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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보도자료 배포도 ‘취소’ 시킨 SK의 힘?SK텔레콤 “언론학회 보도자료 불공정하다” 항의… 학회 이례적으로 해명 “보도자료 취소”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07 17:54

한국 최대규모의 언론 관련 학회인 한국언론학회(회장 조성겸 충남대 언론정보학과장)가 SK텔레콤의 항의 때문에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했다. 언론학회는 지난 4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플랫폼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 서비스, 이용자, 그리고 정책적 고려사항>이라는 주제로 기획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사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보도자료는 (발제문과 달리 SK에 부정적인) 특정한 시각으로 변형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항의했다. 이에 언론학회는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했다.

언론학회는 발제자인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 황근 선문대학교 교수의 발제문을 요약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두 발제자는 SK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이유를 짚고, 방송산업의 변화를 예측했다. 특히 두 발제자는 ‘규제 공백’을 지적하며 정부가 이번 인수합병을 심사하며 방송의 공익성, 지역성, 다양성을 유지․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실제 토론회에서도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4일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이종관 박사, 황근 교수의 발제문을 들으며 토론문을 정리했다. 그런데 오늘(4일) 아침 학회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저와 제 동료들이 발제문을 이해한 내용과 언론학회 명의로 요약기술된 발제문의 내용은 달랐다. 발제문은 좋은 점,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보려고 했다. 그런데 보도자료는 특정한 시각으로 변형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저희도 이번 인수합병이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되고 많은 관점이 존재할 것을 생각한다”며 “(그러나) 학회에서의 논의는 다양한 관점에서 공정하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추후에는 공정한 관점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 말미에 “(토론회에서 나온 여러 우려와 비판들은) 애정 어린 채찍으로 알겠다”며 “큰 세상이 있는데 작은 곳에서만 다툴 수 없다. 일부 사업자들 이해관계가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언론학회는 이례적으로 토론회를 일시 중단하고 해명에 나섰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현주 광운대 교수는 “SK에서 보도자료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서 언론학회가 확인한 내용이 있다”며 토론회 진행을 잠시 멈춰세웠다. 언론학회 측은 “세미나를 준비했던 교수님께서 마지막에 ‘잘못된 버전’을 내보낸 것 같다”며 “현재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한 상태다. 여기 계신 기자들도 이곳에서 토론한 대로 써주시면 된다. 보도자료 배포를 취소했고 (기자들에게) 연락을 다시 드렸다”고 전했다.

한 언론학자는 “언론학회가 보도자료를 취소하고 직접 사과와 해명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학회는 자본에 독립적이어야 하지만 사업자의 펀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지만 SK도 그렇고 KT도 주요 스폰서라서 (이례적으로 사과를)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이 판(SK vs. KT)에 대해 의견을 내는 사람 중 사업자에 포획되지 않았다고 자신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계부터 법무법인까지 줄을 서고 있다”며 “칼럼부터 공청회, 연구반까지 사업자에 포획된 사람들의 ‘입’을 통해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다.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번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KT와 LG유플러스도 참석했다. 박형일 LG유플러스 CR전략실 상무는 “글로벌 트렌드를 말하는 것은 (문제제기의) 본질을 피하는 것”이라며 “2008년 결합판매가 허용되면서 SK텔레콤은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자 점유율 50%를 기반으로 유선상품을 공짜로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KT의 경우, 해외의 주요언론이 미디어기업 인수합병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써오고 있다며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참고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SK는 ‘좁은 물에서 놀지 말자’고 하는데, 정체된 방송사업자의 가입자를 가져가는 것은 자기만의 성장이지 산업의 성장이 아니다. 하려면 콘텐츠 벤처기업을 인수하든지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SK텔레콤 이상헌 실장은 “이번 인수합병은 지금까지의 틀을 바꾸고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방송은 한류 확산의 핵심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콘텐츠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플랫폼사업자로서의 역할을 다 하겠다. 여러 박사님, 교수님이 강조한 공익성 지역성 다양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말했다.

   
▲ 4일 한국언론학회 주최 세미나 현장에서 KT가 배포한 보도참고자료 (사진=미디어스)

다음은 한국언론학회가 4일 배포한 보도자료 전문

한국언론학회, ‘방송통신플랫폼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 세미나 개최
초대형 유료방송 사업자 등장에 따른 국내 미디어 시장 및 사회ㆍ정책적 영향 전망하고 미래지향적 발전방안 모색

한국언론학회(학회장 조성겸 교수)는 4일(금) 방송회관에서 ‘방송통신플랫폼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방송협회와 케이블TV는 물론 통신 3사와 학계, 시민단체가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내 미디어시장 변화의 원인과 전망을 검토하고, 건강한 방송생태계 발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향후 미디어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한 여러 다양한 전망과 논란에 대해 논의와 토론의 장을 마련, 미디어산업의 미래지향적 발전방안을 모색했다는 측면에서 그 의의가 컸다.

