명을 위한 포석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중략)세간의 의혹이 오해로 끝나기 바란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전현희·한상혁 임기 보장하고, 한국판 ‘플럼북’ 검토해야>에서 "권익위와 방통위의 정치적 중립성은 검경 같은 사정기관 못지않게 중요하다. 권익위는 정부와 공직사회를 감시하고, 방통위는 방송과 전파를 관리·감독한다"며 "두 기관의 수장이 임기 도중에도 정권 입맛에 따라 바뀐다면, 공직사회와 방송사, 통신업계 등에 나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썼다.

또 경향신문은 "여권 주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검찰이 산하기관장들의 사직을 강요했다며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텐가"라며 "무엇보다 윤 대통령 자신도 검찰총장이던 2020년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면서 국민들과 한 약속이니까,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은 다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6월 20일 <[월요기고] 낯 뜨거운 ‘직권남용 정치보복’ 시비 끊어내자> 갈무리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기관장 자리가 국민을 위한 자리인가, 정권을 위한 자리인가?"라며 "정권을 위한 자리라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싹 물갈이해도 그만이지만, 국민을 위한 자리라면 애초에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이에게 자리를 맡기고 권력 눈치를 보지 않도록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칼럼 <낯 뜨거운 '직권남용 정치보복' 시비 끊어내자>에서 "정무직과 달리 애초 기관장의 임기를 관련법에 박아놓은 것 자체가 그런 원칙을 천명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윤 전 의원은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하게도,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일관성이 없고, 법 규정과 실제 운영은 표리부동하다"면서 "요즘 다수 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인사들이 임기에 기대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해 힐난조"라고 밝혔다. 윤 전 의원은 "방통위원장, 권익위원장처럼 권력 유지를 위해 중요한 도구라 인식되는 자리, 정부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국책연구원장, 탈원전이나 4대강 사업처럼 정권의 브랜드 사업을 앞서 집행하는 공기업 사장 중 상당수가 자리를 비키지 않는다며 질책하는 언론이 한둘이 아니며, 그런 기사가 딱히 지탄받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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