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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시청률’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전투’N스크린 시대, 관건은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
박장준 기자 | 승인 2015.07.21 11:29

TV 시청 습관이 바뀌면 시청률 통계도 바뀌어야 한다.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 신문-방송 겸영 시대가 열렸고, 언제 어디서든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N스크린 시대가 됐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중앙일보 기고문에서 “이미 영국·독일·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서 TV의 실시간 시청시간과 VOD 시청시간을 통합한 자료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는 PC와 노트북, 태블릿 PC를 통한 실시간 시청시간과 VOD 시청시간까지 통합한 자료를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 N스크린 개념도 (사진=SK브로드밴드 블로그)

VOD 이용률은 점진적으로 늘고 있고, 특히 광고주가 주목하는 2049세대의 VOD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방송사는 광고주에게 간접광고 효과를 보여줘야 하고, 광고주는 집행 근거가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여론독과점을 막겠다고 ‘통합시청점유율’을 새로 만들겠다고 나선 이유도, 시청률 조사기관인 TNMS가 최근 ‘VOD 시청률’ 자료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15일 TNMS가 발표한 VOD 시청률 자료는 장소(거실TV)와 공간(일주일)을 한정하긴 했으나, 방송사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시청률’을 되찾을 수 있고 광고주도 좀 더 합리적인 광고 집행근거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기존 표본조사 집단에 대한 조사결과라 대표성도 있고 시청행태 변화도 엿볼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TNMS가 내놓은 자료는 흥미로웠다. 민경숙 대표는 ‘VOD 시청률 조사 판매 설명회’에서 “6월 한 달 동안 본방 1위와 VOD 1위가 모두 달랐다”고 설명했다. TNMS가 본방 시청률 조사 가구를 표본으로 조사한 VOD 시청률 조사결과를 보면, 여전히 지상파 콘텐츠가 압도적이기는 하나 JTBC와 CJ E&M 같은 비지상파 콘텐츠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본방에서 인기 있는 장르가 드라마라면, VOD에서는 전 연령대에 걸쳐 예능이 두드러졌다. 시사/교양프로그램 순위에서 EBS가 1~3위를 기록한 것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VOD 시청률은 ‘플러스 알파’다. 일부 프로그램은 본방보다 VOD에서 시청률이 더 나오기도 하고, 이에 따라 시청률 순위가 일부 변하기도 하지만 방송사업자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다. 6월 VOD 시청률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MBC <무한도전> 434회(6월27일자)의 VOD 시청률은 1.310%다. 여기에 본방 시청률 13.211%를 더하면 합산 시청률은 14.521%가 된다. 비지상파 콘텐츠에서 가장 높은 VOD 시청률을 기록(전체 4위)한 tvN <집밥백선생> 6회(6월23일자)의 VOD 시청률은 0.982%로 본방 시청률(4.834%)을 더하면 전체 시청률은 5.816%가 된다.

그런데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이해관계자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TNMS는 비용을 문제로 VOD 시청률 조사기간을 일주일로 잡았다고 설명했으나 KT 관계자는 “방송사별로 홀드백(VOD 무료화 시점)이 달라 보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TNMS는 “방송사와 광고주 모두 동의한 방식”이라고 설명했으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한 관계자는 “학계의 논의와 업계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VOD 시청률 조사에서는 VOD 시작 전 붙는 프로그램광고, 중간‧간접광고 시청률을 집계할 수 없어 광고주에게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광고주협회 곽혁 상무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VOD 시청률이 (광고주의 광고비 집행에 있어) 근거가 되고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면서도 “플랫폼별로 광고를 다르게 판매하는 상황과 VOD 시청률이 광고시청률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뢰도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시청률이 나온다면)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해 각각의 스크린에 가중치를 얼마나 둬야 하는지 광고 전략을 짜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VOD 포함 통합시청률을 조사하면 의미 있는 값이 나올 수 있다. 민경숙 대표는 “본방 시청자든 VOD 시청자든 중요한 것은 특정 프로그램을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봤느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플미터, 패널조사라는 한계가 있다. VOD 시청은 유료방송플랫폼을 통하면 기술적으로 전수조사가 가능하다. 게다가 N스크린에서 시청률을 조사할 경우 집계되는 것은 ‘개인시청률’인데 이를 가구시청률과 단순비교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프로그램 별로 워터마크를 심어 추적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이용자 사생활의 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

결국 방송사업자와 광고주가 선택해야 할 문제이지만 VOD 시청률도 통합시청률도 ‘보정 도구’ 정도로만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N스크린 시대에 시청률을 합산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CJ E&M이 주간 단위로 내놓는 ‘콘텐츠 파워 지수’나 플랫폼사업자가 확보하고 있는 시청 정보들이 시장에서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더 힘이 실린다. 업계에서 방송사업자와 플랫폼사업자의 각개전투를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의 힘’에 주목해야 한다. N스크린 시대가 될수록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IPTV), 그리고 OTT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유료방송플랫폼은 일종의 ‘포털사이트’ 역할을 하고, 막대한 가입자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민경숙 대표는 “네이버 초기화면에 뜨는 뉴스를 보듯 플랫폼 UI(User Interface)를 (콘텐츠-플랫폼) 윈윈 전략으로 구성해서 ‘내가 원하는 시청자들에게 VOD 보게 만들까’ 하는 연구가 활발히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럴 경우, 콘텐츠가 플랫폼의 하위파트너로 전락하게 된다는 데 있다. 광고주를 상대할 사람은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에 집중돼 있는 정보와 권한을 규제할 필요가 생긴다. 그러나 사업자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통합시청률 논의는 광고영업 권역에 대한 규제완화는 물론, 플랫폼과 콘텐츠 간 합종연횡 식 동맹과 담합을 유도하고 있다. 이번 논의에서 배제돼 있는 것은 시청자 집단이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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