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공룡 ‘넷플릭스’가 2016년 한국에 상륙한다. 넷플릭스 사업모델로 볼 때, 이동통신사 등 망사업자를 파트너로 삼고, ‘킬러 콘텐츠’를 확보해 가입자를 모집할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현실화하면 국내 유료방송사업자, 특히 티빙(CJ), 푹(콘텐츠연합플랫폼) 같은 모바일TV 서비스는 본격적인 경쟁 상황에 진입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적인 OTT인 티빙의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에서 넷플릭스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많다. CJ헬로비전의 ‘티빙’에 돈을 내고 가입한 유료회원은 70만명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전체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동통신3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이 가입자 경쟁과정에서 모바일TV‧동영상 서비스를 이동전화 또는 결합상품의 ‘부가서비스’로 제공한 탓이 크다. 티빙의 경우, 출시 5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적자’를 기록 중이다. ▷관련기사: 미디어스 2015년 4월28일자 <티빙이 TV로 돌아간 까닭… OTT와 결합 판매의 문제>

▲ 사단법인 공공미디어연구소(이사장 양문석, 소장 김동준)는 2015년 12월9일 오후 2시 반부터 5시까지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방송산업 상생을 위한 OTT 서비스 규제의 타당성 검토>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연구소는 “2016년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이 확실시 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OTT서비스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는 2014년 기준 가입자 수가 5700만명을 넘었을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해외 OTT 사업자의 한국 진출로 인해 국내의 방송시장 및 미디어산업의 경쟁력과 문화콘텐츠 제작 역량 등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해보아야 할 시점이 됐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넷플릭스가 이동통신사의 결합상품으로 한국에 진출하고, 유료방송플랫폼에 ‘플랫폼 인 플랫폼(platform in platform)’ 형태로 입점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9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열린 <방송산업 상생을 위한 OTT 서비스 규제의 타당성 검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의 유료방송 시장 특성상 넷플릭스는 이동통신사의 IPTV에 ‘프리미엄 VOD 상품’을 제공하는 CP(content provider)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근거는 이렇다. △지상파부터 이통사까지 대다수 방송사업자들이 OTT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통사와 결합할 수밖에 없고 △기존 유료방송에 대한 불만이 쌓인 상황에서 가입자들이 코드커팅(cord-cutting)하고 OTT로 옮겨 간 미국과 달리 한국의 가입자들은 유료방송에 대한 불만이 많지 않아 영업이 제한적이고 △실시간방송을 할 경우, 허가나 승인이 필요한 규제대상이 되기 때문에 VOD서비스에 한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다. 이동통신사들이 “넷플릭스는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도 한국 유료방송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방송통신시장이 ‘포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김동원 박사(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는 “넷플릭스의 의미는 지금 한국의 방송통신시장 상황에서 찾아야 한다. 넷플릭스가 의미가 있는 부분은 지금 이동통신사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실질적 포섭’을 해야 할 때여서다. SK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한 것은 450만 가입자를 모바일‧사물인터넷 대상으로 만들어 ARPU(가입자당 매출)를 올리기 위해서다. 한국의 가입자는 2500만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OTT는 콘텐츠에 영향을 주고 광고시장을 모바일로 이전하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 넷플릭스는 이런 점에서 분명 ‘변수’다”라고 분석했다. 기존 사업자들이 ‘넷플릭스 모시기’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설령 경쟁사업자들의 바람대로 넷플릭스가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을 계기로 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하주용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넷플릭스가 ‘독립 플랫폼’으로 영업을 하든 ‘PIP’ 형태로 입점하든 사업자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충분히 통제가능한 변수”라고 설명했지만 OTT 등 새로운 유형의 사업자를 ‘방송사업자’로 규정해야 한다. 방송법제에는 OTT에 대한 정의는 물론 공적 의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방송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국내 OTT사업자들 또한 규제 공백을 이유로 공적 재원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하는 추세에 맞춰 덩치를 키우는 플랫폼, 네트워크사업자에게 공적 재원에 대한 부담 의무를 강화해야만 미디어산업이 선순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심영섭 언론학 박사는 “OTT사업자가 들어오면 공적 책무를 부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케이블, 지상파, IPTV 등에 있는 공적 의무를 넷플릭스에게도 부과할 것인지, 한다면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지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새로운 규제를 두고 해외사업자인 넷플릭스는 피하고, 국내사업자가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미디어스)

한편 넷플릭스이라는 존재는 한국의 콘텐츠사업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을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2016년까지 백여 개 국가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데 한국의 콘텐츠사업자는 손쉽게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저가시장이지만 넷플릭스는 ‘가격 인하는 없다’는 입장이다. 콘텐츠사업자에게 넘겨줄 사용료 또한 ‘한국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넷플릭스의 ‘포섭’을 기다리는 사업자도 있다.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진출을 선언하며 봉준호 감독 영화에 57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하며 배포를 보였다.

반면 한국의 콘텐츠사업자가 넷플릭스의 ‘아시아 콘텐츠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있다. 실제 한국의 콘텐츠 층위는 무너진 지 오래다. 가구의 90%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방송산업에서 ‘힘’이 플랫폼 단위로 넘어가는 중이고, 콘텐츠의 협상력은 그만큼 줄고 있다. 플랫폼으로서 의미를 잃고 있는 지상파는 대안으로 ‘푹’ 같은 OTT서비스를 내놨지만 성과가 시원찮다. 이통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모바일IPTV에서 빠져 나왔으나 별 반향이 없었다. ▷관련기사: 미디어스 2015년 6월25일자 <이통사 뛰쳐나온 ‘푹’, “이통사가 건네는 건 마약”>

애초 종합유선방송에 이어 IPTV가 등장하고, 이통사와 IPTV사업자는 물론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이나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메신저도 tv-Like 서비스에 뛰어 들어 콘텐츠를 유통할 창구가 늘면서 콘텐츠사업자들은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실시간시청률 하락으로 인해 방송광고 매출이 급감하는 것을 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콘텐츠사업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규제 없이’ 한국에 진출하면 한국의 콘텐츠사업자들은 플랫폼의 하청기지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개척한 OTT 시장 또한 잠식할 것이라는 게 콘텐츠사업자들 이야기다. SBS 플랫폼사업팀의 김준환 차장은 “(콘텐츠사업자들이 유료방송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OTT를 만들었지만 넷플릭스가 이동통신사‧IPTV와 손을 잡고 한국에 진출하면) 다른 OTT는 자생력을 잃게 된다”며 “아젠다(agenda‧의제)가 나왔다면, 해외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입 규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제안했다.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언론학 박사)은 “물론 (넷플릭스에서 콘텐츠사업자로 넘어가는) 수익배분이 있고 한류 콘텐츠를 해외시장에 유통시켜 주기 때문에 이익이라고 볼 수 있지만 기존의 콘텐츠 해외진출에 관한 계획들이 무의미해지고, 해외유통에 있어서 넷플릭스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의 유료방송시장은 저가시장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추진하는 시장진입 전략은 한국을 아시아 진입을 위한 물류기지화라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유료방송시장의 가입자 기반에 위협이 되기보다는 콘텐츠 제작이나 유통 부분에 있어서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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