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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방송시장에 ‘경쟁’은 없다[해설] 이대로라면 콘텐츠는 플랫폼의 하청기지가 된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24 16:28

“2014년 방송시장은 전년 대비 4.9% 성장하고, 인터넷티브이(이하 “IPTV”)와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이하 “PP”) 등 후발사업자의 성장에 따라 유료방송 가입자 집중도와 방송광고시장 집중도가 감소하는 등 시장경쟁이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는 2014년 방송시장을 이같이 분석했다. 그러나 방통위가 23일 발표한 ‘2015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 결과를 들여다 보면 오히려 방송시장에서 통신자본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방통위가 내놓은 방송시장 경쟁 상황 평가는 ‘통신자본 독과점 상황 평가’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방송광고는 줄어 사정이 어려운 PP들은 협찬을 늘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 각종 광고 관련 규제를 풀어줬으나, 이것이 대세에 뒤집을 수는 없다. 결국 PP의 장기적 생존방안은 수익배분인데 SK의 CJ헬로비전 등으로 플랫폼이 대형화하면 VOD(Video On Demand) 매출 배분, 재전송료, 사용료 협상에서 콘텐츠의 협상력은 더욱 위축된다. 방송시장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통신자본이 미디어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해야 하는 제도적 방안을 기획해야 할 때이지만 정부와 업계는 오히려 플랫폼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적부터 살펴보자. 유료방송사업자 현황을 보면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사업자의 가입자는 2013년 871만에서 2014년 1085만으로 24.6%나 증가했다. 방송사업 매출 또한 같은 기간 1조1251억원에서 1조4984억원으로 33.2%나 올랐다. 반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가입자는 같은 기간 1474만에서 1461만으로 13만 줄었고, 방송사업 매출도 2조3792억원에서 2조3462억원으로 줄었다. 특히 SO의 방송수신료 총액은 1조645억원(VOD 포함)으로 IPTV(1조2148억원)에 처음으로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시장에서 방송사업 매출액은 2014년 14조7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늘었다. 이중 지상파방송의 2014년도 방송사업 매출은 4조49억원으로 2013년 3조8963억원에 비해 2.8%(1085억원) 늘었다. 지상파의 매출 점유율은 27.8%에서 27.2%로 줄었다. 반면 종합편성채널 4사의 방송사업 매출은 4016억원으로 전년(3062억원)에 비해 31.2%(955억원) 증가했다. 홈쇼핑PP(상품소개와 판매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 또한 3조4728억원으로 전년(3조4145억원)에 비해 1.7%(582억원) 증가했다.

방송광고에 한정해 보면, 지상파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의 수익성은 모두 악화됐다. 2014년 방송광고 매출은 3조1233억원인데 전년 3조3110억원에 비해 줄었다. 방통위는 방송광고 매출 감소와 비용 증가 등을 거론하며 지상파방송 3사 본사의 영업이익률이 모두 적자였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데이터, VOD, 라디오PP, 종편을 제외하면 일반PP의 영업이익률 또한 0.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광고 매출이 1877억원 줄어든 와중에 방송사들은 프로그램 판매와 협찬을, 프로그램 제공 등을 늘렸다. 프로그램 판매 매출은 1521억원이나 늘었고, 협찬 매출 또한 1092억원 늘었다. 비지상파 채널의 프로그램 제공 매출도 594억원 늘었다. 또한 방송사들은 자체 제작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지상파와 채널사용사업자의 자체제작비는 18.9%(-2552억원) 감소했고, 외주제작비와 방송프로그램 구매비용이 각각 10.3%(753억원), 30.6%(1,380억원) 증가해 프로그램 수급 방식이 변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VOD다. 유료방송플랫폼을 통한 VOD 매출이 급증(2013년 4331억원→2014년 5674억원)하고 있는데, 이는 플랫폼과 콘텐츠사업자 양자에게 긍정적이다. 유료방송 수신료 매출에서 VOD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17.7%에서 2014년 21.4%로 증가했다. 이 부문 매출이 늘수록 플랫폼의 VOD 편성권한에 힘이 실리고, 플랫폼의 가격 협상력 또한 강화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VOD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극장 동시개봉 영화를 편성하고, 외국드라마 등 차별화한 콘텐츠를 수급하고 있다.

방송시장의 토대를 가장 변화하게 만든 요소는 ‘방송통신 결합상품’이다. 방송 상품을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는 1199만명(2015년 6월 기준)으로 전체 유료방송가입가구의 42.3%에 이른다. 또 방송과 이동전화를 포함한 결합상품 가입자는 496만명으로 전체 결합상품 가입자의 41.4%나 된다. 2012년 180만명에서 급증한 것이다. 사업자별로 보면, KT 점유율은 2012년 55.5%에서 2015년 6월 33%로 줄어든 반면 SK 점유율은 33.8%에서 44.8%로 늘었다. LG유플러스는 10.7%에서 21.9%로 늘었다.

이는 결합상품 시장점유율도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과 유사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동통신사가 방송통신결합상품으로 가입자 가두기에 나섰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방송시장에서 통신자본의 지배력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SO의 가입자당 매출(ARPU, VOD 매출 제외)은 2013년 대비 889원 떨어진 5079원인 반면 IPTV의 ARPU는 전년 대비 242원 오른 6967원인데 이 같은 점도 통신자본의 독과점 경향을 방증한다. 플랫폼이 방송시장을 주도하면 콘텐츠 대가는 줄어들 것이 빤하다. 방통위조차 “일부 대형 유료방송 플랫폼은 광고매출에 대한 기여와 대량구매 등을 통해서 지상파에 대한 높은 수준의 협상력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한편 방통위는 “이번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는 일반적인 경쟁상황평가 절차에 따라 ①단위시장 획정 → ②평가지표 개발 → ③자료 수집 및 측정 → ④분석 및 평가의 단계로 진행됐으며, 방송시장을 △유료방송시장(전체유료방송시장, 디지털방송시장) △방송채널 거래시장(유료방송채널거래시장, 지상파재전송권거래시장) △방송프로그램 거래시장 △방송광고시장(전체방송광고시장, 지상파방송광고시장)으로 획정해 각 시장별로 사업자 수, 시장 점유율 등 시장구조, 이용자의 대체서비스 선택가능성 등 대응력, 서비스 요금‧품질 등 시장성과, 사업자 행위 등을 바탕으로 시장참여자 간의 경쟁상황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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