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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의 ‘케이블 디지털전환율 90%’ 포부가 무서운 이유3천원짜리 아날로그 가입자에게 3만원짜리 이동통신 결합상품 팔겠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17 15:58

‘생산유발 효과 7조 5천억 원 + 고용유발 효과 4만 8천 명’ 지난 2일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 기자설명회를 열며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물론 이 숫자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종합편성채널 4사,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 3사가 방송에 진출할 때도 다들 저렇게 숨막히는 숫자를 내놨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SK는 비용을 줄이려고 지역센터를 전면 외주화했고, 현장에서 설치·수리·영업을 맡고 있는 간접고용노동자를 쥐어짰다. 이런 SK가 인수합병을 추진하면 엄청난 숫자를 내놓는다한들 믿을 사람은 없다.

유료방송 업계 통틀어 3위 사업자와 알뜰폰 업계 2위 사업자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이동통신업계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지난달 2일 종합유선방송 1위 사업자이자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SK는 12월 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인가해 달라고 신청했다. 그리고 SK는 2일 “방송통신시장의 글로벌 트랜드는 인수합병으로 통한 규모의 경제”라고 주장하면서 △케이블에 5년 간 5조원을 투자해 망을 고도화하고 디지털전환을 앞당기고 △지역채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CJ헬로비전 가입자에게 SK텔레콤의 이동전화 결합상품을 권해 이용자 편익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동·시민·언론운동단체에서는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SK의 이동통신시장 지배력이 방송에까지 옮겨올 수 있고, 유료방송플랫폼이 SK와 KT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 시청자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의 공익성·지역성·다양성이 위협받고, 두 회사 원·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이유다. KT, LG유플러스, 한국방송협회 등 이해관계자들 또한 반대 입장을 냈다. 그리고 이러는 와중에 1라운드가 끝났다. 지난 한 달 동안 국회(정의당/새정치민주연합) 토론회, 사업자(LG유플러스/SK) 기자회견, 학계(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 토론회가 열렸고 이때마다 인수합병 반대 진영은 방송의 공공성과 시청자 보호를 주장했고, SK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으로 방어했다.

그러나 SK의 답변은 모호했다. 특히 자신에게 ‘비용’이 될 만한 제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역거점을 모두 외주화했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은 23개 지역에 각각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있다. SK가 두 지역거점을 통합해 운영하려면 브로드밴드의 간접고용노동자 3천여명을 직접고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럴 경우, CJ헬로비전의 간접고용노동자 1천여명에게도 직접고용의 길이 열린다. 그러나 SK는 지난 2일 기자설명회에서 외주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합병법인의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케이블과 IPTV, 그리고 이동통신 결합상품을 영업하는 등 사실상 같은 일을 하게 되는데 소속은 물론 관리하는 원청은 현행대로 다르게 유지하겠다는 게 SK 입장이다. SK는 또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지역채널 문제도 마찬가지다. 심영섭 박사(언론학)는 17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미디어 기업간 인수합병의 조건> 세미나에서 지역뉴스와 선거방송을 할 수 있는 케이블의 지역채널을 SK가 운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과 제도를 개선해 대기업이 아닌 제3자 지역채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플랫폼사업자는 이를 위한 지역뉴스기금을 출연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준희 박사(언론학) 또한 지난 4일 한국언론학회 토론회에서 “망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거대 플랫폼사업자에게 지역뉴스 펀드를 조성하게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토론자로 참석한 SK 임원들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학계에서 사업자의 권한을 일부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는 이유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유료방송가입가구의 60% 이상이 ‘SK 아니면 KT’ 가입자가 될 정도로 업계가 양강 구도로 재편되기 때문이다. 업계 1위 KT는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십여개의 채널을 전국에 내보내고 있고, CJ헬로비전을 거머쥔 SK는 선거방송과 지역뉴스를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전국 유료방송가입가구의 60% 이상은 SK나 KT의 채널배열에 노출되고, 이들이 시청을 권하는 VOD 차림상에 노출된다는 이야기다. 2008년 출범한 IPTV가 결합상품이라는 마케팅 수단으로 불과 7년 만에 천만 가입자를 모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IPTV로의 가입자 쏠림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SK가 케이블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고 공언한 데 있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부문장(전무)은 “케이블이 가장 어려운 것이 망 고도화와 디지털 전환이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돈을 내게 해서 다시 콘텐츠에 돈이 흘러가는 선순환이 어렵다. 지금 50%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2년 내 90%까지 올리겠다. 케이블을 육성하기 위해 이것보다 더 큰 비전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SK은 이 같은 공익적 구호를 꺼내들었다. 정부의 정책목표를 만족시키는 사업이기도 하고, 케이블의 숙원사업을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 디지털전환율이 높아질수록 지상파방송사로 흐르는 돈도 많아진다(현재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 3사 4개 채널에 디지털 가입자당 280원을 지급하고 있다).

일단 숫자를 보자. 2015년 9월 말 기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91개사의 방송상품 가입자는 총 1453만6883명(대수 기준)이다. 이중 VOD(Video On Demand)서비스가 가능한 디지털방송 가입자는 51.7%(752만403명)이고 아날로그방송 가입자는 48.3%(701만6480명)이다. CJ헬로비전만 보면 가입자 415만7070명 중 디지털은 253만3481명, 아날로그는 162만3589명으로 디지털전환율은 60.9%다. 그런데 정확히 일 년 전인 2014년 9월 말 CJ헬로비전의 디지털전환율은 58.0%였다. VOD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디지털전환에 집중했는데도 성과는 미미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저가 아날로그방송 가입자들의 지불장벽이 분명히 존재하고 지금과 같은 방송서비스에 만족하는 가입자가 40%나 된다는 이야기다(아날로그의 가입자당 매출(ARPU)은 3717원이고 디지털 ARPU는 1만1150원이다).

그래서 SK의 디지털 전환 전략은 가입자에게 부정적일 수 있다. SK는 “케이블 가입자에게 SK텔레콤 이동통신 결합상품을 권유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현장 영업인력에게 실적경쟁을 시키겠다”고도 했다. SK의 전략은 아날로그케이블 가입자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 디지털로 전환시키면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결합상품을 권할 것이 빤하다. 이러면 케이블 가입자를 IPTV로 빼간다는 의심을 사지 않고도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아날로그 가입자에게 ‘방송을 공짜로 줄 테니 쓰시던 휴대폰을 SK텔레콤으로 바꾸시라’는 마케팅은 설득 안 되는 게 이상할 정도로 이용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천원짜리 가입자를 3만원짜리로 만드려는 게 SK 전략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인수합병을 숙의해야 한다.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게 방송통신 정책이다. 심영섭 박사는 “2007년 정부는 사모펀드의 씨앤앰 인수를 승인하며 재무적 투자자의 방송진출을 허용했다. 2009년 정부는 보수신문에게 종합편성채널을 열어주면서 이종매체 융합을 허용했다. 2011년 KT가 KT스카이라이프 자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승인해 플랫폼 독과점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고 한다. ‘방통융합’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형성된 경로는 되돌리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공익성 심사를 강화해 ‘숙의’의 과정을 거칠 것을 제안했다.

미디어생태계를 위한 장기적 정책을 고민하면서 이번 인수합병의 이익형량을 고민할 수 있는 부처는 사실상 방통위뿐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사전동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정부가 방송에 국한해서는 공익성 심사에 준하는 심사를 해야 한다”며 “이는 정부의 정책재량에 속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부소장은 “방송이 거대사업자로 재편되기 전에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고, 다채널서비스(MMS) 등 무료보편 플랫폼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면서 이번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도 학계도 시민단체도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할 때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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