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유관단체에 이해충돌 방지 규정의 삭제를 권고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류희림 방통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조사 없이 종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해충돌방지법 적용이 야권에 맞춰졌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불과 5개월 전 윤석열 대통령은 권익위가 이해충돌 방지 규정을 위반했다고 조사·판단한 정민영 방통심의위원을 해촉했다.
지난 2일 류 위원장 '민원 사주' 의혹을 신고한 공익신고자의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권익위는 ▲행동강령과는 이해충돌 사안을 진행하지 않는다 ▲권익위는 공직유관단체에 이해충돌 방지 내부규정을 삭제하라고 권고해왔으므로 해당 사건을 진행하면 기존 입장과 모순이 생긴다 등의 이유를 들어 사건을 종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민영 이해충돌 위반"
권익위는 지난해 9월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당시 정민영 방통심의위원이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다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변호사인 정 위원이 '윤 대통령 욕설 발언 보도'(바이든-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MBC측 법률대리인을 맡으면서 MBC 심의에 참여한 것은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해충돌방지법과 방통심의위 내부 이해충돌 방지 규정에 따라 신고·회피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권익위는 정 위원이 해임된 정연주 전 방통심의위원장의 해촉처분 집행정지 신청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으면서 새 방통심의위원장을 호선하는 회의에 참석한 것 역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했다.
정 위원은 방통심의위 이해충돌 방지 규칙에 따라 서면신고를 미처 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불찰이지만, 규칙 제정 이후 변론을 맡은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밝히고 심의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권익위 브리핑 이후 3시간이 지나지 않아 정 위원을 해촉했다.
권익위는 당시 여권 추천 김유진 위원에 대해서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서 재직했고, 민언련이 신청한 방송심의를 신고·회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방송심의 민원인은 위원들에게도 비공개이며 민언련은 자신이 방송 심의를 맡은 기간 민원을 넣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반면 권익위는 취임 직전까지 보수단체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류 위원장,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인 김우석 위원에 대한 이해충돌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 정민영·김유진 위원에 대한 조사와 처분은 보수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류 위원장 '민원 사주' 의혹 공익신고 법률대리인은 "권익위가 공직유관단체들에게 내부규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내용을 삭제하라고 명령·권고 등을 해왔다는 사실을 국민이 알 수는 없다. 이런 식이면 공익신고를 하기 전에 근거규정만 검토할 게 아니라 권익위가 어떤 행정을 추진하고 있는지까지 파악해 신고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권익위가 삭제 명령 등을 해왔든 말든, 시행 중인 규범에 따르면 류 위원장 신고 사안은 권익위가 진행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방통심의위원장, 권익위 기준에도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
공익신고자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이 시행된 2022년 5월 19일 이후 공직유관단체들에게 내부규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내용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권익위가 2023년 1월에 발표한 '2022 이해충돌방지법 유권해석 사례집'에 따르면, 권익위는 '공직유관단체인 OOOO관리의 임원이 이해충돌방지법상 고위공직자에 해당하느냐'는 적용범위 관련 질문에 "공직유관단체 소속 고위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른 재산공개대상자의 범위와 일치한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임원은 반기별로 고시하고 있으며 기관에서는 이를 참고하기 바란다"고 답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2023년 하반기 적용 재산 공개대상 공직유관단체 임원 고시', '2024년 상반기 적용 재산 공개대상 공직유관단체 임원 고시'에 '방통심의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전자 관보에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에 류 위원장의 재산이 34억 9천만 원으로 적시돼 있다. 류 위원장은 권익위 유권해석에 따르면 이해충돌방지법 적용 대상이라는 얘기다.
권익위에 신고하려면 담당 부서도 알아야 한다?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가 접수됐을 때 이를 처리하는 부서는 청렴정책총괄과로, 현재 류 위원장 사건은 행동강령과가 맡고 있어 조사·처분 진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공익신고자 법률대리인은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에 대한 신고'는 권익위가 담당해야 할 적법한 신고로, 그 진행과 처리를 행동강령과에서 할지 청렴정책총괄과에서 할지는 권익위 내부에서 논의해 정할 사항일 뿐"이라며 "내부 업무 분장 관련 문제를 이유로 조사를 종결처리하겠다는 것은 명백히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법률대리인은 권익위 행동강령과가 사건을 진행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7조와 8조는 공직자의 청렴의무를 '공직자 행동강령'으로 구체화하면서 공직유관단체의 경우 이를 '내부규정'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방통심의위 내부규정인 '방통심의위 임직원 이해충돌 방지 규칙' 제4조와 '방통심의위 임직원 행동강령' 제5조가 이해관계충돌 방지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는 홈페이지에서 '공직자 행동강령'에 대한 관리부서를 행동강령과로 소개하고 있다.
법률대리인은 "방통심의위 임직원의 이해관계 충돌 방지에 대한 내부규정들은 위반 시 징계처분이 가능한 '공직자의 행동강령'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권익위 행동강령과는 방통심의위 임직원이 이해관계 충돌 방지에 대한 내부규정들을 위배했다는 신고 사안을 담당해 조사와 처리를 진행해야 한다. 신고 사안을 종결처리한다면 이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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