발제1 : 매체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방송통신망간 합병이 가져올 미디어 시장 변화 (이종관박사, 미디어미래연구소)

첫 번째 발표자인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종관 박사는 산업적 측면에서 이번 인수합병으로 인해 방송서비스 시장의 시장집중도(HHI) 지수가 1,393에서 1,785로 상승, 총 392가 증가하게 되어 미국 및 EU에서의 심사기준상 중점 심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콘텐츠 시장측면에서도 특정 권역에서 지배적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지배력 전이 및 부당한 지위남용 우려가 높고 이동 중심의 결합상품 경쟁심화로 콘텐츠 제작 및 경쟁력의 약화, 방송시장 재원의 축소 및 방송시장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방송정책 측면에서는 자본에 의한 플랫폼 지배로 케이블TV의 공공성과 시청자 주권 약화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며, 전국사업자인 IPTV사업자와의 합병으로 인해 지역채널 콘텐츠 제작과 운영방식이 광역화 됨에 따라 케이블TV의 가장 큰 특징인 지역성이 약화될 우려가 높아 이에 대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권역 내 플랫폼 독점이 다양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방송정책 검토가 필요하며, 공공성 측면에서 케이블 TV의 공적 역할이 여전히 유효한지 여부가 이번 합병과 관련된 주요 이슈이므로 중장기적 정책 아젠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종관 박사는 “소유/겸영 규제 측면에서 플랫폼사업자간 지분제한을 대칭적으로 개선하거나 또는 전국-권역 사업자간 교차 소유를 금지할 것인지 여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합병에 따른 다양한 파급효과에 대한 방송정책의 재검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발제2 : 사회적, 정책적 관점에서 본 방송통신망간 합병이 가져올 미디어 시장 변화와 이용자 복지 (황근교수, 선문대학교)

두 번째 발표를 맡은 황근 교수는 이번 합병이 외형적으로는 플랫폼 사업자간 인수합병이지만, CJ와 공동 펀드 조성을 통한 미디어 콘텐츠 투자 등 구조상 단순한 플랫폼간 합병인 아닌 콘텐츠-플랫폼간 수직 연대 성격의 합병이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간 인수합병은 적법성 문제를 넘어 통신시장과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익성 심사 등 정성적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콘텐츠를 자원으로 하는 방송시장의 특성과 시청자들의 선택성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정량적 수준에서만 이번 합병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시장구조 변화와 콘텐츠 산업, 이용자 선택성, 다양성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적 평가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콘텐츠 시장에서 최근 CJ의 일부 콘텐츠가 엄청난 경쟁력을 보이고 있어 직접적인 수직계열화가 되어있지 않다고 해도 CJ 혹은 다른 콘텐츠 공급업자와 배타적인 공급구조가 형성되어 PP들의 플랫폼 접근권을 제한할 수 있으며,

결국 이번 인수합병은 SK텔레콤이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협상력과 지배력을 높여 기존의 잘못된 거래 관행이나 불공정 거래가 도리어 심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역성을 담보해야 하는 케이블 TV를 지역성과는 거리가 있는 IPTV사업과 통합하면 특히 지역보도채널로서 케이블TV의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전국적인 뉴스채널이 될 수 있고 방송공익성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공익성 심사 시에는 인수합병으로 인한 기업구조 변화가 미디어 내용에 미칠 영향을 판단하기 쉽지 않으므로 단순한 정량적 지표가 아니라 정성적인 효과를 고려해야 하며,

인수합병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이용자, 즉 시청자가 받게 되므로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와 함께 지배력 문제와 케이블의 지역성 및 지역 여론독점 등과 같은 정치사회적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합병으로 CJ헬로비전의 23개 권역 중 특히 20개 단일 권역에서 점유율이 67.3%나 차지하고 있는데다 2위와 50% 이상 차이인 권역이 19개나 될 것이며, 현재도 저가화 되어 있는 유료방송시장이 SK텔레콤의 이동전화상품을 중심으로 한 결합판매로 초저가화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끝으로 황근 교수는 “이번 인수합병을 승인하는 정부의 정책과정은 향후 방송규제 방향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 “방송사업자 인수합병에 대한 정교한 절차조자 없는 후진적 법 제도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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