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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모든 것을 가지려는데 막을 수단이 없다”방송판을 ‘공공성’ 중심으로 새로 짜야…플랫폼에 공적 의무를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07 17:07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 추진을 두고 총력전이 진행 중이다. 사상 유례가 없는 SK의 ‘케이블+IPTV’ 인수합병 추진에 겁이 난 KT와 LG유플러스는 이에 제동을 걸기 위헤 나서고 있다. 이동통신시장 1위 사업자이자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IPTV)를 계열사를 두고 있는 SK가 종합유선방송사업 1위 사업자이자 알뜰폰 1위 사업자까지 손에 넣게 되면, 이동통신업계의 SK 쏠림 현상은 심화할 것이고 유료방송업계는 KT와 SK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SK는 “CJ 케이블 가입자에게 이동전화 결합상품을 권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거래 대상’이 된 케이블만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들의 ‘로비전’이 시작됐다.

사상 초유의 ‘전국사업자의 지역사업자 인수합병’은 규제 공백 탓에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SK가 주장하는 대로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유료방송업계 또한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재편 중이기도 하다. 고용승계, 지역성 강화 등 쟁점이 될 만한 문제에 대해 SK는 이미 “구조조정은 없다” “지역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의 인가 절차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의 사전동의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나, 정부의 정책기조가 ‘플랫폼 대형화’에 맞춰져 있고 업계에 ‘위기에 빠진 케이블에게 출구전략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는 점을 고려하면 SK와 CJ의 이번 거래가 좌초할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정의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이어 한국언론학회도 세미나를 열며 ‘분석’과 ‘비판’을 시작했다. 한국언론학회는 지난 4일 <방송통신플랫폼 간 융합과 방송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발제자로 나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종관 정책연구실장은 이번 거래를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시장이 정부에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시장이 먼저 액션을 보였다. 정부는 어떤 리액션을 보일 것인가. 공익성과 시청자권익 측면에서 방송산업을 ‘well-designed market structure’로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글로벌 트렌드가 플랫폼 대형화이니 정부가 호응해줘야 하는 것인가.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실부터 진단하자.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은 “결합상품으로 방송을 저가로 만든 통신사업자들이 상대(SK)를 견제하기 위해 자폭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KT의 독점을 막자며 힘을 모았던 세력들이 이합집산하는 이 상황이 바로 사업자 중심의 방송환경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IPTV가 특별법으로 도입되는 순간부터 예고됐다. 통신사업자들은 통신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방송 끼워팔기’로 돌파하려 했다. 당시에도 방송시장과 콘텐츠의 다양성과 공익성에 기여한 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됐다. 그리고 이제 통신자본이 방송자본을 흡수하고 있다. 이게 지금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CJ도 SK도 막다른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케이블이 ‘올드미디어’이기 때문이 아니다. IPTV법이 도입될 때부터 케이블은 3개, IPTV는 4~6개 상품을 결합했다. CJ는 알뜰폰 시장에 진입했지만 충분한 확장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고, 그것을 자신의 미래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결합상품을 규제하지 않고 불공정한 환경을 방치해 거대자본이 방송시장을 점유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현실도 있다. CJ가 근본적으로 ‘타이밍을 놓칠 것 같다’는 판단을 한 이유인 것 같다. SK도 마찬가지다. 그다지 고도화된 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데 KT는 속도를 내고 있다. 애매한 규모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규모를 키우거나 포기하는 것이 지금 (SK와 CJ가) 도모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 강혜란 정책위원

SK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방송통신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정준희 박사(중앙대)는 “SK가 CJ를 인수한 것은 예측가능한 경로다. 수직계열화는 더욱 두터워질 것이다. 촉진될 수밖에 없는 인수합병”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를 인위적으로 막는다면 생존자와 죽은 자가 나뉘고, 막지 않는다면 (KT와 SK라는) 강자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 케이스를 통해 정부의 정책목표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게 드러난다”며 “기술이 진화하고 시장이 재편되면서 더 강한 플랫폼과 아닌 플랫폼이 나뉘고 수익성으로 시장이 정리될 것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놔두면 안 된다. ‘망을 가진 자가 모든 것 가질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거래에 대한 논의는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황근 선문대 교수는 “사업자들의 생존에만 집중해 논의하고 있다. 플랫폼의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같은 시장에서 일어나는 수평적 결합이다. 정부가 승인을 안 해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과거 CJ가 온미디어를 인수했던 목적은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자를 없애려고 했던 것”이라며 “이번에도 경쟁사업자를 인수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안으로 영국식 ‘공익성 심사’를 제안했다. 그는 “정성적 평가가 필요하다. 너무 극단적으로 사업자간 논리로 인수합병을 정리하면 지금 같은 아전인수 같은 논리밖에 안 나온다”며 “정부가 전체 방송정책의 방향을 제도화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의 주장대로 방송은 ‘IP화’하고 있고, 이번 거래로 한국의 유료방송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SK는 방송을 해본 적이 없다. 학계에서 ‘우려’를 내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방송통신융합이 빨리 진전되고, 시장 고착을 뚫기 위해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번 거래를) 반대할 수는 없다”면서도 “방송사업에 대한 SK의 의지와 역랑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SK는 DMB사업자인 TU미디어를 샀다가 2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며 “IPTV를 통해 방송산업에 진출할 때도 유료방송의 고질적인 악순환 구조를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방송에 투자하기보다 결합상품과 가격경쟁으로 가입자 확보에 주력했다”고 꼬집었다.

방송을 공공성의 관점에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종관 실장 설명대로 “인수합병을 강력하게 규제하면 케이블의 퇴출경로가 막히게 돼 IMF 때 그랬던 것처럼 공적 비용이 필요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테크니컬하게 사업자간 결합으로 치부할 수 있겠나. 아니다. 담론적 이슈, 정책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핵심은 매체의 기능과 공공성”이라며 “케이블이 중장기적으로 슬로우 데스(death)하는 매체라면 (지역성 등) 케이블의 역할을 재배분해야 하는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그는 “방송의 광역화, 대형화, IP화가 진행될수록 지역성 가치의 훼손 가능성이 높아지며, 최근의 방송환경에서는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전국사업자 SK와 KT가 케이블의 공적 책무를 떠맡을 수 있을까. 정준희 박사(중앙대)는 “우리는 어떤 코어(core)를 키울 것인지 집중해야 한다. 콘텐츠 생산그룹이 재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적 가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으로 “거대 플랫폼사업자에게 지역뉴스 펀드를 조성하게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발적이든, 제도적이든 플랫폼에게 미디어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한 공적 재원을 더 많이 부담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종관 실장은 “만약, 케이블TV를 올드미디어로 규정하게 되면 향후 유료방송 산업 정책은 ‘매체균형발전’이라는 방향 전환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에 대한 비대칭 규제와 지원을 통해 지역성을 유지·강화하자는 이야기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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