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0.4.1 수 19:41
상단여백
HOME 뉴스 뉴스
“SK의 방송통신 독점, 방통위만 막을 수 있다”[SK의 CJHV 인수합병 반대 기자회견] “아무도 노동자, 시청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10 13:59

“정부에게 조인트 까이고 감방에 들어간 재벌 총수들이 직원들 모르게 손을 잡았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자본이 자발적으로 업계 구조조정을 하는 것일까.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자본이 덩치를 키우면 재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거대한 공룡 두 마리가 설치는 정글이 밀림을 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인데 공룡이 독식한 생태계는 어떻게 됐는가. 이로 인해 빚어질 문제들, 잃게 될 것들이 있다. 방송과 노동권, 시청권이다. 플랫폼이 독식하고 갑질을 하는데 지상파는 존속 가능할 것인가. 시청자는 무엇이 옳은지 선택을 못하고 (SK냐, KT냐) 선택을 강요당하게 됐다. SK가 유료방송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지킬까.”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는 것에 대해 언론·노동·시민사회·지역가입자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대표 전규찬),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단장 추혜선),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참여연대,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 통신공공성시민포럼, 서대문 가재울라듸오, 마포 서대문 지역대책위원회, 서대문 민주광장, 노동자연대, 약탈경제반대행동, 정보통신노동조합, KT새노조, 희망연대노동조합은 10일 오전 국회 본청 216호(정의당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SK는 11월2일 인수합병 계획을 밝히고, 지난 1일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에 CJ헬로비전 최대주주 변경 인가 등을 신청했다. 이번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면 SK는 한 회사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 등 두 가지 유료방송플랫폼을 운영하게 된다. 또한 이번 거래로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알뜰폰 1위 사업자를 계열사로 흡수한다(SK는 SK텔링크라는 알뜰폰 업계 2위 사업자를 계열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SK의 전략은 케이블 가입자를 IPTV로 전환하거나 SK텔레콤 이동전화 결합상품으로 유인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SK가 원·하청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것인지, 케이블의 지역성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다. 또 SK는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은 없다’고 수차례 밝혔으나 현장 직원들은 여전히 고용불안 가능성을 호소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지역센터(행복센터)와 CJ헬로비전 23개 지역에서 영업․설치․수리 등을 맡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들 또한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가 케이블에 ‘지역독점’을 허용하며 의무로 지운 ‘지역채널’을 SK가 유지·강화할지도, 지역채널을 통한 총·대선 선거방송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의문이다.

언론·노동·시민사회·지역가입자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SK는 이미 거대공룡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는 것에 대해 학계와 정치권, 시민사회에서 이미 다방면에서 여러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사회는 많은 소통과 논의 끝에 반대 입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방송과 인터넷, 이동통신을 갖고 있는 SK가 또 다른 방송, 인터넷, 알뜰폰을 갖게 된다”며 “통신과 방송의 공공성에 문제가 생기고, 이용자와 소비자 보호 문제가 생기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에게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사진=미디어스)

통신공공성시민포럼의 이해관 대표는 “이번 인수합병은 그 동안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에 반하는 것이다. 정부는 통신과 방송의 경쟁을 활성화해서 요금을 내리자고 떠들었다. 이런 마당에 가자 SK가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는 것은 독과점을 심화하고 경쟁을 위축시킨다. 통신과 방송은 기본적으로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 그런데 있는 사업자를 줄이는 것은 정부 정책기조와 맞지 않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인가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언론에서는 ‘기술 발전’ 이야기하면서 어영부영 재벌이 방송에 들어오게 됐다. 지금은 우리 사회에서 방송플랫폼과 통신을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여기에 재벌의 참여를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케이블, IPTV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희망연대노동조합의 윤진영 공동위원장은 “누구나 사용하고 즐기는 방송통신이다. 이것이 통신재벌에 통째로 넘어가는 데 크게 반대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SK는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역주민들을 만나는 노동자들의 의견을 외면하고 있다”며 “경쟁사들의 반대 입장은 SK의 시장지배력 확대에 따른 자기우려에 지나지 않는다. 가입자의 선택권, 케이블의 지역성․공익성․다양성의 의미,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대해서는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역거점을 외주화하고 있고, CJ헬로비전은 23개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직영화하고 있는데 SK가 합병 과정에서 지역센터 외주화 정책을 폐기하면 SK와 CJ의 간접고용노동자는 동시에 직접고용 정규직이 될 수 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SK는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지만 하도급화한 지역센터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고용안정을 하겠다는 것은 ‘허언’을 넘어선 ‘거짓’이다”라고 지적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지금 상황은 ‘재벌의 질주와 정권의 방임’으로 볼 수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00% 도장을 찍었다고 생각한다. 그럴듯한 조건만 붙일 것이다. 그러나 약한 고리가 있다. (사전동의권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다. 방통위는 미디어공공성을 위해 법적 규제를 해야 하는데 그 동안 무력하게 밀려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과정에서는 방송의 공공성과 미디어 독점 방지, 미디어 균형 발전을 위해 동의와 합의라는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이번 인수합병이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방통위는 재벌에 무력하게 굴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통위 야당 추천 상임위원(김재홍 부위원장, 고삼석 상임위원)에게 희망을 찾는다”고 말했다.

‘케이블방송․통신 공공성 강화를 위한 마포․서대문 지역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장수정씨(서울 서대문구 공동체라디오 가재울라듸오 대표)는 “케이블은 지역의 이야기,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통로라고 생각한다. 미진한 점이 있지만 그 동안 케이블 지역채널이 지역주민에게 열려 있던 것은 희망이었다. 그런데 이번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지역민의 (방송접근권 등) 권리를 위협하는 굉장히 위협적인 흐름이 아닌가 싶다. 시청자들이 이 상황에 개입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돼 있지 않다. 지역케이블의 위상을 제고하고 시청자와 충분히 논의해야 하지만 두 재벌은 시청자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지역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오현주 ‘마포 민중의 집’ 공동대표는 “지난해 씨앤앰 노동자들이 해고 위협에 처했을 때, 지역주민에게 ‘우리 동네 설치기사가 해고를 당할 처지다’라고 했을 때 반응은 달랐다. 지금 지역주민들은 인수합병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자신이 일인당 얼마라는 돈으로 거래되고 있고 노동자들이 해고위협과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하면 광범위한 반대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가입자의 반대여론을 담아내는 시도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단장 (사진=미디어스)

한편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거래가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진행됐다는 점과 함께 미디어생태계와 노동에 영향을 미칠 이번 거래에 언론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추혜선 정의당 언론개혁기획단 단장은 “두 기업의 인수합병 로드맵은 정치적 상황도 맞물려 있다”며 “총선을 앞둔 혼란의 시기에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심사 결과가 나오고 인수합병이 마무리될 4월에 총선이 치러질 것은 의미심장하다”며 ‘SK 장학생의 국회 입성’ 가능성을 거론했다.

추혜선 단장은 “정치권과 학계, 업계에서 뜨겁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역시청자, 노동자 같은 주체가 참여한 토론회는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규제기관과 사업자만 불렀다. 지금 이 문제를 둘러싼 공론장은 축소되고 있다. 이런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연대 대표는 기자회견에 언론사 4곳만이 취재를 온 것을 두고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언론은 거의 오지 않는다”며 ‘SK의 언론 지배력’을 지적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장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편집인 : 임진수  |  개인정보책임자 : 윤희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희상 팀장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0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