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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가 밝힌 미래에는 ‘방송’도 ‘노동’도 없다상식에 맡긴다, 4만8천명 ‘고용유발‘ 보다 5천명 ‘정규직화’가 옳지 않나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12.03 16:44

IPTV 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케이블 1위이자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겠다고 했으나, 의사를 밝히고 꼭 한 달 만에 SK가 밝힌 ‘비전’에는 별 내용이 없었다. 거칠게 정리하면 이렇다. “5년 간 5조원을 투자하겠다. 이번 인수합병을 산업 전반을 혁신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로 삼겠다. 그리고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본심을 드러냈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에 방송‧인터넷을 묶는 결합상품을 CJ헬로비전 가입자에게 권유해 고객의 편익을 늘릴 것이다.”

이번 거래가 방송통신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으킨 것은 확실하다. 매물이었던 케이블 3위 사업자 씨앤앰의 가격은 이전보다 더 떨어진 것으로 보이고, 케이블 사업자는 조용히 ‘매수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결합상품 점유율이 1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 LG유플러스는 경쟁에서 아예 뒤쳐질 처지가 됐다. 유플러스가 신임 CEO에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 출신을 데려다 앉힌 것도 이런 위기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SK 설명대로 당장 사업자들이 ‘합종연횡’ 해서 방송통신업계가 KT와 SK의 2강 구도로 재편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SK에는 넷플릭스처럼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겠다는 포부도 없었고, 가장 밑단에 있는 설치‧수리‧영업 업무에 대한 ‘외주화’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선의도 없었다. 방송을 최저가에 서비스하겠다는 파격선언도 없었다. 오히려 “콘텐츠 분야에 대해 많은 투자를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으나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자가 될 것은 아니다. 우리는 콘텐츠 딜리버리 사업자다”라고 밝혔다. 또 “정규직화와 관련된 이슈는 없다.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케이블과 IPTV 영업 조직) 둘을 경쟁도 시켜볼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케이블의 지역채널을 ‘생활정보채널’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SK가 거대 플랫폼사업자가 되기를 원하고, 사업자를 위해 복무해 온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명분으로 SK의 뒤를 봐주고, 실제로 이 바닥이 SK와 KT로 재편되는 것은 그래서 불안하다. SK는 케이블에 앞으로 5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4만8천명의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선전했다. 지역에 직영점(23개 SO)를 둔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겠다고 한다면, 적어도 외주로 굴리는 SK브로드밴드 지역센터를 직영화하고 5천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두 회사의 간접고용노동자를 직접고용하겠다는 선언 정도는 해야 한다. 하지만 SK는 그럴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

   
▲ (사진=SK텔레콤)

‘미디어 혁신’도 ‘사회적 책임’도 없는 그냥 ‘덩치 키우기’다. SK가 CJ헬로비전 정규직 직원들을 흡수해 연봉을 2천만원씩 인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실제 가입자들에게 SK텔레콤 결합상품을 영업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방치하고 오히려 경쟁시키겠다는 것은 최말단을 더욱 쥐어짜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SK가 공언한 바에 따르면, 케이블방송의 지역채널은 지역기업의 홍보수단 정도로 축소될 것이다.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방송에까지 전이된다는 경쟁자들의 주장을 제껴두더라도 SK가 밝힌 미래는 지금보다 어둡다. SK가 밝힌 방송·통신의 미래에 노동과 방송은 없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에서 가입자 점유율이 50%에 이르는 1위 사업자다. 이동통신시장에서 발생한영업이익의 90% 안팎을 쓸어담아 왔다. 그리고 SK는 CJ 가입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미래부의 인수합병 인가 과정은 오히려 방송과 통신을 이용자와 공공성의 관점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SK를 미디어생태계에 등장시키고, ‘공공성’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SK를 견제해야 하지만 지금으로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SK텔레콤이 로비전에 전면 등장했기 때문이다. 다음 총선을 통해 ‘SK장학생’이 국회에 대거 입성할 것이라는 분석은 분명 현실성이 있다.

그러니 언론이라도 나서야 한다. 그런데 언론은 사업자 간 이해관계에 대한 그럴싸한 분석만 내놓고 중계에만 몰두하고 있다. 왜일까. SK가 콘텐츠 사용료 협상대상이자 거대 광고주이기 때문일까. SK와 반SK진영(KT, LG유플러스) 모두에게 떡고물을 받으려는 ‘줄타기’ 일까.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올라탄 줄이 끊어질 지경이라는 걸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SK로 가는 줄, SK를 향한 충성 경쟁의 줄은 더욱 길어질 것이다. SK가 인수합병 인가를 자신하는 이유도 바로 언론이 ‘쉬운 상대’이기 때문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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